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각자의 달리기가 있다

무단횡단과 임산부 보호석에 대해

by Intaiji

몇 년 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나의해방일기 를 정주행 하기 시작했다.

서울까지 하루 3시간을 꼬박 출퇴근에 소모하는 경기도민의 이야기이다.

극 중 첫째 언니는 집으로 가는 길을 멈춰 설 수가 없다.


"지금 멈추면 집까지 못 가. 이 속도로 쭉 걸어야 해."


지치다 못해 절어버린 십수 년 차의 직장인의 모습이 애잔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의 모습을 생각했다.


경기도에서 서울 성북구 산동네에 위치한 고등학교만 한 대학교를 가기 위해

꼬박 3시간이 걸렸다.


막차 시간은 11시 7분.

맥주라도 한잔 한 날에 막차에서 소변을 못 참고 내리는 날에는

신도림에서 택시나 시외버스를 환승하는 수고를 해야만 했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장거리 달리기를 몇 번 완주를 했다.

쉬었다 다시 달리기 시작하면 온몸이 소리를 질러댔다.

그렇게 삐그덕 거리를 몇 분 간 참아내야 겨우 제대로 걷다시피 달려나아 갔다.

또 쉬었다 가면 온몸에서 질러대는 고통의 몸부림을 다시 겪어야 했기에 걷더라도

쉬지 않고 나아가야 했다.


횡단보도에서 목숨 걸고 달리는 중년의 여성들을 많이 목도한다.


'다음 신호에 건너면 될 것을.... 누구 죽었나?'


하지만 이제 나도 안다.

그들이 다음 신호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욱 고통스럽다는 것을.


지하철에서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이 중년의 여성들은

최고의 순간 가속도를 내고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만약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임산부석에 앉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아주 치열한 순간임을 알기에 이젠 눈을 흘기기보다

그들만의 치열한 레이스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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