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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카리 Jul 17. 2023

워크숍으로 회사 거르기

요즘도 1박 2일 워크숍 간다고? 금요일에?

코로나가 끝나면서 슬슬 해외 출장과 워크숍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해외출장도 다루겠지만 이번에는 워크숍으로 회사를 평가해 본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일부를 보고 각색을 넣어 쓴 글이니 재미로 보기 바란다.


워크숍! 왜 가는가?


회사는 일하는 곳이다. 일하는 사람들이랑 일만 하면 되는데 왜 일 끝나고 회식을 하는 것도 모자라 워크숍까지 가는 것일까? 워크숍을 가면 회사업무에는 뭐가 좋아질까? 따라다니기만 하는 워크숍을 가다가 워크숍을 기획하는 입장이 되고 코로나 시국에 안 가고도 잘 먹고 잘살다가 -자 이제 코로나도 끝났고 워크숍 가야지? 콘셉트 한번 잡아봐-라는 주문을 받자 들게 된 생각이다. 워크숍 대체 왜 가는가?


어느 조사를 보니 직장인 70%가 워크숍을 가는 것을 싫어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왜 가는가?


단합을 증진한다!!!


마법의 지팡이 같은 말이다. 회식을 하는 이유, 워크숍을 하는 이유도 단합이다. 같이 한 공간에서 한 목표를 향해 뛰는 팀원들이 서로 단합이 안되서야 업무 추진이 되겠느냐!라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단합이 꼭 술을 마시고 함께 워크숍을 가야 증진이 되는가? 에 대한 추가 질문이 따라온다.


그리고 부서마다 특성이 있고 협력 업무가 아니라 개별 업무를 하는 조직에서도 단합이 잘되야 성과가 나는지는 의문이다. 아무래도 과거에 '회사돈으로 좋은데 놀러 가서, 회사돈으로 우리 집에 갈 걱정하지 말고 거하게 먹어보자, 그리고 그렇게 놀고 나면 우리들끼리도 서로 동료를 넘어 친구는 아닌 무엇인가, 남과 개인사이의 그 무엇인 사이'가 되는 것이 그 목표인 듯한다.


내가 겪었거나 들은 회사의 워크숍 유형을 보고 우리 회사의 워크숍만이 진리가 아니가 세상에는 더 안좋은 곳도 더 좋은 곳도 있다는 것을 느껴보시라 정리를 해본다. 휴 쓰다보니 일 같아서 PSTD가 온다.


1박 2일 여행을 떠나요~ 그런데 금토로 가요....

"요즘도 이런 워크숍을 가는 회사가 있다니 놀랍다..." 필자가 이런 얘기를 했다가 여러 회사에서 모인 지인들에게 각종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고난의 워크숍 경험담이 쏟아져 나왔다. 일단. '직원돈으로 간다.'거나 '토요일, 일요일' 일박 이일로 간다는... 경우는 일반적인 사례에서 제외시키고 싶다. 이런 회사가 존재한다는 데에서 심각한 회의감을 느끼며 이런 회사가 정말 그렇게 많다면 내가 브런치에 글 나부랭이를 쓸게 아니라 나가서 사회운동이라도 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최악은 금토 1박 2일 워크숍으로 잡아 본다.


물론 여기서부터 '아니 지금 너는 너무 좋은 회사를 다녀서 모른다.', 라거나  '그럼 금토로 가지 평일에 가냐?'라는 항의를 하는 꼰대들은 지금 우리가 코로나 시대 이후로 엄청난 사회변화를 겪었다는 것을 까먹은 고인 물들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정신 차리시라! 그리고 이런 회사에 처음 입사하여 '워크숍은 당연히 금토 1박 2일이죠?'라고 가스라이팅을 당하거나 '와 회사에서 이런 행사를 하다니? 사회생활 어렵다.'라고 생각한 우리 젊은 세대 동지들은 안 그런 회사가 많다는 것을 명심하고 단합해서 문화를 바꿔보자. 최소한... 평일에 가는 게 평균이다...


1박 2일 가려면 평일에 갑시다!


이렇게 가는 회사들이 가장 많은 포션을 차지하지 않나 싶다. 아직도 대기업에서도 슬슬 다시 이런 워크숍들이 부활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못 간 게 아니라 코로나 이전에도 점점 1박에서 나오는 위험요소와 불편들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


금토로 가는 이유는 회사를 비우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고객이 있는데 어떻게 회사를 비우나? 회사돈으로 먹고 으이? 마시고 으이? 재워주고? 교통편도 다 대주고 으이? 놀러 가는데 오데 회사 업무 다 제끼고 평일에 가나?"라고 말한다. 죄송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회사돈으로 먹고 마시고 놀고 싶지 않다. 그냥 집에서 게임하고 웹툰 보는 게 더 재미있고 친구들이랑 모여서 멋진 카페에서 수다 떠는 게 더 즐겁다.


정말 단합을 위한다면 차라리 평일 수목으로 가자, 고객이 있어서 자리를 비울 수 없다고? 그럼 1박을 안 하면 된다. 왜 굳이 1박을 해야 단합이 되는가? 여기까지 해도 계속 반박을 낸다면... 설득 불가다 사실 뭐 주말 근무 이슈도 있고 사고 나면 누구 책임이냐의 실질적인 문제 때문에 금토 워크숍이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꼰대님들 금토 워크숍이 자리 잡은 건 토요일 오전 근무를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최소한 옛날에도 업무일에 갔던 것입니다!


