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에 대한, 일과 무업 기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진 누군가에게
- 지금 일을 하고 있지 않는 청년들은, 소중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고 있기에 빨리 스펙을 쌓고 일자리를 가지려고 노력해야 하는 걸까?
-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흔히 일반적인 삶의 길과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면 기회를 놓쳤거나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걸까?
- 무업기간 (흔히 NEET 라고 부르는)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지원은 어떤 방식이어야 하고, 또 지원하며 기회를 준다는 건 어떤 의미를 가질까?
어떤 분들은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나 '썩은 사과 이론' 처럼, 현재 일을 하지 않는 청년들이 모여 있다면 우울 혹은 게으름의 기운(?)이 퍼져나간다거나, 전 직장 뒷담화를 하며 서로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청년들이 더욱 절박한 상황에 처해야 - 경제적 어려움을 겪거나,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 있어야 - 게으르지 않고 사회에서 역할을 한다고 믿고 계실 거에요.
하지만 12월 16~17일, 역삼동 마루360에서 열린 '니트컨퍼런스'에 함께 하였다면,
조금 다른 관점을 품게 되셨을지도 몰라요.
니트 컨퍼런스는 2019년부터 현재까지 900명의 무업청년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만나온 니트생활자 가, 함께 했던 청년들이 축적해간 경험과 이야기를 통해 지난 3년간 쌓아온 시간들을 공개하는 자리였습니다.
100일간 매일 출근 인증을 하며 회사를 경험하는 '니트컴퍼니'를 기반으로, 진로 전환 및 관심과 재능과 관련된 일을 실험할 수 있는 기회(네트워크 형성 및 약간의 재정적 지원)하는 '니트인베스트먼트', 은둔 경험이 있는 청년들이 오프라인 출근과 활동 가운데 루틴을 키우고 타인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법을 배우는 '니트오피스' 에 함께 했던 분들의 이야기를, '전시' / 강연'/ '클래스'/ '세미나' 등의 방법으로 함께 나누었지요
니트 인베스트먼트 참여자들의 생각과 결과물을 만날 수 있었던 전시는, 가기 전 몇개월 활동의 나열 정도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수준이 상당히 높아서 개인적으로도 꽤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상당수 참여자들은 니트인베스트먼트 때 본인이 택한 활동이 전공 등 오래 전부터 꾸준히 해 왔다기보다는 관심을 가진지 오래 되지 않았다거나 이 경험을 일로 연결할 수 있는지 얼마 전까지 확신이 없던 분들이었어요. 하지만 내가 하려는 일들에 관심 가지고 도와주고 믿어주며 함께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존재할 때, 목표를 향해 꾸준히 하며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였어요.
참여자들이 그 동안 쌓아오고 경험한 것을 컨퍼런스 참가자들과 함께 나눈 '강연'과 '클래스'. 수준 높은 내용을 기대했던 누군가는 별 거 아닌 내용, 그냥 일상을 나누는 정도라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나와는 거리가 멀리 있는 듯한 전문가보다는 내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활동을 통해 더욱 친근감과 동기부여를 느끼는 경우가 많고, 각자의 다양한 취향과 어올리는 발견은 이러한 기회에 더 잘 일어나기도 하며, 참여자들도 비록 부족하고 긴장되기더라도 이런 경험을 통해 했던 활동을 정리하고 자신감도 느낄 수 있기에, 서로 응원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예상 밖의 연결, 소속 밖의 배움 : 이 시대 청년들의 진로 파이프라인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주제로 진행된 세미나는 하자센터, LAB2050, 루트임팩트, 안 무서운 회사 등 청년 그리고 사회변화와 관련된 연구나 활동을 하는 분들이 함께 모여서, 지금 시대에 청년들이 자신에 맞는 삶을 살고 일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현재 정책/제도/관점 중 어떤 부분이 계속 유지되어야 하고 어떤 부분이 바뀌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나누었던 주요한 이야기 그리고 들었던 생각들을 짤막하게 정리하면
* 내가 지금 경험하는 인생의 시기에 대해서 부정적인 감정만 가지지 않도록 사회가 지지/인정해야 하고
(사회적 신뢰 자본을 쌓아가기)
* 공급자 - 정책입안자, 프로그램 운영자 - 가 익숙하고 편리한 방식보다는 수요자의 생활패턴과 편안한 지점을 감안하고 접근해야 실제 생각과 행동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으며,
