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은 좀 분주한 달이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니 방학이라는 거대 이슈가 크게 들어선 가운데,
여름 휴가가 8월 초반에 있고 중반을 넘어 아이 생일이 있고, 그날부터 아흐레 지나 결혼기념일로 8월을 마감하는 식이다.
이 중에서 가장 준비하는 것은 휴가인데 '아이를 데리고 어딜 가야하는가'에 대하여 봄철 내내 고민하여 여름 기운이 오기 전에 날짜와 장소를 확정해둬야 하기 때문이다. 이게 정해지면 여름도 방학도 걱정이 덜하다. 그 다음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이 생일. 8월로 달력이 넘어가면서부터 선물 선정을 위해 이리저리 아이의 말을 좀 더 새겨 듣고자 한다. 케잌도 사고 매년 재활용하는 해피벌쓰데이 가랜드도 지퍼백에서 꺼내 유리창에 붙여 기분을 좀 낸다.
가장 헐렁히 넘어가는 날은 변함없이, 결혼기념일이다.
올해로 9주년. 아이를 낳고 조리원에서 첫 결혼기념일을 맞이했으니 결혼, 임신, 출산을 지체없이 추진해 왔고 성과를 낸 샘이다. 후하. 출산과 초보 엄마로서의 진빠지는 좌충우돌 속에서도 신혼의 마음이 왈랑왈랑거린 초반 몇 년간 한결같이 그 날을 잊고 뒤늦게서야 아! 하는 외마디로 9월을 열었던 남편과 살며 이렇게 마음이 부딪히고 저렇게 무뎌지다 보니 나 역시 그 무슨 대단한 날인가 싶어진 날인데,
어째선가 올해 남편은 일주일 전부터 그 날을 알은체한다. 왠일인가 싶고 기특하기도 한데 세월에, 일상에 무뎌진 나는 특별하게 신이 더해지진 않는다. 그저,
잡채, 불고기, 갈비 등 잔치메뉴 카드는 이미 8월 선 이슈에서 써먹어서 다시 꺼내도 특별함은 없을 것이라 오늘 저녁은 뭘 해 먹나, 그래도 좀 색다른 걸 해 먹어야 하나, 이리저리 궁리하지만 뾰족한 답은 없어 빈 손으로 마트를 돌아 나오며,
나이 어린 상사에게 존댓말을 쓰며 걸려온 전화를 부리나케 받아 나가고, 팀원들을 다독여 덜컹이며 나아가는 와중에도 고단과 고민을 보람과 책임감의 기운으로 열심히 지워 나가는 남편의 하루들을 가늠해 보는 것,
땀을 줄줄 흘리며 밝게 웃고, 그득 먹고, 잘 자고, 실내화 가방을 뱅뱅 돌리며 기운차게 학교로 내달리는 아이를 기특해 하는 것,
그것으로 소리 없는 고민들과 자욱 없이 흩어지는 나의 한숨들을 이겨 보내고 나 역시 하루를 버텨 일어서보는 것,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나의 버팀을 애써 잡히는 듯 꺼내어 가만히 토닥여 주는 남편.
이것이 결혼 9년이 된 내가, 나의 배우자가 서로를 위해 할 수 있는 담담한, 단단한 최선이 아닐까, 응원이 아닐까, 축하가 아닐까, 싶다.
칼칼한 순두부찌개에 아이는 콩나물 국, 애호박 전 몇개를 부치고 닭고기도 몇 조각 구워 밥 먹으라 식구들을 부른다. 헐렁해보이는 꽉 찬 식탁이다. 퇴근길에 남편 손에 들려 온 케잌은 후식으로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