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진짜 주인공'
요즘 한국 ESG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상장기업의 ESG 정보 공시가 언제, 어떻게 의무화되느냐”였습니다. 최근에는 지속가능성(ESG) 공시 로드맵이 2026년 1월에 발표된다는 보도도 있었죠. 1월 발표 내용을 보면 정확한 일정과 범위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6년 1월까지 기다리지 않더라도 분명한 큰 흐름은 있는 것 같습니다. 상장기업이 이해관계자(투자자, 고객, 지역사회 등)가 궁금해하는 ESG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시대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 말하자면, 재무제표처럼 ESG도 기업의 ‘기본 성적표’가 되어 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첫 번째 문이 어디에서 열릴지는 비교적 선명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시급한 이슈인 기후변화입니다.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처럼 탄소 배출과 연결된 규제를 실제로 작동하고 있고(기업 입장에서는 “수출·공급망”과 곧바로 연결됩니다), 디지털 제품 여권(DPP)처럼 제품의 생산·유통 전 과정 정보를 더 투명하게 요구하는 흐름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국제사회에 약속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해야 하고, 이 목표는 결국 산업과 기업의 참여 없이는 달성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ESG 활동을 “탄소중립 중심으로 집중”하는 건 아주 자연스럽고, 타당합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 우리는 꼭 한 가지 질문을 해 보아야 합니다.
“ESG를 E(환경), 그중에서도 탄소배출만 관리하면 충분할까?”
저는 그 답이 “아니다”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ESG는 원래 재무 성과만이 아니라 비재무 성과도 함께 보자는 요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주주가 원하는 성과(재무)와, 이해관계자가 체감하는 신뢰(비재무)를 균형 있게 관리해야 기업이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관점이죠. 달리 얘기하면, 현재 시점의 성과(재무)와 함께 미래 시점의 기업가치를 제고(비재무)하는 활동을 같이 추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ESG 활동의 기본 지향점은 ‘균형’입니다. E·S·G 사이의 균형도 같은 논리로 중요해집니다.
둘째, ESG는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키는 경영활동’입니다. 고객, 지역사회, 정부, 투자자… 많은 이해관계자가 있지만, 그중에서 자주 중요성이 간과되는 집단이 있습니다. 바로 직원입니다.
ESG를 하면서 “밖”을 설득하는 데만 열중하면, 정작 “안”에서 함께 달릴 사람들이 지치기 쉽습니다. 이해관계자 만족은 밖과 안을 같이 챙겨야만 합니다.
셋째, 그리고 가장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탄소배출 감축이든, 산업재해 예방이든, 윤리·준법이든… 회사가 내건 ESG 목표를 실제로 ‘달성’하게 만드는 사람은 결국 직원입니다. 직원은 ESG 경영에서 두 얼굴을 가집니다. 회사가 배려하고 책임져야 할 이해관계자(객체)이면서 동시에 ESG 과제를 실행하는 실행자(주체)입니다.
화려한 공시 계획과 탄소중립 목표 뒤에 가려진, ESG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직원'에게 우리 기업들이 다시 한번 주목해야 할 이유입니다.
탄소는 방향이고, 사람은 추진력입니다.
그리고 그 둘이 균형을 이룰 때, ESG는 “해야 하는 일”을 넘어 “되는 일”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