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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경 Jan 01. 2022

연말의 108배

한해를 마무리하는 아주 완벽한 방법

우리 회사는 크리스마스와 신정, 명절을 앞둔 평일엔 감사하게도 반일근무를 한다. 마침 크리스마스 이브와 2021년의 마지막 날이 모두 금요일이어서 사랑하는 한사 선생님의 2 수련에 참석할  있었다.


지난주 금요일, 선생님께서 매해 연말이면 108 수리야나마스카라를 함께 하는 것을 리추얼처럼 하셨는데 2020년엔 코로나때문에 하지 못했고, 올해도 행사처럼 하긴 어려워서 참 아쉽다고, 금요일 2시 수업에 그런 시간을 가져볼 지 고민하신다는 말씀을 하셨다. 다음주 이 시간엔 108 태양경배를 할 수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라고.


그 말을 듣곤 선생님과 그리고 요가원 분들과 한해의 마무리를 108배로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주 내내 내 마음속에는 슈뢰딩거의 108 태양경배가 있었다.


오늘 감사하게도, 그 시간을 가졌다.

처음엔 2022년의 비전을 세우는 명상을 했다.

단순히 소원이 아니라 더 큰 비전, 당장 2022년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더라도 오래오래 성취하고 싶은 것을 생각해보라고. 지금 생각이 나지 않더라도 조용히 눈을 감고 호흡하면 가슴이 비전을 던져줄수도 있다고.


선생님의 말을 들으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건

"두려움과 친구가 되게 해주세요"

"삶이 내게 무엇을 주든 감사히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세요" 였는데, 막상 명상을 시작하자 신기하게도

"사랑하는 사람을 귀하게 대할 수 있게 해주세요"

라는 만트라가 가슴속에 떠올랐다.


여러번 호흡과 함께 만트라를 새겨넣고,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수리야나마스카라 A를 이어갔다. 마시고, 내쉬는 호흡마다 비전을, 그 만트라를 떠올리라고 하셨다. 마시는 숨에 우르드바 하스타사나. 내쉬며 우타나사나. 수도 없이 반복했던 익숙한 동작, 그러나 낯설고 묘하게 긴장되었다.


선생님은 내내 다정하게 그러나 명료하게, 그리고 어느 순간엔 속삭이듯 구령을 붙여주셨다. 또, 중간쯤엔 한사람, 한사람의 바로 뒤에서 그 사람이 태양경배 한 세트를 다 마칠 때까지 지긋이 바라봐주시고, 그 다음 세트를 시작할 때 옆으로 넘어가시며 스튜디오 안에 있는 모두의 태양경배를 봐주셨다.


선생님께서 조용히 내 뒤로 발걸음을 옮기셨을 때 그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선생님의 따뜻한 눈빛을. 마치 나의 비전이 이루어지길 함께 바라주시고, 큰 사랑과 따뜻함으로 나를 돌봐주시는 것 같은 그 눈빛은 보지 않아도 온몸으로 느껴졌다.


스튜디오는 금새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고,

창문은 습기로 모두 하얗게 변했다.

몇 번의 태양경배를 했을까? 40분쯤 지났을 땐 팔이 욱씬거리고, 다리가 후덜거렸다.

비전이고 무엇이고, 호흡까지 희미해질즈음 선생님이 이제 다 왔어요. 조금만 더 힘내자는 반가운 소리가 들렸다.


모두의 호흡과 동작이 하나로 흐르는 그 시간과 공간엔 분명 신성함이 있었다. 어느 순간엔 무아와 비슷한 경지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습기와 열기로 가득한 공간에 가뜩이나 마스크를 쓰고 움직이는 건 쉽지 않았다. 이제 그만하고 싶다, 는 생각이 들 즈음 선생님이 말씀 하셨다.


"이제 세 번 남았어요. 지금까지 105번의 수리야나마스카라를 했어요"


.. 그리고 마지막 세 번의 수리야나마스카라를 이어갔다. 106번째 수리야나마스카라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사랑을 보내며, 107번째는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가족에게 사랑을 보내며, 마지막 108배는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해서.


108번 째 수리야나마스카라를 할 때 나는 울고 있었다. 콧물이 같이 흘러 우타나사나를 할 때 코가 매웠다. 그렇게 108번의 수리야나마스카라가 끝났다.


무릎을 꿇고 앉아 짧은 명상을 이어갔다.

사바아사나로 가기 전 호흡과 감정을 가다듬는 시간이었다. 이어지는 사바아사나는 그 어느때보다 달콤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귀하게 대하게 해주세요, 라는 나의 만트라에는 나도 포함돼 있었다.

나를 미워하지 않고, 남을 미워하지 않고, 세상을 미워하지 않는 것 그래서 나를, 남을, 세상을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2022년, 그리고 평생에 걸쳐 내가 이루고픈 것이었다.


후덜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엘리베이터 앞에서 선생님이 꼬옥 안아주셨다. 그리고 귓가에 "행복해, 많이많이 사랑하고."라고 말씀 해주시는데 또, 눈물이 쏟아졌다.


아름다움과 사랑으로 가득찬 2021년의 마지막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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