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의 삶에 관하여
21세기형 배짱이들은 묻는다.
재능으로만 먹고살 수 있을까?
아이디어만 가지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까?
재능으로만 먹고살 수 있다면, '굶주린 예술가'라는 말 자체가 없어야 하는 것 아닌가. 수많은 어르신들이 글 쓰고 노래하는 인생은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 거라던데, 그 말이 다 틀린 말은 아닐 것 아닌가.
아이디어만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가게 하나에도 얼마나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온라인 사업 하나에도 얼마나 많은 준비기간이 필요한데, 아이디어만 가지고 뭘 어떻게 시작하겠다는 건지. 꿈같은 얘기일 뿐이다.
재능으로 시작한 작은 프로젝트가 밥벌이가 된다. 이 사람도, 저 사람도, 그 사람도 그렇게 시작했다. 지금도 자신이 흥미롭다 여기는 일을 하면서 더 큰 목표들을 설정하고 있다. 재능이 아닌 무엇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 회사생활을 하는 직원 한 사람도 그에게 주어진 수많은 재능을 사용하면서 하루하루 일을 한다고!
아이디어가 아니면 도대체 무엇으로 사업을 시작한단 말인가. 아무리 똑똑한 직원들이 많고, 재산이 어마 무시한 투자자가 있다고 해도, 아이디어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 아닌가. 좋은 아이디어가 기업이 된 경우를 꼭 굳이 내가 여기서 일일이 나열해드려야 하는가!
그렇다. 모든 질문의 답은 생각의 차이만큼 다르고, 개개인의 상황을 따라간다.
재능과 아이디어만 가지고 먹고살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당신이 크라우드펀딩과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잘 활용하느냐 그러지 못하냐에 귀속되어 있는 것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말 그대로 군중이 투자자가 되어 창작자의 창작활동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다. 대표적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로는 고펀드미 GoFundMe, 킥스타터 Kickstarter, 인디고고 Indiegogo 가 있다. 이들의 이름만 보아도 알 수 있듯, 크라우드펀딩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생각으로만 하던 '투자'를 쉽고 간편한 '행동'으로 이끌어낸다. 예를 들어, Kickstart는 시동을 건다는 의미의 동사이다. 킥스타터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자원'이라는 두 가지의 의미를 지녔다.
아이디어가 물건이 되고, 상상이 현실이 되는 데에는 물질적 협력이 필요하다. 새롭고 신선한 구매를 쫓는 신 소비자 물결은 실제 창작자의 손에 쥐어지는 돈이 된다.
창작자에게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꼭 필요하다. 크라우드펀딩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데에는 혁신적인 발상도 매우 중요하지만, 만든 이의 동기와 과정, 그리고 이유 또한 제대로 전달되어져야만 한다. 많은 시간을 들여 캠페인을 기획하고 시작해도, 원하는 목표치의 투자금을 정해진 시간 안에 이끌어내지 못하면, 얼마만큼의 돈이 모였든 상관없이 캠페인은 사라져 버리고 만다.
몇 년 전, 함께 일했던 디자이너 친구를 통해, LA에 있는 천연염색 공장 하나를 알게 되었다. 당시, 한국에서 천연염색을 배우고 뉴욕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전통색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뜨거웠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여러 사정상 문을 닫았지만, 스튜디오의 주인인 제인 파머 Jane Palmer도 킥스타터 캠페인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모금했다. 그녀는 킥스타터를 통해 얻은 4,775불로 대량의 천을 한 번에 염색할 수 있는 천염염색 기계를 구입했다.
기존 텔레비전을 통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 이외에도 유튜브 채널을 통한 미디어 소비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2005년 4월 23일, 유튜브에는 첫 비디오가 업로드된 지 12년 만에 유튜브에서는 매일 10억 시간의 비디오가 재생되고 있다.
