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픈 자취인생을 반짝반짝 밝혀줄 자취 필수품!
자취, 그런 게 필요하다구?
'혼자'가 대세인 시대지만, 홀로 생활을 꾸려나가는 건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다달이 월세나 전세대출 이자를 갚아나갈 수 있을 만큼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어야 하고,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 등 각종 공과금이 밀리지 않도록 꼼꼼하게 챙길 줄도 알아야 한다. 햇볕이 너무 뜨거우면 암막커튼도 달아야 하고 수압이 약하면 밸브도 조절해야 한다. 접시가 깨지면 튄 유리를 조심하며 재빨리 청소기를 돌리고, 욕실에서 넘어져 발가락뼈가 부러지면 울지 말고 침착하게 구급대원을 부른다. 자잘하게 고장 나는 일상을 스스로 수리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심리적으로도 안정을 느끼는 집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고 허름해도, '내 집'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내 몸을 누일 수 있는 나만의 공간. 그 공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건, 자취 생활을 통해 부딪히고 깨지며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나의 자취 생활에 필요한 나의 물품을 열심히 마련해야만 한다. 가전제품? 주방용품? 그런 건 각자 사정에 맞춰 구매하면 된다. 그런 것보다, 고달픈 자취인생을 달래주고 나의 작은 방을 좀더 따뜻하게 밝혀줄 숨겨진 자취템이 필요하다. 누구의 공간에나, 어떤 집에나, 그런 게 필요하다.
쌀쌀한 가을밤, 약속도 없고 핸드폰도 조용한 밤.(+애인도 없는 밤) 고요한데 거룩하진 않은 밤.
몸도 마음도 허해 뜨겁고 달콤한 코코아를 마셔보지만, 그깟 코코아 단숨에 들이켜고 나면 금세 다시 추워지는 밤. 부스럭거리며 이불속에 들어가지만 오늘따라 널널하게만 느껴지는 싱글침대.
그럴 때 필요한 건, 반려인간도 반려동물도 아닌 반려인형!
인간은 그립지만 만나고 싶진 않을 때, 동물이나 식물을 키울 상황이 되지 않을 때, 그렇지만 내 품에 꼭 안겨 나를 안아주는 따스한 존재가 절실할 때. 바로 반려인형을 들일 때다.
반려인형은 내가 좋아하는 질감과 촉감으로 이루어져 있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친구다. 때론 내 눈물과 콧물을 받아먹는 마음 따뜻한 친구이자 나의 방귀, 트림 등 온갖 생리현상도 웃는 얼굴로 바라봐주는 비위 강한 친구다. 전 애인들과의 일화를 낱낱이 꿰고 있지만 새 애인 앞에서 침묵해주는 속 깊은 친구고, 밥도 물도 축내지 않는 검소한(?) 친구다.
그렇지만, 고작 인형 아니냐고?
마음 아픈 일이 있는 날, 너무 힘들어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은 날, 반려인형은 그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샤워를 마치고 혼자 이불에 누웠다가, 머릿속은 복잡해서 잠은 안 오는데 누구에게도 전화를 걸 수가 없어 얌전히 핸드폰을 내려놓을 때. 산다는 건 왜 이렇게 가혹해야 하는 걸까 입술을 꽉 깨물게 될 때. 아까 들었던 날카로운 말이 갑작스럽게 찔러와 아프고 쓰릴 때. 그때 당신의 눈에 반려인형이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반려인형의 믿을 수 없는 따뜻함에 놀라게 될 것이다. 그는 당신을 꼭 안아줄 것이고 조용히 토닥여줄 것이고 밤새 함께 있어줄 것이다. 편안하고 익숙한 당신의 냄새로, 당신이 익히 알던 그 특유의 표정으로,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촉감으로, 부드럽게 때론 단단하게, 당신을 지킬 것이다.
자취 생활을 하면서 고장 나는 건, 변기나 싱크대뿐만이 아니다. 마음은 더 쉽게, 더 자주 고장 나곤 한다. 나를 지킬 수 있게, 그런데 나 혼자서 나를 지키는 건 너무 어려우니까, 나는 자취를 하면서 반려인형을 들이게 됐다. 우리는 함께 일상을 나누고, 함께 울고 웃고, 함께 '나'를 지킨다. 이 작은 방과 일상을 지킨다.
물론 여건이 된다면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생명체를 키우는 건 소질도 있어야 하고 큰 책임감도 따르는 일이니,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반려인형을 들이면 어떨까? 쉽게 미끄러지기 쉬운 마음을 지키기 위해 얇은 그물망 하나 더 치는 것, 단순해 보이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혼자의 방은 중요하지만, 그만큼 부서지기 쉬운 연약한 방이니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