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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카리 Aug 14. 2023

중세 아마존의 탄생 feat. 중세 벤처

역사로 보는 회사 이야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항상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이 있다.


역사책을 읽다 보면 그런 일들이 많다. 이제 사업 계획 시즌이고 인력 충원 계획을 회사마다 세우고 있다. 이런 사업 계획과 인력 충원 계획을 잘 못 세웠다고 회사가 뭐 얼마나 큰일이 있겠어?라고 생각하며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아이템이 확실하다면 자금 지원이 탄탄하다면 이런 문제들 쯤이야 해결해 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실무자들이야 그냥 3개년 평균 또는 5개년 평균에 내년도 목표치를 더 해서 계획을 세운다. 매년 별생각 없이 조금은 귀찮은 듯이 짜왔던 사업계획과 인력 계획이 잘못된 결과로 중세 최대의 벤처 사업이 망하고 중세의 아마존이 생겨난 이야기를 소개한다.  


시장의 상황 - 새로운 기회의 포착, 벤처의 대 성공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모두가 열광하는 상품이 개발된다. 정부는 전폭 지원하기로 약속을 했다. NGO들 마저 모두 나서서 지원을 약속했고 소비자들은 이미 개별적으로 알음알음 이용하던 상품이었다. 시장을 지배하는 미디어에서 대량 홍보를 이미 날렸고 스폰서만 구하고 있었다. 벤처 기업들이 이미 진출하여 수천 배의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자금력과 인력 규모가 작기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으며 대기업들은 자본을 투입하려고 시장을 노리고 있었고 기존 벤처기업들은 지원을 해줄 새로운 스폰서를 찾고 있다.


요 근래 불었던 AI나 코딩 시장 상황이 아니다. 십자군 시대의 유럽 국가의 상황이다. 동서 무역이라는 다소 고리타분한 시장과 상품은 성지 순례와 회복, 이교도와의 싸움이라는 최고의 캐치 프레이즈와 매혹적인 상품으로 유럽 귀족 스폰서들의 눈에 포착이 되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기회를 준 것은 교황이라는 독점적인 언론, 미디어 기관에서 대대적인 광고를 한 것이다. '주 께서 이를 원하신다.', '성지가 이교도의 손에 들어갔다.'라는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홍보는 귀족들과 일반 민중들의 마음에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1차 십자군 원정은 그야말로 벤처 기업의 대 성공과 같은 상황이었다. 별로 주목받지 못하던 유럽의 귀족 가문들이 천신만고 끝에 머나먼 동방까지 가서 자본금은 물론 먹을 식량까지 다 써버린 상황에서 (임금체불도 몇년 간 하고)성지에서 정말로 신의 기적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전과를 세운다.


그 뒤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레바논 일대에 십자군 벤처 왕국이 들어선다. 개인적으로는 유럽의 그저 그런 집안 출신이었던 부이용(부용) 가문이 프랑스, 영국 왕실과도 혼인을 맺을 만한 예루살렘 왕국으로 부상했다. 유럽에게는 유럽사의 시장을 동방 까지 넓힌 대사건이었다.  그리고 유럽의 남녀노소 귀족이고 평민이고 모두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 상품은 된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


그 뒤로 몇 번의 크고 작은 실패와 성공이 있고 오늘 소개할 4차 십자군이 준비를 시작한다. 4차 십자군 직전 오늘날로 치면 대기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영국왕, 프랑스왕, 독일왕이 이끈 왕들의 십자군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를 한다. 그리고 성지가 다시 이교도의 손에 넘어가자 다시 한번 성지 탈환을 위한 강력한 공감대가 형성이 되었다. 하지만 대기업도 들어갔다가 손 떼고 나온 시장, 새로운 기회일 줄 알았지만 물류비, 유지비는 더럽게 많이 나오면서 인재들은 일하기를 꺼려하는 일하더라도 정착하지 않고 조금 지내다가 떠나는 극악의 난이도를 갖은 시장에 새롭게 투자할 대기업은 없었다. 그래서 4차 십자군은 또 한 번 벤처 사업가라 할 수 있는 귀족들의 주도로 시작된다.


공모 펀드로 스폰서를 모으자!


4명의 기사로 구성된 이 벤처 사업가군은 대기업 같은 왕이나 중견기업 같은 대영주만큼의 자본력은 없었지만 나름 수완은 있었기 때문에 가장 큰 미디어 홍보 매체인 교황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스스로 중세의 미디어 독점 기업이자 대기업과 같은 존재였던 교황은 이 네 명의 벤처 사업가들에게 종잣돈과 명분을 준다.


