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카리 Oct 01. 2023

사내연애는 죄가 아니잖아요

때로는 죄가 된다.

추석에 집에 오니 다들 모여서 결혼 얘기 육아 얘기 누구 대학 간 얘기 이야기 꽃이 피었다. 문득 내 지난 사내 연애 얘기도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경험한 얘기 들은 얘기에 각색이 조금, 어쩌면 많이 들어간 얘기이다.


복사기도 아는 비밀 연애


뉴스를 보니 요즘 20대들은 연애를 잘 안 한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30-40대 직장인들이 연애의 주역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얼굴만 봐도 화딱지가 나는 회사 사람과 어떻게 연애하냐고 하던데 그렇게 이성적으로 판단이 잘 된다던 사람들이 나중에 보면 꼭 더 특이한 연애를 하고 있다.


어쨌든 하루종일 붙어서 밥도 같이 먹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서로 가르쳐 주고 배우며 시간을 보내는데 결혼 적령기의 남녀들이 정분이 안나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것이 아닌가? 게다가 같이 술도 마시고 1박 2일 워크숍도 보내주고 때 되면 부서 이동으로 사람도 교환해 준다. 정말 프로페셔널하게 일만 하기가 가능하다면 당신에게 존경을 표한다.


사내 연애의 최고 장점은 매일매일 스릴 있는 데이트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침에 회사를 들어서며 둘만이 아는 눈빛을 주고받고 업무 중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또 어색한 사이인척 존댓말을 섞어 인사를 한다. 물론 둘은 안 걸리겠다고 최선을 다하지만 다 티가 난다. 어느 순간 둘이 사귄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난다.  


월미도에서 바이킹을 타다 걸린다던지 익선동 데이트 장면이 포착된다던지 반고흐 전시회에서 '어머 저 둘이 왜 손잡고 저기에? ' 세상이 넓지만 또 의외로 좁아서 젊은 남녀가 놀러 가는 곳이 다 거기서 거기다. 심지어 해외여행을 가서도 두 사내 커플이 서로가 서로를 발견한다 물론 한국인이 가는 동선은 네이버 인스타 검색소스기 때문에 계속 마주치게 된다.

반면 어떤 술수를 부린 건지 모르겠지만 청첩장 주기 전까지 아무도 몰랐다가 둘이 결혼한다며 청첩장을 뿌리면서 그제야 '아니 너희 둘이? 아... 그때 그래서?' 이렇게 까맣게 모르게 연애를 하기도 한다. 주변 지인들이 철저하게 입단속을 한 덕분이라고 본다.  


사내 연애가 결혼식장 갈 때까지 비밀로 하는 이유는 헤어졌을 때 후폭풍이 거세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내 연애는 비밀로 하는 게 좋고 걸려도 끝까지 발뺌하는 게 좋다. 모든 것이 쿨한 MZ 세대들은 당당하게 얘기하고 다니던데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과거 사람의 이야기가 10년 20년 따라다닐 회사에서 오픈하는 것은 득 보다 실이 더 많다. 사실 득이 될게 뭐 있나?



헛소문 공격


사내연애가 이렇게 달달하고 짜릿하고 복사기 워터마크에 그녀의 이름이 찍혀 있는걸 깜박하고 보고를 하기도 하고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남녀 직원의 성비가 비슷한 어느 회사를 다닐 때 입사 다닐 때에 경험담이다.


외모로 다른 사람들 이름에 오르내리던 동기들의 자리에 가보면 항상 메신저 창이 수십 개가 활성화되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그녀와 친하기 때문에 나와 친해지기도 했다. 심지어 어떤 도라이는 내 화면 보호기를 해제하고 메신저를 훔쳐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도라이다.


그 사람도 입사 때부터 예쁘다고 여기저기 이름이 오르내렸다. 괜히 그 부서와 회의를 잡기도 하고 없던 일도 만들어서 회식자리를 만든다고 했다. 그러던 그녀가 어느 날부터인가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남자를 돌려가며 사귀고 동시에 여러 명을 만난다는 것이다.


 나 역시 그 사람에게 쓸데없는 일로 말도 걸어보고 했지만 잘 알지는 못했다. 보통 사람들이 그런 소문을 듣고 객관적으로 진위 여부를 판단해 보는 것은 어렵다. 그 소문을 듣고 나도 놀랐다. 한편으로는 왠지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는 그렇게 사무적으로 대하더니 이 남자 저 남자 만나고 다니고 있었군?' 정말 반성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문이라는 것이 그렇듯이 입에서 입을 거치면서 확대 재생산되는 것이다. 소문이 몇 바퀴를 돌아 또 내게 들려왔을 때는 수많은 목격담과 증거 증인들이 추가가 되었다. 실제 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구체적인 증언들도 몇몇 섞여 있었다.


