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CI 연구원의 시작
사람이 인생에서 몰입의 경험을 몇 번이나,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을까?
그 횟수나 기간과 상관없이, 몰입의 경험은 언제나 큰 기억으로 남는 것 같다.
연세대에서 HCI 연구를 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 캠퍼스에는 학자금 기부자들을 기리기 위해 벤치에 이름을 새겨주는 전통이 있었다. 벤치에 적힌 글귀 중 하나가 마음에 깊이 남았다: "여기 앉으신 분들 예쁜 꽃도 피우고 좋은 열매도 맺으시길." 따스한 글귀에 이끌려 나도 그 벤치에 앉아봤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그 벤치처럼 예쁜 꽃과 좋은 열매를 맺기를 바란다.
연말이 다가오고 새해가 다가올 때면, 랩실 식구들과 함께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전통이 있었다. 교수님께서는 당신의 지도교수님께서 개인 집에 학생들을 초대하여 캠프파이어도 하고 마음을 나눴던 기억이 정말 좋게 남아있다고 하셨다. 정말 커보이던 교수님께서 교수님의 학생 시절 이야기를 해주는 모습이 친근하고 좋았다. 교수님께서도 텃밭을 가꾸는데 날씨 좋아지면 우리 초대할테니 바베큐 파티를 하자고 하셨다. 곁을 내어주는 교수님 곁에 오래 있고 싶다는 생각과 나도 곁을 내어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따뜻한 생각이 들었다. 새해다짐으로 교수님께서는 "건강하게"라는 목표를 적으셨다.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때의 나는 즐거운 커리어 목표로 새해다짐을 썼던 것 같은데 30대가 되니 건강이 최우선이 되는게 무척이나 더 실감이 난다. 그 순간에 적었던 다짐들이 모여 인생을 만들어 온것 같다.
교수님께서는 교직뿐만 아니라 사업체도 운영하셨는데 덕분에 디지털 치료제(DTx)를 개발하는 회사에 출퇴근도 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공덕에 오피스가 있어서 자전거 타고 10분만에 갈 수 있었다. 출퇴근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구성되어 있었다. 가끔 1인 단독실에 가서 여유를 부릴때 큰 사무실에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게 참 힐링이 되었다. 공간의 힘이라는 것은 정말 강해서 몰입을 돕는 것 같다. 그때의 몰입과 경험은 나의 성장에 있어서 큰 밑거름이 되었고 이렇게 한 장 한 장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그때의 몰입의 순간들이 다시 내 마음속에서 되살아나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