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 단어 9-365
실속 없이 헤프다.
속이 알차지 못한 채 건들건들 거들먹거리며
큰소리치는 걸 좋아한다.
1.
세계는 쉽게 달라지지 않는데
세계를 보는 눈은 쉽게 달라진다.
어느 날
광화문을 돌아 대로로 나오는데
겨울의 함성이 고스란히 남았는데도
괜히 낯선 거리가 된듯하다.
습관처럼 오래된 책방 건물을 올려본다.
“여름은 동사의 계절 뻗고, 흐르고, 번지고, 솟는다.”
이재무 시인이 “여름은 동사의 계절”
이라고 외치는 소리도 좋고
쭉쭉 뻗고
팍팍 솟아오르는
여름의 소음도 좋다.
2.
‘희떱다’
꽉 찬 말과 빈말의 차이가 있을까마는
말을 하는 사람이 그런 태도를 가볍게 여길 수는 있다.
말 자체가 그런 일은 없겠지만
말하는 사람은 그럴 수 있다.
시인이
“나는 시끄러운 여름이 좋다
여름은 소음의 어머니
우후죽순 태어나는 소음의 천국
소음은 사물들의 모국어
백가쟁명 하는 소음의 각축장
하늘의 플러그가 땅에 꽂히면
지상은 다산의 불꽃이 번쩍인다
여름은 동사의 계절
뻗고, 자라고, 흐르고, 번지고, 솟는다”
라고 노래할 때, 저 온갖 ‘소음’은
‘희떠운’ 말은 아니다.
3.
가을이 천천히 밀려오는 광화문 길
가끔 생각 못 한 희한한 경우가
이 광장 한복판에서 일어나긴 해도
그 어떤 순간에라도 자기도 모르는 속 빈말을
겉만 화려하게 내던지는 일은 없어야겠다.
그럴수록 삶은 더욱 가냘파질 테니 말이다.
삶에는 결코 ‘희떱게’ 흘려서는 안 되는 말이
꼭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