그녀가 그렇게 자유로운 남성관을 가지고 있었다 해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이게 그런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소문은 그녀 자신에게도 들어가게 되었고 그녀는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자기에 대해서 손가락질하고 입방아에 오르내렸다는 게 악플 몇 개만 받아도 심장이 떨리는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일 것이다.


실제로 그 사람을 나중에 만났을 때는 고생으로 인상도 달라져 있었다. 그 뒤로 소문의 근원지가 거절당한 남자라는 게 알려지고 주변사람들이 이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적극 홍보해 주어 지금은 많이 마음을 추슬렀다고 했다. 하지만 한동안 전화 공포, 메신저 공포에 시달리고 사람들이 자기 험담을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의 재밋거리에 내 사생활이 오르내린다면 정말 끔찍한 경험일 것이다.




유부남의 사랑의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 그거 죄 맞다.


또 다른 회사를 다닐 때의 경험담이다. 우리가 용역 계약을 맺고 쓰는 회사가 있었는데 전문직들이 많이 다니고 있었다. 그 회사가 계열사 전체의 상담 자문을 해주고 있었다. 어느 날 지인이 연락이 왔다. 나는 업무상 그 회사의 전문직들과 접촉이 많았다.


어떤 사람의 결혼 여부를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업무상 알게 된 타인의 정보를 발설하는 것은 법에 걸리는 위중한 일이었지만 워낙 그 사람은 소문난 애처가에 카톡 프사에 둘째까지 얼마 전에 태어난 터라 '아 OO님? 애가 둘인데 왜?'라고 생각 없이 말해줬다.


한 10여 분간 답이 없던 메신저가 갑자기 지인의 하소연과 욕으로 폭발했다. 사연인즉 지인과 아는 동생이 청담동의 모처의 베란다인지 로비인지 라운드인지 암튼 그런 둠칫둠칫 힙한곳에서 ‘아니 내가 그런데 다니는 사람은 아닌데 어쩌다 언니 따라갔다.’고 했다. 진짜라고 믿어 달라고 했다. 독자들도 그런 줄 알면 좋겠다.


암튼 거기서 만난 사람인데 우리 회사도 상담 나오는 전문직이라고 했다. 그래서 믿었다고 한다. 워낙 사짜들이 판을 치고 거짓 경력으로 여자를 어떻게 해보려는 놈들만 판을 치는 라운지바에서 만난 놈을 믿는 사람은 아닌데 회사 메신저 치면 나오는 사람이라 믿었다고 했다. ‘아! 라운지 남자에 대해 아는 건 자주 다녀서 아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말해줘서 아는 것‘이라고 했다.

문제인즉슨 이 남자가 같이 놀러 나간 두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했고 착하고 매너 있고 재미있었고! 그 뒤로 자주 만나며 어울렸다고 했다. 어느 날 지인을 그 베란다 바에 데려간 아는 동생이 그 사람과 사귀고 있다고 고백을 했다고 했다.


 '응? 아니 내가 사귀는데?' '아냐 언니 내가 사귀는데?', '나라고..', 암튼 둘이 누가 먼저 사귀었냐 라는 쓸데없는 자존심 싸움을 정리하고 이놈이 우리 둘을 동시에 사귀고 있다는 결론이 났다.


그런데 아는 동생이 내 지인에게 말을 건건 이 남자가 유부남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인데 '어? 언니랑도 사귄다고?'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게다가 그 사람과 잘아는 지인(나)에게 물어보니 애가 둘? 아 둘째는 올해 태어났어? 우리 둘을 동시에 만날 때?


두 라운지바 자매는 일심단결하여 그 남자에게 법적인 공격을 했다고 한다. 뭐 어떤 처절한 복수를 했는지는 전해 듣지 못했지만 집안에도 다 알리고 난리였다고 했는다.


뭐 그사람 장인 장모 연락처까지 알아내서 알렸다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그래서요?'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게 기억이 난다. 대단하다. 얼마나 부지런하길래 애도 둘이나 낳으면서 회사일도 하고 베란다 펍에 가서 여자를 두 명이나 사귈 수 있을까? 정말 도라이들은 힘과 열정이 넘치나 보다.


어찌 됐던 그 사람도 이 일이 여기저기 알려져 회사도 그만두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한다. 유부남이 사랑에 빠진 게 죄는 맞다.


이 사건을 계기로 총각 행세 하며 몰래 바람피우는 유부남의 특징에 대해 알게 되었다.

