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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툐툐 May 13. 2021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

코로나19확진자 일기 02

2021.5.7.금 오전 8시 45분 


5월 7일 금요일 오전 9시가 조금 되기 전 출근길, 어머니가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는 전화를 받았다. 회사에 그 사실을 알린 후 바로, 회사 근처 보건소로 택시를 타고 갔다. 우산 없이 보슬비를 맞으며 보건소 앞 대기줄에 서 있었다. 보건소 안 쪽으로 들어가자,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안 좋은 일이 닥치리라는 예고편처럼, 매우 거칠고 굵게. 


검사 과정이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켘’ 할 정도로 콧구멍에 기다란 면봉 같은 것이 들어갔다가 나왔고, 목구멍은 슬쩍 무언가를 채취하는 정도였다. 그 후에 택시를 타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가 확진자이기 때문에 자가 격리 2주를 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집에 돌아와 처리해야 하는 업무를 급히 처리한 후, 음성이길 바라며, 하룻밤을 흘려보냈다.




2021.5.8.토 오전 8시 57분


평소에는 무음으로 해두었지만, 이날에는 진동으로 해두었다. 보건소에서 언제 전화가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전 8시 57분, 보건소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양성”이라는 단어를 들었다. 나도 모르게 한 숨이 나왔다.  


실감 나지 않았지만 이성을 붙들어 메고, 연락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차근차근 연락을 했다. 하필 어버이날, 회사 전 직원이 코로나 검사를 받게 만들어 버렸다. 안 그래도 자책감을 느끼고 있는 와중에 죄송한 마음이 더 커졌다. 


오전과 정오까지는 5월 4일부터 5월 7일까지 동선을 아주 상세하게 적어서 내야 했다. 마스크를 쓴 모습과 마스크를 벗은 모습의 사진 2장도 제출했다. 자주 쓰는 신용카드 번호도 알려 주었다. 


나름대로 동선을 자세히 쓴다고 썼는데,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했다. 결제 시기 (시간과 분 모두 필요), 가격, 가게 이름과 주소, 동석자, 머문 시간, 그곳에서 했던 활동 묘사, 그곳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과 이동 수단까지. 


대략적인 시간과 장소만 썼다가, 통화로 이것저것 대답을 하다 보니 몇십 분이 훌쩍 흘렀다. 취조받는 기분이 든다며 힘들다고 담당자에게 말했더니, 담당자도 ‘통화하고 나면 저도 많이 힘들어요.. 이해합니다’라며 미안함과 하소연 섞인 대답을 들었다.


그러더니, 내가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니, 이메일로 양식을 보내줄 테니 작성해서 보내달라고 했다. 




2021.5.9.일 오후 1시 17분


센터에 이송되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며칠간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생각이 넘쳐흘렀거나, 아무 생각도 안 났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혹은 원래 해야 하던 일을 모두 하지 못하게 됐을 때, 

제일 원초적으로 있는 그대로의 내가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만 남는다. 

나한테는 그 일이 글 쓰기 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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