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야 데브

[인도사람들 첫번째]

by 까보뽈로니오

[인도사람들 첫번째] 프리야 데브(23, Guwahati, 경영&마케팅 석사과정)


인도에서의 첫 장거리 기차 등급은 SL에 비하면 호텔급이라는 3AC로 선택했다. 많은 배낭여행자들이 이용한다는 SL(침대칸 중 가장 등급이 낮고 에어컨이 없는 등급)을 택하지 않은 것은 콜카타에서 첸나이, 무려 30시간의 긴 이동시간 때문이기도 했지만 두 배 정도 비싼 3AC칸을 타면 중산층 이상의 인도 가족이나 대학생을 만나 좀 더 깊은 대화를 영어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였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와 비슷한 나이 때의 인도 대학생들을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누고 돌아갈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고, 우리끼리 소소한 목표를 정했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첫 기차에서부터 운이 좋았다. 딱 우리가 마음속으로 원했던, 중산층 이상의 교육을 잘 받은 똑똑하고 명랑한 대학생과 중학생 딸 둘이 있는 가족과 한 칸에서 하루가 넘는 시간을 같이 지내게 된 것이었다. 무뚝뚝하지만 은근히 계속 우리를 챙기는 자상한 아저씨(딸들의 아빠)와 가족 중 유일하게 영어를 못하는 아줌마의 편한 무관심(혼자 좋은 자리를 차지하시고 편하게 있는 걸 즐기셨다) 그리고 수다스러운 딸 둘 덕분에 우리는 이 가족과 금방 가까워질 수 있었다.


첫째 딸 프리야는 나(해인)랑 동갑이고 나처럼 외모에 관심이 많은 여대생이다. 동북부 주의 주도인 과하띠에 있는 한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과정 중이다. 나와 동갑내기인 프리야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질문들을 했다.


해인,용우 - 인도 현 모디 정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특히 화폐개혁이 지금 제일 큰 이슈잖아.

프리야 - 나에게, 특히 우리 젊은 세대에게 모디는 신이나 다름없어. 모디는 해야 할 게 많은 인도를 위해 많은 걸 과감히 하고 있어. 특히 예고 없이 단행한 화폐개혁(Demonitization)을 통해서 계속 자기 돈을 불리고 있던 부자들 간의 암시장이 드러나게 됐고, 많은 테러단체들도 고초를 겪게 됐어. 개혁을 통한 개방성. 이게 모디 정부를 지금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거 같아.


해인,용우 – 그렇구나. 화폐개혁하니까 우리도 예전에 비슷한 맥락에서 시행됐던 정책이 있었어. 김영삼 대통령이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금융실명제를 실시했거든. 모든 금융거래를 실명으로 할 수 있게 해서 좀 더 투명하고 합리적인 과세기반을 마련하자는 취지였지. 어쨌든 인도는 모든 면에서 발전할 일만 남은 것처럼 보여. 그럼 넌 발전에 있어서 인도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해?

프리야 - 음.. 다양성? 우리는 언어도 엄청 많고 종교도 다양해. 계급도 다양하고. 하지만 우리 젊은 세대들은 다 같이 어울리고 있어. 나는 크샤트리아(카스트제도의 브라만 다음 계급) 계급 출신인데, 인도에는 대학 정원에서 계급별로 쿼터제가 있어서 나는 브라만 출신 친구부터 달리트(불가촉천민) 출신 친구까지 엄청 다양하게 친구가 있어. 종교도 그래. 무슬림 친구도 굉장히 많아. 하지만 적어도 대학에선 우리 모두 함께 어울리니까, 대학생 입장에선 이런 다양성이 인도의 희망이고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해인,용우 – 종교 얘기가 슬쩍 나와서 말인데, 힌두교도로서 너에게 종교는 어떤 의미야? 보통 종교(힌두교)는 인도에서 사람들의 삶에 늘 영향을 미치잖아.

프리야 – 음, 물론 힌두교는 오랫동안 이어져온 거야. 하지만 나는 우리 부모님 세대만큼은 종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아. 나에게 더 중요한 건 인간애(humanity)고 우정이야. 종교로 품을 수 있는 세상이 좁다면 나는 그 세상을 울타리에 가두고 싶지는 않아. 나는 내 모든 친구들을 사랑하고, 너희 같은 외국인들도 좋아해. 부모님께 손 안 벌리고 내 능력으로 기회만 주어진다면 외국에도 꼭 나가서 공부해보고 싶어.


해인,용우 – 하하.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야. 혹시 네가 생각하는 인도 사회의 문제점도 짚어줄 수 있을까?

프리야 – 앞에서 말했듯이 너무 종교적인 것에만 의지하는 것, 너무 미신적이고 영적인 것에만 집중하는 거. 그리고 이런 것들에 기반해서 남녀 차별이 아직도 너무 심하다는 거. 이런 게 우리 사회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생각해. 대단히 관용적인 사고방식(mindset)은 아닌 거지. 그래도 인도는 지금 말 그대로 발전 중인 나라(developing country)야. 난 모디 총리가 꼭 재임에 성공했으면 좋겠어.

해인,용우 – 그렇구나. 모디 총리의 과감한 개혁들의 좋은 취지가 나중에 꼭 좋은 성과로 나타났으면 좋겠다.


프리야는 여러모로 대학생인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은 친구다. 우리처럼 옷 사는 것을 좋아해 얼른 석사과정을 마치고 돈을 벌어 부모님에게서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싶다고, 마음껏 쇼핑을 하고 싶다고 한다. 안정적인 가족의 울타리 안에 있고 가족들과 있을 땐 영락없는 어린 소녀 같지만(기차에서 프리야 가족을 만났을 때 이들은 2주 간 남부로 가족여행을 가는 중이었다) 자신의 꿈이나 사회를 이야기할 땐 눈빛이 더 강해지고 자기 얘기를 당당하게 펴는 모습도 언뜻 내(해인) 모습 같았다. 인도 사회에 대한 프리야의 열린 생각들을 듣고 나니 앞으로 만날 다른 인도 대학생들의 생각들이 더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