- 저녁엔(집에 간 뒤론) 연락이 안 된다.

   초저녁 잠이 많다든지 뭐 교대 근무라 저녁에 일한다고 한다. 가끔 어떤 또라이들은 폰을 두 개 만들어 집에서도 연락을 한다.


- 주말에 데이트를 못한다.

  주말에 골프를 친다고 한다. 주말마다 출장을 간다. 세상 어떤 회사가 주말에 출장을 보내는지 암튼 그렇게 말을 하고 또 그걸 믿고 능력 있는 사람이라 그렇다고 한다. 내가 말을 해줘도 굳게 아니라 부정한다.


-당연히 집에 데려가지 않는다.

 부모님이랑 같이 살아서요. 집에 가는 건 나중에 더 친해지면 등등


-유부남인걸 걸린 후에는 아내와 애정이 없다고 한다. 아내와 쇼윈도 부부라고 한다.

  와.. 그럼 태어난 애기는 뭐 하늘에서 점지해 주셨나?


-여자를 잘 이해한다.

  스무스 오퍼레이터라는 말을 쓰는데 정말 편안하게 수술을 하는 의사처럼 편안하게 집도하신다. 유부남이라 여자에 대해 잘 안다.


당사자인 그녀들에게는 정말 치욕스럽고 더러운 기억이었을 것이다.  유부남의 가족은... 기분이 너무 더러워지니까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하지만 인생은 한 발자국 떨어져 보면 희극이고 다가가면 비극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이 사건 이후 연애 상담을 할 때 종종 주말에  그이가 너무 바빠서 사업하느라 매장 관리 하느라 연락이 안 된다고 하면 미리 애석해한다.


야 그거 유부남이야!!!




선배.. 저 그 사람이랑 사귀어요..


프로젝트를 하던 회사에서 우연한 계기로 부서 내 남자 A와 여자 B 두 사람이 사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술자리 끝나고 둘이 붙어 있는 걸 봤던가? 남자 A가 그렇게 매력 있는 타입은 아니었는데 사람이 착하고 성실했던 기억이 난다. 문제는 여자 B 측이 인기가 많아서 사내에서 여기저기 회자 되던 사람이었다.


어느 날 이 남자 A가 여자 B와 연락하던 게 다른 남자 선배에게 걸려버리고 말았다. 당연히 그 둘이 사귄다고는 생각 못하고 그 선배는 '풋 뭐야 너도 얘 좋아하냐? 그렇게 해서 작업이 되냐?' 하면서 연애 코치를 해주기 시작했다. 그때 남자 A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일단 사귄걸 안 걸려서 안도와 함께 이미 사귀고 있는 사람과 잘해 보기 위한 코칭을 받는 신세가 됐으니 말이다.


선배는 나름 의리에 넘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A와 B를 연결해 준답시고 자리를 엄청 만들었다. 그렇게 잘 지냈으면 조금 불편하지만 잘 지냈을 텐데 선배가 여자 B에게 들이대면서 문제가 매우 곤란해졌다. 자리를 만들어 줬는데 막상 만들고 보니 자꾸 눈길이 갔던가 ㅋㅋㅋㅋ 선배 C가 술만 마시면 여자 B에게 만나자 나와라라고 연락을 했고 여자 B는 이 일을 나에게 상담을 했다. 남자 A가 점점 참지 못하고 폭발할 기세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선배는 여기저기 오지랖 부리고 여기저기 건드리고 다니는 사람이었지만 사람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래서 남자 A도 여자 B도 그동안 참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선배 C를 불러 '여자 B가 비밀로 사귀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당신에 대해 인지한 것 같소. 프로젝트에 지장을 주고 싶진 않으니 알아서 잘 정리하시라' 했다. 다행히 그는 경우가 바른 사람이었고 B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마무리되었다.


이 드라마를 혼자 몰래 보며  어디에 말도 못 하고 너무나 재미있었지만 누구랑 공유도 못하고 답답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아무하고도 얘기를 안 했고 A도 B도 C도  현재는 다 각자의 사람과 잘 살고 있다. 내가 비밀 지켜준 거 알고 있니? ㅋㅋㅋ


그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들었던? 겪었던 이야기 몇가지를 살을 많이 보태고 빼서 만들어 봤다. 사내연애 얘기는 너무 남들의 사생활 얘기라 그대로 전하기가 좀 그렇다. 하지만 살을 많이 더하고 뺐으니 어느 회사나 있을 법한 얘기라고 본다. 반응을 봐서 2탄으로 몇개 더 풀어볼까









매거진의 이전글 중세 아마존의 탄생 feat. 중세 벤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