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유학을 떠나다

by 리베라따

고등학교 연합고사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아버지는 흐뭇한 표정이었고, 엄마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는 도시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신이 났다. 서점이 궁금했다. 도시에 가면 제일 먼저 도서관을 가보고 싶었다.


아버지랑 마루에 앉아 연합고사 통지서를 보며 얘기하고 있었다. 동네 아저씨가 마당을 가로질러 토방으로 올라왔다. 아저씨는 마루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전주 양반, 뭐 덜라고 가시내를 인문계 고등학교에 보낼라고 허요? 나는 두 딸을 상업계 보내는디. 딸들은 갈쳐봤자 다 소용없지. 안 그라요?”

아버지가 말했다.

“자식 농사가 제일 중요허지요. 딸이든 아들이든. 공부는 때가 있소. 대학까지 갈쳐야지.”

아저씨 딸과 나는 동창이다. 아저씨는 나를 보고 더 큰 소리로 말했다.

“쟈는 고집이 세고 말대꾸를 했사서. 커서 뭐가 될란가 모르겄소?”

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육일이가 어때서? 공부 잘하고, 말 잘 듣고, 심성이 곱고. 이만하면 되얐지.”

아저씨는 아버지가 한 말이 못마땅한지 일어섰다.

“나는 딸내미 가르칠 돈 아껴서 논을 사겠구먼. 딸은 시집보내면 끝이여. 암만!”

아버지는 내 연합고사 합격통지서를 잘 접어 궤짝에 넣었다.


엄마는 밭에 갈 때마다 눈물 바람이었다. 길에서 만난 준이 어매가 물었다.

“전주 성, 집에 뭔 일 생겼어? 요새 눈물이 마르지 않아? 왜 그려?”

엄마는 말을 못 하고 더 꺼이꺼이 울었다.

“참말로 왜 그런 당가, 성님! 말을 혀봐. 말을.”

엄마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육일이가 고등학교 합격했어. 쬐끄만 한 것이 오라비하고 밥해 먹고 학교 다녀야 할 것인 디. 차려주는 밥도 안 먹는 애가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 아~이~고, 아~이~고!”

준이 어매가 말했다.

“성님, 울 일이 아닌디 왜 그리 슬퍼혀? 우리 딸도 고등학교 가는디. 뭔 걱정이여?”

“육일이가 지금 내 품에서 떠나면 끝일 거라고. 안 그려? 고등학교 졸업하면 대학교에 갈 것이고, 그러다

시집가고 허면…”

엄마는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눈물을 흘리며 지냈다.


옆에서 지켜보던 막내 오빠가 한 소리 했다.

“가시내, 너는 어머니가 안쓰럽지도 않냐? 지 때문에 어머니가 맨날 눈물 바람인디.”

“나보고 어쩌라고? 내가 멀리 가는 것도 아닌데. 일주일에 한 번 집에 올 거잖아.

엄마가 지나친 거라고. 다른 엄마들은 애들이 고등학교에 간다고 기뻐하던데.”

오빠가 듣고 싶은 대답이 아니었는지 미간을 찡그렸다.

“어머니, 제가 육일이 잘 챙길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나야말로 오빠가 맘에 안 들었다. 엄마한테는 다정하게, 내게는 뼈있는 말투로 말했다.


3.1절에 오빠랑 짐을 꾸렸다. 버스를 타러 가는데 엄마가 자꾸 눈물을 닦았다. 도시에서 학교 다닐 것을 생각하니 나는 기분이 좋았다.

“엄마, 아버지! 다녀오겠습니다.”

아버지는 담담하게 잘 가라고 손을 흔들었다. 엄마는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팽하니 코를 풀고 콧물만 닦았다. 버스가 왔다. 오빠랑 버스에 올랐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멀어지는 엄마가 보였다. 오열하는 엄마의 모습이 점점 작아졌다.


그렇게 나의 한 시절이 끝나고 있었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엄마를 안아줄 수 있을까?

이전 13화완전 할아버지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