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의 상징(2), 숲길
방향 속에서 방향이 사라진 해체의 상징(2), 숲길
산까지 이어진 길은 대체로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져 있었다. 길은 쭉 이어져 방향이 명확했다. 하지만, 그 길마저도 방향을 따라갈 수 없었다. 하나의 방향에 수많은 갈래가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나는 그 길 걷기를 멈춰야 했다. 도심의 골목길을 지나 인왕산 길로 막 접어들었을 때였다. 갈래길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분명 앞으로 갈 길이 명확했는데 어느 순간, 이 갈래길에서 내가 머뭇머뭇한 것이다. 왜냐하면, 나아갈 길을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느 길로 가도 목적지에 다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걸 장담할 수 없었다. 이제 나는 길 앞에서 길을 고민해야 했다. 선택은 둘 중 하나였다. 계속 오를 것인지, 옆으로 비켜 갈 것인지 말이다. 산인지, 숲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내 몸이 하나였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숲길을 택했다. 이유라면, 숲이 나를 불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날따라 무척 더웠다. 초반에 그늘도 지고 길은 평이했다. 그런데 길이 이어질수록 몸이 생각보다 빠르게 기진해졌다. 광장의 소리는 이제 아련해졌다. 힘을 내어 숲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어느새 허기가 느껴졌다. 숲길 초입에 있던 가게를 그냥 지나쳐 왔기에 간단한 간식밖에 없었다. 잠시 숨을 고르며 그냥 물을 마셨다. 작은 호밀빵도 조금 곁들였다. 이왕 쉬는 것 앉기 좋은 바위에 걸터앉았다. 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숲 길가 한편, 철 이른 코스모스가 생경했다. 서둘러 핀 계절 꽃의 착각이었을까. 그 꽃을 보고 있으니 계절의 변화가 생각보다 이상해지고 있다는 것이 실감 난다. 옛 세계로부터 빠르게 이탈되고 있다는 생각이 겹쳐진다. 그런데 그 생각 끝에 내가 주일 이 시간, 나만의 세계에 갇혀 있을 때에, 세계는 자기 변화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는 생각이 스쳤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밀고 들어오는 세계 이상 질서에 밀착하여 생존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폐쇄된 공간의 안정과 이 열린 공간에서 이탈과 밀착의 싸움이 이질적이었다.
그 순간, 자연스럽게 나의 안식 공간에 머물며 나의 세계에서 이탈하지 못했던 내가 하늘거리는 꽃 위에 얹혔다. 잠시 쉬는 이 시간, 커다란 질서를 목격한 것 같아 마음이 새로웠다. 이렇게 새 세계를 붙좇는 나를 위해 행복하게 읊조렸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