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관계가 중심이 되는 뮤지컬은 만나기 쉽지 않다. 물론 뮤지컬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작품에서도 드물지만, 뮤지컬의 주관람층이 여성층이기 때문인지 남성 간의 가족관계를 다루는 경우는 - 빅피쉬 - 정도를 제외하면 만나기 어렵다. 그래서 남성 관객으로서, 빠리빵집이 보여준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어머니의 염원(?^^)을 통해서, 아들의 상식으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 본인이 직접 부모가 되기 전에는 더욱 -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관객들에게 만들어 준 듯하여.
빠리로 유학을 가서 파티시에가 되고 싶은 성우는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적합한 트렌디한 빵을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버지 영준을 통해 일하게 된 빠리빵집의 사장 주원을 통해, 가장 기본이 되는 단팥빵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가장 기본이 되는 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것도 함께. 어쩌면 단팥빵은 ‘가족’이라는 존재와도 밀접하게 연결되는 듯하다. 일상의 근본이기에 소홀히 대하기 쉽지만, 그만큼 정성을 쏟아야 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아들 성우는 아버지가 왜 먹지도 않는 라면을 끓이는지, 평범한 삶을 소중히 여기는지, 봉평이라는 장소를 소중히 여기는지 등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18세 시절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나며 아버지가 왜 지금 그런 행동과 말을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물론 과거로 가서 직접 경험하는 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노력한다면 지금 아버지가 왜 저런 버릇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빠리빵집에서의 성우뿐만 아니라, 현실에 수많은 아들들도.
극의 구성 상에서는 듬성듬성한 부분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과거로 돌아간 성우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 시대에 살아가는 모습도 그렇고, 소중한 약속을 한지 하루 만에 약속을 잊는 걸 걱정한다거나, 적지 않은 시간에 걸쳐서 간 봉평에서 밤늦게 만나고자 하는 이야기들은 어떤 관객들(나처럼 뮤지컬이라도 기본적인 논리구조는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이 몰입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럼에도 소극장의 무대를 슬기롭게 잘 활용한 영상과 ‘메밀꽃 필 무렵’에서 차용한 한국적인 배경은 이 작품을 좀 더 우리의 일상과 이어주는 듯하다. (관람한 05/20에 만난) 김대곤 배우의 생활연기도 영준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 준다.
공연 하나가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더라도, 그 어색함이 단번에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지금 여기 우리’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좀 더 이해하고 노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나에게는, 빠리빵집이 그런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