* 부담없는 콘텐츠를 접하며 스스로 관심을 가지고 움직일 계기를 주거나(안 무서운 회사)/ 아주 소소한 것까지 스스로의 경험을 잘 정리하고 프로젝트를 통해 커리어를 만들어가거나(임팩트커리어) 불확실이 불안과 단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응원 받으며 꾸준함의 원동력이 되어주는 동기부여(니트생활자)가 필요하며
- 일의 방식(난이도/근무시간/필요역량) 역시 0과 1로 이분법되어있지 않고, 청년들의 고유한 경험 자산이 각자의 상황과 특성에 맞게 자신의 일로 연결될 수 있는 안전한 사회구조가 중요하며
- 누가 더 불쌍하고 미래가 없어서(....) 지원을 받아야 할지 서로 경쟁하지 않도록, 보편성을 기초로 하되 각자의 경험구간에 맞는 기회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시스템을 요구하고 만들어가며
- 한 단체나 정부의 노력만으로 이런 사회가 이루어질 수 없기에, 다양한 단체들이 각자 관심을 가진 부분에서 집중하고 최선을 다 하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종합적으로 문제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와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퇴사의 시대'와 '조용한 퇴사' 등 2022년 일과 관련된 주요 키워드.
어쩌면 모순적으로 보이지만, 지금 시대 그리고 청년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굉장히 연결된 표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한명한명의 사람들에게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의미를 주고 보람을 느끼게 하는 일 그리고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지금 시대에 더욱 중요해짐을 잘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큰 틀과 원칙은 필요하되 그 안에서 자율성이 주어진다면, '나의 존재'가 더욱 존중받고 잘 보여질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사람들이 일과 함께/일을 통해서도/일로 인해 (개개인마다 어디에 강조점을 둘지가 다를 듯 하여) 더 즐거움과 만족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요.
나를 잘 보여주고 빛나게 하는 삶과 이어지는 일을 위해서는, 물론 시간과 노력의 축적이 필요한 전환 과정이 요청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시도의 과정을 함께 응원하고,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 받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가 있다면, 과정과 결과 모두에서 작은 효능감을 계속해서 느끼며 스스로의 서사를 쌓여간다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적절한 시행착오 그리고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지는 가운데, 무언가를 꾸준히 할 수 있는 경험과 역량과 관점을 쌓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몰아치는 조급함과 불안함으로 인해 금새 후회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기보다는, 함께 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믿음 속에서, 자신을 충분히 깊이있게 알아가고 스스로의 고유성을 발견하며 삶을 살아간다면, 개인뿐만 아니라 가까운 공동체와 사회에게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훨씬 더 이득일테니까요.
니트컨퍼런스에 함께 모인 사람들에게는 무업청년에 대해 일반적으로 가지는 선입견인 '우울하고 실패하고 고립된' 느낌이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희망과 즐거움이 유쾌함이 가득한 분위기였습니다. 편견을 깨는 그런 모습을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하며, '내면이 단단해지고 스스로가 연결되는 경험'이 가능한 맥락을 만들어가는 기회에 중요성과 필요성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최근 '빈곤포르노' 관련 논란도 있었잖아요.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시혜 혹은 잘못된 사람들을 개조'에 바탕을 둔 기존 접근방식이 익숙하신 분들이 분명 아직은 다수겠지요. 하지만 가능한 누군가를 대상화하기보다는, 그 사람 그리고 사람들이 가진 가능성을 존중할 때 만들어질 미래의 모습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니트컨퍼런스라는 행사 그리고 그 자리에 함께 했던 사람들은, 우리가 '불쌍하고 모자라다고' 바라보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희망에 집중할 때더 큰 변화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알려주고 느끼게 해 주는 좋은 사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