이것을 바탕으로 기사들은 전 유럽에 공모 펀드를 모집한다. 이에 호응하여 각지의 투자자들이 가입 의향과 투자 양해각서(?)를 보내온다. 네 명의 벤처 사업가들은 유럽에서 총 2만이 넘는 기사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었고 이 정도면 그동안의 십자군 원정에 필적할 만큼의 규모였다. 대영주도 아니고 왕도 아니었던 지방에서 돈 좀 있다 싶은 사업가들이 이 정도만 이끌어 낸 것으로도 충분이 성공이라 봤어야 했다.


물류 기업의 동업을 이끌어 내다.


1,2,3차 십자군의 경험이 헛된 것만은 아니었다. 이 4명의 기사들은 전 십자군이 겪었던 고난의 원인을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심각한 물류난으로 인한 고정비 상승이었다. 1차 십자군은 육지로 갔는데 물론 성공은 했지만 가는 길에 어마어마한 자금과 인력 손실이 발생하였고 또 그 어려운 루트조차 그 시절에는 경쟁자들이 갑자기 들어온 새로운 도전자에게 당황하여 점유율을 내주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녹록지 않다. 이  장애를 타개하기 위해 벤처 사업가들은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된다. 바로 외주를 주는 것이다.


기사들은 중세 최고의 물류 기업, 중세의 아마존, 유럽의 쿠팡을 찾아간다. 바로 베니스였다. 베니스는 해상 운용을 통해 동방의 상품을 유럽에 배송해 주던 중세의 아마존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 중세의 아마존은 네 명의 투자자와 거대한 교황이라는 스폰서가 끼어있는 사업제안서를 받아본다. 터무니없이 거대한 사업 계획이었다. 중세의 아마존으로서도 기존의 물류 사업을 모두 정지 한 채 신규 라인을 증설하고 몇 년 간은 독점 계약을 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거대한 계획이었다.


* 아마존: 제프 베조스가 1994년 시애틀에 설립한 미국의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한 IT 기업. 도서를 비롯하여 다양한 상품은 물론 전자책, 태블릿 PC를 제조 판매하며, 기업형 클라우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의 수뇌부들은 며칠을 회의 했다. 그들도 1차 십자군의 거대한 성공은 이미 잘 알 고 있다. 그리고 이미 십자군 국가들의 물류를 지원해 주고 무역 거점을 장악하여 어마어마한 돈을 벌고 있었다. 그런데 이미 이렇게 탄탄한 기업에서 기업의 모든 것을 쏟을 만큼의 재투자를 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중세의 아마존의 수뇌부는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미 기업과 같은 체계로 운영되던 베니스는 성장만이 그 존재 이유이며 새로운 사업의 시도를 통해 생존 전략을 시도한 것이다.  


그리고 이 전략은 4차 십자군의 성패를 떠나 향 후 몇백년간 열릴 베니스의 해상왕국의 초석이 되는 결정이 된다.


사업계획, 인력 계획의 실패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던 이 벤처 투자는 막상 법인이 설립되고 영업을 개시하자마자 큰 난관에 봉착했다. 리크루팅에 대 실패를 한 것이다. 의욕에 충만한 네 명의 기사들은 이 정도의 홍보를 했다면 실제 지원도 당연히 시장 조사와 똑같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실제 리쿠르팅은 예상의 20%를 간신히 채웠다. 그러자 자금 계획도 문제가 생겼다. 투자를 약속했던 펀드 투자자들이 이 저조한 모집을 보고 실제 자금은 집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세의 아마존은 이미 물류 배송을 위한 투자를 집행했고 거대한 국가 예산을 투입한 수송선단을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이 베니스 스스로도 이 사업의 거대 주주였다.


벤처 투자자들 본인뿐만 아니라 초기 투자자들 그리고 협업을 하고 있는 베니스 마저 파산을 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베니스는 물류비용을 내놓으라 매일 으름장을 놓았고 애초에 목표했던 2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모여든 수천 명이 월급을 내놓으라면서 파업을 했다. 투자자들은 슬슬 이렇게 되면 투자금을 빼겠다며 난색을 표하기 시작했다. 사업의 대 실패가 눈앞에 보인 것이다.


