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 단어 10-365
1.
비가 내리던 어느 날
광화문 광장 건너 고궁 정문이 희뿌옇게 멀어 보였다.
바람도 가볍게 불어
내리는 비가 춤추는 듯하다.
막히는 길을 겨우 빠져나와
다시 굽이치는 산길을 달린다.
오를수록
산 아래 도시는 물안개로
옷을 입고 마침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 길을 달리던 내 지친 몸이
산 공기에 잠시 몽글해졌다.
2.
겉이 매끄럽게 다듬어져
눈으로 보기에도
손으로 만져보기에도
보드라운 느낌이 든다.
생각해 보면
거대한 바위라도,
세월이 흘러
비와 바람, 모진 풍파에
이리저리 휩쓸리다 보면
깎이고 깎여
고운 모래 같아진다.
3.
흔한 말이겠지만,
찌를듯한 삶의 고통도
용기를 내 조금 떨어져 보면
그나마 고른 숨을 내쉴 수도 있다.
그렇게
사람도 삶도
비와 바람 속을 지나가고
산을 오르며
조금 떨어져 길을 걸으면
몸은 아프지만
마음은 어느새
몽글어진다.
그렇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