여유가 필요해

시간과 마음의 부자가 되고 싶어

by 이은경

어제 빈야사 수련을 하던 중 숨이 차서 휴식 자세로 잠시 쉬었다. 숨을 헐떡거리며 아기 자세로 엎드려 있다가 고개를 돌려 열심히 플로우를 타는 다른 수강생들의 모습을 보는데 갑자기 짜증이 솟구쳤다. 아이씨, 나는 왜 끈기도 없고, 근력도 없고, 저 사람들은 저렇게 잘하는데!! 나는 왜 힘들고 숨이 이렇게 차는 거야!!! (그리고 갑자기 의식의 흐름이 일로 흘렀다) 스트레스받지 말아도 될 일에 나만 열 내면서 일하고, 왜!!! 갑자기 억울한 감정과 짜증이 몰려와 눈물까지 핑 돌았다.


요가하면서 이런 감정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 애초에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몸이 허락하는 데까지만, 거기서 머물러도 된다는 선생님의 말에 매료되어 시작한 요가였다. 쭉 펴지지 않는 다리도, 여전히 못하는 머리 서기도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되겠지라는 느긋한 마음으로 매트 위에 섰다. 그런데 이 난데없는 짜증은 무엇인가. 나도 내가 낯설었다.


요즈음 매사가 벅차고, 해도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일들이 많았다. 내 마음 같지 않은 마음들도. 바로 직전까지도 클라이언트랑 통화하고, 팀원들과 카톡으로 업무를 조율하는 메시지를 주고받느라 머리가 복잡하게 엉켜있었다. 이 정도는 알아서 해줬으면 좋겠는데. 쌓이는 답답함이 억울함으로 변했다.


'나마스테' 마무리 인사를 하고 다시 매트 위에 사바사나 자세로 누웠다. 다음 수업까지 15분의 짧은 휴식 시간. 나가서 그사이 온 메시지를 체크해야 하는데, 나머지 사항들을 알려줘야 시간 맞춰 처리할 수 있을 텐데, 다정한 이에게 연락도 하고 싶은데. 눈을 질끈 감았다.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무시한 그 짧은 시간. 그리고 이어진 수련은 한결 좋았다. 여전히 걱정되는 마음이 조금은 남아있었지만.


돌아오는 길엔 넉넉해진 마음 덕분에 아까 느꼈던 짜증과 억울함을 헤아려봤다.

해도 안 되는 것과 안 해서 안 되는 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예전에 읽었던 문장이 떠올랐다.


해도 안 늘어요. 왜일까요. N선생님은 배경에 장미꽃들이 깔린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으셨다.

"연습 충분히 하고 있나요?"

아뇨, 여기 올 때만 하는데요. 선생님은 상냥한 말투로 냉정하게 말씀하셨다.

"연습이 부족해서 그렇겠지요. 하다 보면 누구나 다 된답니다."

최민영, <아무튼, 발레>


아사나가 안 되는 건 그만큼 수련을 안 해서다. 오늘 유독 힘들었던 건 지난주부터 힘들다고 빈야사 수련 대신 리프레시 릴랙스만 골라 들었으니까. 이건 내가 자초한 결과. 일과 얽힌 사람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 건 해도 안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 내 맘처럼 할 수 없고, 제각각 다른 속도를 가지고 있으니 밀어붙이고 짜증 내는 대신 설명하고,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안 해서 못 했던 건 노력하는 만큼 나에게 정확한 보답을 가져다줄 거고, 해도 안 되는 건 내가 힘쓴다고 해결되지 않으니 어느 정도 포기가 필요하다.


그 두 가지를 위해 필요한 건 여유다. 마음과 시간의 여유. 수련에 집중할 수 있는 마음과 시간. 화를 참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과 마음. 물리적인 시간은 내가 어찌할 수 없지만, 마음의 여유를 늘려가는 일은 노력으로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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