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의 짧은 도쿄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다시 일상에서의 내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여행을 하는동안 중요한 메일이 온 것은 없는지 확인하고자 메일함을 열었는데 뭔가 낯선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An employment opportunity to work at ..."
워낙 영어 관련 일을 하는지라 영어로 메일을 받는 것은 익숙했지만 고용 기회라니 뭐지? 싶어서 클릭을 해봤다. 내용을 읽어내려갈수록 머리가 팽팽 돌기 시작했다. 그건 내가 평소 관심있게 보던 국제학교에서 내게 영어 선생님 포지션을 제안하는 이메일이었다. 정확하게는 학교에서 영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모아둔 반을 가르치는 포지션이었다. 이메일에는 내가 답장을 보낸다면 인터뷰 날짜를 잡겠다는 내용이 있었고, 나는 기쁨과 흥분과 약간의 두려움에 가득찬 상태로 승락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형식적인 인터뷰 끝에 학교에 출근하게 되었다. 아, 그 형식적인 인터뷰에서 단 하나 기억나는 것, 그리고 나의 학교생활을 특징짓게 되는 인터뷰어의 말이 있었다.
“우리는 인내심 많고 유연한 선생님을 원해요.”
인터뷰 자리에서는 웃으며 “그럼요, 당연하죠!” 라고 대답했다. 내가 무엇에 당연하다고 이야기하는 줄도 모른채.
그리고 학기는 시작되었다. 그와 동시에 여러가지들이 시작되었다. 편도로 한시간 반이 걸리는 긴 출퇴근, 아이들과 매일 매 순간 작용하며 생기는 나의 고뇌, 선생님으로서 내가 잘 하고 있는건가 하는 나 스스로에 대한 고찰, 매일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면 관자놀이에 거머리 같이 달라붙은 채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편두통. 새벽 네 시면 저절로 눈이 떠지는 마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낀 점은 ‘이 선생이란 직업, 나랑 꽤 맞는데?’였다. 반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 때문에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은 채로 집에 돌아온 그 다음 날에도 신기하게 이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내가 그 이유를 생각한 바로는 몇 가지가 있었다. 첫째, 계획을 세우는 데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나에게 일년치의 계획이 미리 나오는 학교라는 시스템이 잘 맞는다. 둘째, 천성적으로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한다(?). 다시 말해 내가 아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알려주었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 마지막 이유는 현재 학교에 특정된 이유인데 내가 가르치는 수업의 커리큘럼을 짜는데 많은 자유가 보장된다. 그래서 내가 가르치고 싶은 코스워크대로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다.
매일 나는,
어찌나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는지.
어찌나 다양한 인생을 만나는지.
하지만 그들의 문제는 어찌나 획일적인지.
초보교사로서의 일상은 매일이 시끄럽고 숨가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