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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taiji Jul 24. 2019

첫 눈맞춤

생후 40일이 되던 날

"나이가 드실수록 점점 어린아이 같아지실거야."
​_
아이들은 '착한 아이'가 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일을 저질렀을 때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로 자신이 여전히 착한 아이임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부모님이 거짓말을 하신다. 자신의 주장이 틀렸음에도 옳다고 만들기 위해서 우기신다. (우기는 데엔 장사 없다.)
아이처럼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울거나 생떼를 쓴다. 이런 아이같은 모습을 시간이 갈수록 자주 부모님에게서 발견한다.
다른 점은 아이에게선 점점 성장해가는 앞날이 기대가 된다는 것이고,
연로하신 부모님에겐 하나씩 잃어가는 것에 대하여속상하고 실망하기보다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
_
정확히 생후 40일에 접어들고
아이는 아빠를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39일까지만 해도 아직 앞이 안 보여서 시선은 먼 산을 바라보거나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런데 엊그제부터 아빠를 빤. 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정말 나를 보는 걸까 얼굴을 이리저리 흔들어 보았다. 그런데 눈동자가 정확히 내 얼굴 가는 방향으로 따라왔다.
​_
아침잠 없으신 아이는 새벽에 한참동안 아빠의 눈을 바라보았다.
아이는 초점책보다 아빠, 엄마의 눈을 바라보는 게 더 좋았다.
아빠는 아이와의 눈맞춤이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스러웠다.
​​_
처음엔
엄마 뱃 속에서 탯줄을 통해 숨을 쉬며 양수에서 살다 나와 코로 숨을 쉬는 게 신기했고,
분유먹고 어른보다 크게 트림하는 게 우스웠고,
작게 옹알거리며 목소리를 내는 게 귀여웠고,
흐리던 눈이 또렷해지며 아빠를 빤히 쳐다보는 게 감동이었다.
작은 것 하나하나 배우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매 순간이 기적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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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딸꾹질을 할 때나
우유 먹다 사래가 들리거나
기저귀를 갈다 자지러지게 울 때나
똥을 며칠 동안 안 쌀 때면
어디 아픈 게 아닐까 걱정이 되고
건강하게 자라기만을 바라게 된다.
​_
​일 년 동안 성실하고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일하시던 알바 아저씨께서 얼마 전 폐암 4기 판정을 받으시고 그만두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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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장사한 지 9년째,
우기고 생떼 쓰시는 모습이 영락없이 어린아이 같고,
거짓말로 자신의 실수를 감추는 부모님의 모습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넘긴다.
그저 아이도 어른도 건강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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