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버리는 '자원'인가요, 귀한 '자본'인가요?
우리는 흔히 회사 내 인사 담당 부서를 HR(Human Resources)팀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R'이 뜻하는 리소스(Resources), 즉 '자원'이라는 단어에 대해 한번 깊게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자원의 사전적 의미는 '생산에 필요한 물자나 노동력'입니다. 석유나 석탄처럼 필요할 때 가져다 쓰고, 다 쓰면 고갈되어 버리는 소모적인 느낌이 강하죠. 과연 우리와 매일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동료와 직원들도 이렇게 쓰고 버려지는 존재일까요?
'자원'을 넘어 '자본'으로: 석학들의 통찰
경제학의 역사를 바꾼 노벨상 수상자, 게리 베커(Gary Becker)는 1964년 경제학 관점에서 '인적자본(Human Capital)'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인간을 단순한 노동력의 합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교육과 훈련, 그리고 경험을 통해 지식과 기술을 쌓으면 쌓을수록 그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생산적인 자산'으로 정의했죠. 기계는 쓰면 쓸수록 닳고 감가상각이 되지만, 사람은 투자를 하면 할수록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유일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 이후 경영학에서 '생산 과정에 투입된 노동의 양(量)만이 아니라, 질(質)을 살펴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되게 됩니다.
패러다임의 전환: 비용(Cost)에서 투자(Investment)로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직원을 '관리해야 할 비용'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인건비를 줄여야 이익이 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제는 이 패러다임을 과감히 바꿔야 합니다. 직원은 쥐어짜야 하는 '비용(Cost)'이 아니라, 회사의 미래를 위해 아낌없이 지원해야 하는 '투자(Investment)'의 대상입니다. 직원을 소모품인 자원(Resource)으로 보면 그들은 지쳐 떠나겠지만, 자본(Capital)으로 대우하면 그들은 기업과 함께 성장하며 놀라운 성과로 보답할 것입니다.
HR Practices의 차이
예를 들어 채용에서 인적자원 관점의 회사는 “빈 자리 채우기”가 우선이 됩니다. 급한 프로젝트가 생기면 즉시 경력자를 데려오고, 성과가 안 나오면 빠르게 교체하는거죠. 반대로 인적자본 관점은 “역량을 키울 토양 만들기”에 더 투자합니다. 신입을 뽑아 직무 로테이션을 돌리고, 멘토링·온보딩을 체계화하는 등, 당장 생산성이 조금 낮아도, 1~2년 뒤 성장 곡선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HR 제도를 운영하게 됩니다.
교육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인적자원형 교육은 법정의무교육처럼 ‘필요 최소’를 맞추는 데 그치기 쉽지만, 인적자본형 기업은 교육을 수익과 연결되는 투자로 설계합니다. 예컨대 영업조직에 협상·데이터 활용 교육을 넣고, 교육 전후의 제안 성공률이나 고객 유지율을 추적합니다. “교육했으니 끝”이 아니라 “교육이 성과를 만들었는지”까지 보는 HR이 되는 것입니다.
안전(산업재해) 역시 차이가 확인됩니다. 인적자원 관점에서는 사고를 ‘관리해야 할 리스크’로만 보아 규정 강화와 처벌 회피에 집중하기 쉽지만, 인적자본 관점에서는 안전을 생산성의 기반으로 인식합니다. 현장 근로자가 위험을 발견하면 바로 멈출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아차사고(near-miss) 보고를 칭찬합니다. 결과적으로 사고가 줄고 숙련 인력이 떠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을 지키는 비용’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과의 조건’이 되는 셈이죠.
미래 경영의 해답: Sustainable HRM(지속가능 인적자원관리)
이렇게 직원을 소중한 자본으로 인식하는 새로운 HR의 흐름, 그것이 바로 '지속가능 인적자원관리(Sustainable HRM)'입니다.
※물론, 이 용어에서도 아직 Resources를 사용하고 있어서 아쉽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경영학계에서 제시된 개념중 '인적자본'의 의미를 가장 많이 담고 있는 개념이라고 판단됩니다.
이 분야의 권위자인 에이너트(Ina Ehnert) 교수는 Sustainable HRM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기업의 단기적인 경제적 성과뿐만 아니라, 직원의 인간적 욕구와 사회적 책임을 균형 있게 추구하며 인적 자원을 소모시키는 것이 아니라 재생산(Regeneration)*하는 활동이다."
또 다른 석학 로빈 크라마(Robin Kramar) 교수 역시 강조합니다. "조직의 재무적 결과는 물론, 직원들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사회적·환경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장기적인 접근 방식이다."
결국 Sustainable HRM의 핵심은 회사가 직원을 소모시켜 이익을 얻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직원의 건강과 안녕(Well-being)을 돌봄으로써 기업도 더 오래, 더 멀리 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죠.
우리 회사는 지금 직원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직원은 닳아 없어지는 부품이 아닙니다. 닦고 조이고 기름 치며 소중히 아껴야 할, 우리 기업의 가장 큰 '자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