내가 즐겨 찾는 젊은 세대들의 영상 콘텐츠는 뷰티와 패션을 넘어, 자신의 일상을 담는 브이로그부터 하나의 주제를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 형식까지 아주 다양하다. '읽음'과 '씀'을 가지고 콘텐츠를 고민하는 나에게 더 바랄 나 위 없이 강렬한 영감을 주는 Dottie James라는 채널이 있다.
Dottie James는 연기를 하고 글을 쓴다. 특히 그녀의 음성과 모습이 함께 담긴 시 영상들이 인상 깊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어색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로 글을 읊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녀는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창작물을 공유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콘텐츠 구독 서비스 Patreon을 통해 직접 돈을 모금한다.
패트리온 Patreon을 통해 구독자를 모집하고 콘텐츠 구독교를 받는 창작자들은 비디오/필름, 코미디, 애니메이션, 공예, 글, 음악 등의 많은 분야로 나누어져 있다.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소비하고 즐길 수 있도록, 또 누구나 콘텐츠를 만드는데 필요한 물질적 자원을 받을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아무런 결과물 없이 패트리온을 통해 구독자를 모으려 하기보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콘텐츠와 구독자들을 패트리온으로 움직이게 해서 직접적인 구매를 일으키는 것이 선호된다.
땀을 흘려 일을 하고 일한 시간과 결과물의 (질과) 양만큼의 값을 지불받는 수요와 공급의 개념이 이제는 21세기형 콘텐츠 플랫폼들로 진화하고 있다. 대중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만큼,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들이 늘어나고, 광고와 스폰서십을 통해 돈을 벌던 경제적 활동이 소비자와 공급자의 직접적 관계로 이어져가고 있다.
옛날 옛적, 직접 딴 산나물을 고무 대야에 가득 담아 옆집 언니, 앞집 동생에게 팔던 전통시장의 할머니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작은 회사의 젊은 창업팀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아이디어를 팔고,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페트리온과 같은 사이트를 통해 구독자들에게 이야기를 판매한다.
여름 동안 그늘 아래에서 노래를 부르며 놀던 베짱이가 겨울 동안 양식이 없어 굶어 죽었다는 동화 속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21세기형 베짱이들은 이전의 동화 속 베짱이와는 다르다.
21세기형 베짱이 A는 그늘 아래에서 노래를 부르며 놀다가 그늘 밖에서 일하는 개미들의 등이 벌겋게 타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느티나무 잎을 그대로 본떠서 개미들이 일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그늘막이 우산을 만든다. 여름 내내 배짱이의 느티 우산은 불티나게 팔린다. 그 돈으로 베짱이 A는 따뜻하고 배부른 겨울을 보낸다. 다음 해 봄, 베짱이 A는 여전히 노래를 부르며 낮을 보내고, 개미들이 필요로 할 새로운 물건이 없을까 고민하면서 밤을 보낸다.
21세기형 베짱이 B는 그늘 아래에서 노래를 부르며 놀다가 문득 자신이 노래 부르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본다. 힘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휴식하는 개미 친구에게 그 영상을 보내준다. 개미는 식사 준비를 하며, 잠을 청하며 베짱이 B의 영상을 본다. 아름다운 선율에 감동한 개미는 베짱이에게 식량을 나누어주고 둘은 함께 겨울을 난다. 베짱이는 개미의 마음씨에 감동해 더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더 열심히 영상을 만든다.
재능만을 가지고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많은 프로젝트들. 모두가 하나같이 동시에 공평하게 성공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지금 것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다만, 직장생활이 아닌 자신의 재능을 선택한 용기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시중에 나와있는, 활용 가능한 리소스들을 잘 활용하여 더 나은 제품과 이야기들을 많이 만들어내기를 바란다.
스쳐 지나가는 관중을 투자자로 만드는 힘.
한번 왔다 가는 방문객을 구독자로 만드는 에너지.
21세기형 베짱이로 살아가는 당신의 용기가 바로 그 시작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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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tion Images by Jorge Gordo and Jerry Kiesew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