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 단어 8-365
넉넉하다. 옷이 몸에 맞다.
사람 됨됨이가 가볍지 않고 깊은 물처럼 차 있다.
흔들림 없고 요동하지 않는다.
1.
살다 보면
어이없어할 만한 일이 한두 번이던가.
신이 침묵하여 인간이 곤혹스러운 일도 그렇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이해할 수 없고 터무니없는 일도 흔하다.
그래도 엊저녁 즐거움을 송두리째 빼앗겨도
아침은 여전히 자기 햇살을 비춘다.
그러니 슬픔은 슬픔대로,
분노는 분노대로
바람 불고 물 흐르듯 흘러가게 두는 것이 가장 좋으리라.
2.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도 불안해하지 않고
안에서 일어나는 격동에도 위태로워하지 않는다.
마음이 튼실하고
머리가 상쾌하며
두 손이 따스하고
두 발이 버팀목처럼 견고하다.
흔들리지 않으려 해도 흔들림 많은 날엔
스스로 유연하게 흔들린다.
3.
지나온 날들에 어디선가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괜한 마음에 몸을 돌이켜 뒤돌아 갈 필요는 없다.
그 길을 돌아간들 이물스럽게 머뭇거리는
내 모습만 덩그러니 남아있을 테니
할 수 있다면,
그런 나를 토닥여 주는 것도 좋을 일이다.
생각해 보면
어제는 어제대로, 오늘은 오늘대로
열심히 잘 살아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4.
문득 가을 하늘 아래서
지난한 여름을 버텨내는 나뭇잎들이
듬직하다는 생각에
스스로
마음이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