갈팡질팡하는 사업 계획


삼중 사중의 곤란을 겪던 이 벤처 사업체에게 아마존이 어두운 제안을 해온다. 최근 경쟁사로 넘어간 물류 거점을 공격하자는 것이었다. 계약에는 없던 내용이고 회사의 사업목표와도 맞지 않는 제안이었다. 당장에 현금은 벌겠지만 사실상 불법행위였다. 하지만 벤처기업도, 아마존도 선택권은 없었다. 다른 게 있다면 벤처기업은 이 행위를 함으로써 기업의 존재 가치마저도 훼손당할 일이었지만 아마존에게는 필수 불가결한 일이었다는 게 차이점이었다.


4차 십자군은 같은 기독교도의 도시이면서 베니스에겐 눈엣가시와 같은 도시 자라를 공격한다.

베니스에서 배 타고 나가다 보면 걸리는 자라, 얼마 전 헝가리 왕국에 항복한 곳이다.


예상치 못한 분야에서의 사업 제안과 성공


어쨌든 같은 기독교 국가의 도시를 공격하는 것으로 사회적으로 큰 지탄은 받았지만 당장의 운영 자금은 해결한 벤처기업과 아마존은 기존에 준비하던 사업을 지속하려 한다. 바로 성지에 가서 기독교 왕국을 돕자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이 불법 사업의 성공에 이상한 제안이 또 들어온다. 바로 콘스탄티노플을 공격해 달라는 아버지와 왕권 다툼을 하던 비잔틴 제국의 황자의 제안이었다. "아직 성공할지 안 할지 모르는 사업보다 잘하는 사업 하셔야죠?"


이번 고민에는 이전처럼 큰 망설임이 필요 없었다. 한번 쉬운 현금 맛을 본 투자자들은 새로운 사업을 하기보다 성공이 확실한 사업을 원했다. 모여든 자금으로 다른 사업을 공격 확보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어? 대기업들이 이걸 보고 배운 것인가!) 베니스로서는 자신들이 황자를 매수해서라도 하고 싶은 일을 이전 사업을 계기로 복이 저절로 굴러 들어온 격이었다.


마치 할인 이벤트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세워진 회사가 물류의 거대 기업이 되듯이 성지에서 신사업을 하기로 모인 이 거대 기업 집단은 베니스가 기존에 해오던 사업을 확장하는 데에 투입이 된다. 베니스가 그동안 많은 중개료를 주고 사용하던 타 기업의 거점을 강력한 공격으로 직영 사업으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베니스가 중세의 아마존이라면 콘스탄티노플을 수도로 하는 비잔틴 제국은 이마트나 월마트처럼 수천년된 거대한 공룡기업이었다. 물론 이 거대한 공룡기업은 이미 십자군 시대에 오면 물류의 동맥경화와 방만한 경영 지나친 외주로 기업 내부의 경쟁력은 사라져 가고 있었지만 과거의 영광은 아직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에너지로 똘똘 뭉친 이 두 개의 신예 기업 집단은 거대 공룡의 머리를 공격하고 치열한 격투 끝에 공룡의 머리를 잘라낸다. 결국 새로운 사업의 열망으로 끓어오르던 4차 십자군의 벤처 사업은 부상하던 중세의 아마존에게 흡수당하여 사라져 버린다.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하는 4차 십자군의 장엄한 전투 (아니 그러니까 이걸 왜 성지가 아닌 여기에서....)


사건의 결말


이 사건을 계기로 베니스는 지중해 물류 체인망을 완성시킨다. 십자군 국가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동방의 상품을 유럽으로 실어 날랐다. 골치 아프고 성가시던 경쟁자 비잔틴 제국은 완전히 몰락하였다. 물류 체인망 내부는 모두 직영점이 된 것이다. 향 후 터키가 부상할 때까지 베니스는 바다의 패자로 군림한다. (물론 제노바와 피떡이 되도록 싸웠지만)

지중해 동서 무역 루트: 4차 십자군 원정은 이 루트를 베니스의 것으로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십자군은 그 동력을 상실한다. 벤처 사업과도 같았던 1차 십자군의 눈부신 성공으로 엄청난 투자가 지속되던 십자군 사업에 대한 자금줄은 그 도덕성에 크나큰 오점을 남긴다. 비유하자면 제품의 핵심 기술에 윤리적 환경적 문제점이 제기된 것이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이 사업 분야에 투자가 이루어졌지만 그 어느 하나 성공하지 못했다.


제대로 예측되지 못한 자금과 인력계획은 기세 좋게 성장하던 한 분야의 사업을 모두 끝내버렸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그 열매가 맺혔다. 대저 일을 계획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이루는 것은 하늘이라는 동양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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