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할아버지던데

by 리베라따

중학교 2학년 봄날이었다.

눈을 뜨니 6시 50분. 늦었다. 세수하고 양치질한 후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7시 10분 첫차를 놓치면 1시간 넘게 걸어서 학교에 가야 한다. 책가방을 메고 뛰었다. 다행히 버스를 탔다. 뭔가 빼먹고 온 것 같았다.


2교시 끝난 후, 담임이 나를 불렀다.

“아침에 기분 안 좋은 일 있었냐?”

“아니요.”

담임이 또다시 말했다.

“도시락은 왜 놓고 왔냐? 네 아버지가 도시락 가지고 왔다. 받아라.”

나는 담임이 도시락 얘기를 할 때까지, 도시락을 안 가져왔는지도 몰랐다. 등교하면서부터 잊고 온 게 뭘까? 생각해 내려고 했는데, 그게 도시락이었던 거다. 담임이 전해준 도시락을 놓고 2층 교실에서 1층으로 내려갔다. 아버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교장실에도 교무실에도 없었다. 건물 밖에서 웅성웅성 소리가 들렸다. 우리 반 남자애가 말했다.

“야, 그 할아버지 봤어? 사극에 나오는 사람 같지? 턱수염, 콧수염이 하얗고, 머리도 백발이잖아.”

이번엔 여자애가 말했다.

“중절모에 한복 입고 학교에 온 사람은 처음이다. 거기다 수염까지 기르고?”

애들은 아버지 수염에 대해 말이 많았다.

“진짜 수염일까? 아마도 가짜 수염일 거야. 내기할래?”

내가 그 옆을 지나가자, 우리 반 남자애가 말했다.

“야, 네 할아버지 방금 내려갔다. 만났냐?”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

“아니, 못 만났어. 할아버지 아니고 아버지야.”

“헐! 아버지라고? 완전 할아버지던데……”

그 애를 째려본 후, 그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정문 쪽으로 달려갔다. 아버지는 45도 경사의 언덕길을 지팡이에 의지한 채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다. 먹색 두루마기에 하얀 한복, 하얀 고무신, 베이지 중절모에 흰 수염을 기른 아버지는 내가 봐도 영락없이 할아버지 행색이었다. 나는 멀어져가는 아버지를 보고,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했다.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도시락을 먹었다. 아침을 못 먹어 점심이 꿀맛이었다. 교실 밖을 내다보았다. 운동장 나무 사이로 버스정류장이 보였다. 집에 갈 버스를 3시간이나 기다릴 아버지가 생각났다.

“아버지는 점심을 드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