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와 관련된 이야기. 얼마 전부터 뉴스 혹은 경영 관련 콘텐츠 등에서도 매우 자주 들을 수 있다.
당장 매출이나 수익을 올리는 것과 큰 관계가 없어보이는 용어가 익숙해지는 상황이 반갑다. 동시에 ESG는 단순히 텀블러를 많이 쓰고, 상생협약을 하고, 이사회에 여성구성원이 존재한다는 정도 (물론 이것도 필요하지만) 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님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ESG는 지금 시대에 맞게 일(기업 입장이든 개인 입장이든)을 잘 하는 것과 깊이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누군가의 고정관념처럼 사회공헌부서에서 뭔가 기사내기 좋은 이벤트 몇 개 기획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적용되어야 한다. 깊게 들어가면 ESG 라는 개념이 등장한 이유부터, 단순히 좋은 개념들만 늘어놓는 것을 넘어 실제 현장에 특성을 감안하여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살펴볼 필요도 있다. 물론 한 번에 모든 영역을 완벽히 알고 다 잘 할 수는 없다. 개인/부서/기업/업종마다 상황도 다르고, 차근차근 접근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더욱 사짜들의 세계(!)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햐야 한다. 실재 상황과 관계 없이 단기간에 ESG 평가점수 잘 받는 법, 충실도나 진행상황과 관계 없이 보도자료 만드는 법에 집중한다면, 그렇게 말만 하고 행동과 실천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 비즈니스에 특성에 맞는 연결법을 찾기 어려울 듯 하다. 그리고 이런 태도와 사례가 일반화된다면, 안타깝게도 ESG 역시 잠시 지나가는 워싱용 언어로 끝날 수 있다.
그래서‘한 권으로 끝나는 ESG 수업’이 더욱 반가웠다. 저자가 십여년간 CSR 업무를 담당하고 관련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적지 않은 경험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라는 호칭으로 불러지길 조심스러워할 만큼 자신의 앎과 경험을 과장하지 아니하고, “죽은 행성에서는 어떤 사업도 할 수 없다”는 환경운동가 데이비드 브로워의 이야기로 책을 시작할 만큼 ‘기업’과 사회’ 어느 한 쪽에 - 뒤에서도 이야기하겠지만, 이 이분법도 지금 시대에 뒤쳐져 있을 수 있다 - 치우쳐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의 특성에 맞게 ESG의 개념부터 필요하게 된 이유, 기업이 가져야 할 태도와 내부에 적용하는 방법, 프로세스와 평가부터 기술과의 연게 등 다양한 측면을 균형있게 다루고 있다. (‘한 권으로 끝내는’으로 시작하는 제목이 적절한지 의문은 있으나 ㅎㅎ 저자의 의도는 아닐 듯 하며 이래야 많은 단체구매가 일어나 더 많이 읽힐 수 있음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다 ^^ )
다시 한 번 반복하는 “죽은 행성에서는 어떤 사업도 할 수 없다”라는 문구처럼, 많은 비즈니스들이 지구와 사회에 미친 부정적 영향이 임계점에 가까워졌기에, (18P 부정적인 결과들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결과들을 극대화하려는 노력들을 ‘이미’ 했어야 한다.)ESG는 기업이 돈을 어떻게 벌고 있느냐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물론 현실적인 영향력을 가진 투자자들이 관련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겠으나, 현실로 다가온 기후 위기와 MZ세대를 중심으로 소비자의 변화가 투자의 변화까지 이끈 것은 분명하고, 그래서 다양한 특성에 적용할 수 있는 측정/평가 지표들도 점차 등장하고 있는 듯.
ESG에 대한 이야기들이 누군가의 입장에서는 갑작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다. 환경을 중심으로 관련 기준들 (due diligence)이 2000년대 중반부터 제정되었으나 본격적으로 적용된 시점이 2020년 즈음이다 보니 급격하게 몰아친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ESG와 연계된 요소들이 매우 많기에(5p ESG는 투자, 대출, R&D 참여, 환경 및 사회적 규제와 법, 수출, 글로벌 기업과의 거래, 대기업의 공급망 중 한 가지 단어라도 관련이 있는 기업이라면 모두 해당), 그리고 무엇보다 업을 하는 이유와도 연관되기에, 대부분의 기업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영역이다.(37p ESG는 어떤 기업이 계속 사업을 해나갈지, 어덯게 리스크를 줄여나가는지 따져보는 고도의 투자 전략)
이러한 관점을 기반으로, 책 중후반부에는 중대성 평가나 마케팅/ HR/ R&D/ 재무 등 부서별 역할과 평가와 적용방안 등 실제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주변에 스타트업과 비영리단체가 많다보니 관련된 내용에 관심이 갔는데, 관련된 실제적인 조언 (ex : 스타트업은 컴플라이언스 준수처럼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부분을 우선적 관리, 다음으로는 조직문화와 관련된 윤리 경영과 거버넌스 체계 갖추기, 비영리기관은 환경과 사회에 전문성이 있는 경우 기업에 자문 역할 가능하며, 협력 부서가 ‘ 사회공헌’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음)들이 인상 깊게 다가왔으며, 이는 ESG라는 거대한 파도에 우왕좌왕하는 많은 업체들에게도 도움이 될 듯 하다.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은 ESG라는 망치로만 모든 문제를 바라보지 않고, 다른 분야와 연계해서 종합적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물론 ESG 자체도 낯설거나 새로울 수 있으나,( p184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환경은 더 빠른 속도로 망가지고 있다. 그런데 윤리, 법, 제도, 규제, 인권, 거버넌스는 한창 뒤에서 쫓아가고 있는 실정)을 감안한다면, 블록체인/메타버스 등 기술을 통해 ESG의 영향력은 그 더욱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ESG를 단순히 도구적 관점 혹은 기업의 경영방식 중 하나로 바라보기보다는, 좀 더 큰 ‘패러다임의 전환’(P194)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환경 대 수익’이 아닌 ‘사람 대 사람’의 관점(P229)으로 관련된 이슈를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사람들의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가 다를 수 있기에 (책에서는 요구르트 빨대를 없앤 예시가 나왔다), 대의적으로는 좋은 결정이지만 지금 나의 상황에서는 굉장히 불편하거나 대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기에, 현실적으로 그런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해 나갈지에 대한 역량과 경험도 필요할 듯 하다.
물론 현실에서는 책(혹은 독자들)의 기대와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MZ 세대 등이 설문조사에서 이야기한 내용과 실제 행동 사이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ESG 지표와 ESG 평가가 구분되어야 하지만(P50) 실제 그렇게 이해하고 업종이나 규모에 맞게 적용하기까지는 적잖은 시행착오가 필요할 수도 있다. (K-ESG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도 궁금하다.) 분명 우려되는 상황들도 종종 목격되지만, 그래도 이 책의 저자처럼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큰 흐름을 이해하고, ESG를 두려워하거나 곡해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용기를 내어 각자 관심사에 맞는 전문적인 내용까지 찾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워싱을 경험하며, ESG가 더 좋은 삶과 조직과 환경으로 이어진다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