당일 외부 대관 업무 공유 단합대회 및 술자리 워크숍


이 정도부터 소위 좋은 기업들과 일부 새로 등장한 회사들이 하는 워크숍이다. 워크숍은 하고 싶은데 정말 놀 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술을 안마실 수도 없고 그렇다고 뭐 안 하기도 뭐 하니 낸 절충안이다. 우리 분위기 바꿔서 부드럽게 업무얘기 하고 외부에서 신나게 마시고 놀아보자 이런 콘셉트다. 이 정도 오면 참여도 자율이다. 여전히 워크숍 하려면 100% 참석가능한 날로 잡으세요!라고 압박을 주기도 한다. 죄송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100% 참석이 되는 날을 고르는 순간부터 이미 참석 강요다. 며칠 안 나오는 임원의 빈 일정과 절대다수 직원들의 개인사를 껴 맞추는 순간부터 몇 명은 희생을 해야 한다. 그냥 대다수가 참여하는데에 의의를 둬야 한다.


이 정도 워크숍이라면 예산을 지급하는 회사도 그래도 술자리 놓지 못하는 꼰대들도 나름 직원들의 의견도 절충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나마 말이 통하는 회사이다. 하루 정도는 회사사람들과 일이 아니라 부드럽게 만나는 것도 어떤가 하는 개인적인 의견이다.


평일 낮 문화 활동 점심 회식하고 파하기


이런 회사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들었다. 부럽다... 하지만 여기서 또 드는 생각은 단합을 명목으로 회사사람들이 활동을 한다면 모두 다 한 가지 문화활동을 하는 게 과연 답합에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문화활동 이후 회사를 벗어나 우리 정말 진솔한 만남을 해보자라는 콘셉트로 자리를 잘 이끌어 나간다면 정말 좋은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점심 회식 후 직원들끼리 자발적으로 삼삼오오 모여서 술자리를 만들거나 자기들끼리 놀러 가서 다음날 더욱 끈끈해져 오기도 한다.


공방도 가고 전시회도 가고


해외여행을 갑니다.


이런 천상계를 넘어 전설의 회사들도 과거 호경기에는 존재했다고 한다. 부서전원을 해외여행 단체 관광을 보내줬다고 한다. 회사가 얼마나 돈을 많이 벌어야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가 궁금하다. 요즘 잘 나가는 회사도 직원들에게 항공권을 주거나 숙박권을 준다는 말은 들었어도 부서 전체가 해외여행을 간다니 놀랍다. 그리고 예산을 승인해 주는 회사도 놀랍다. 하지만 기획자나 통솔자에게는 지옥이 펼쳐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회사에서 수고했다고 보내주는 해외 워크숍을 마다할 사람이 있는가? 아... 물론 진정으로 원한다면 항공권만 지원해 줘라 라는 극단적 개인주의도 있다.

전설이 아니라… 검색하니 이렇게 많다니…

이런 천상계의 회사를 다니는 직원들은 친구들에게 "왜 회사사람들이랑 퇴근하고 술을 마셔?", "나는 회사사람들이랑 개인적으로 알고 싶지 않아.", "1박 2일을 간다고 그럼 잠은 어떻게 자? 다 같이?" 이런 잔인한 질문으로 서민들을 학살하지 않아야 한다. 당신들이 누리는 그 문화가 엄청나게 좋다는 것을 깨닫고 회사에 감사하기를 바란다. 우리라고 회사사람들이랑 친해지고 싶은 오지랖퍼라서 친해진 게 아니다. 회사일 하다 보니 주변에 아는 사람들은 회사사람만 남았고.. 끝없는 꼰대와의 전선을 함께 넘은 전우라서 친해진 것이다!


워크숍 절대 없어요.


이러면 좋을 것 같지만 의외로 더 삭막하다. 예산이 없다는 뜻이다. 그냥 직원들은 일하는 기계다. 아니면 사업주가 뭘 해주고 싶어도 돈이 없다. 또 내가 알기론 저런 비용은 만들어 두는 게 세금적으로 이익인데 그 돈 만들어서 직원들한테 안 쓰고 어디 다른 데서 착복했다. 그래서 직원들은 그냥 집에 가라는 것이다. 자기들끼리의 리그에 돈을 다 써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뭐 나도 회사-집, 회사-집만 해서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 사람이 하루종일 붙어있는데 인간관계가 없이 일만 할 수는 없다. 이런 회사들도 있다고 들었지만 겪어 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너는 어떤 워크숍을 가고 싶니?


나 역시 이제 저는 회사는 무조건 싫어요!라고 말할 연차는 지났다. 그리고 수많은 워크숍을 따라다니고 기획하면서 사실 워크숍 가서 만든 추억도 많고 끈끈해진 동료도 많다. 그래서 워크숍 갈래? 하면 그런 추억들이 떠올라 마치 대학교 엠티 때처럼 설렌다. 그리고 좋은 동료들과 집에 갈 걱정 없이 마시는 술도 절대 거절하지 않을 그런 닳고 닳은 나이가 되어 1박 워크숍도 좋다. 물론 코를 고는 나이가 되고 다음날 숙취가 심한 체력이 되어 다음날은 바로 아침도 주지 말고 보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쳐다보기만 해도 머리 아픈 동료들이 있는 회사에서 내 시간까지 희생해 가며 퇴근하고 도망갈 곳도 없이 그 사람들과 부딪힌다고 생각하면 생지옥이 따로 없다. 결국 워크숍이 아니라 그 회사 문화와 구성원들이 문제인 것이다. 함께하는 동료들과 회사가 아닌 제3의 공간에서 업무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소통을 증진하는 워크숍이라면 반대할 직원들은 없다.


워크숍을 준비했는데 직원들이 가기 싫어한다면 회사를 싫어하는 세대의 문제가 아니다. 회사의 문화와 소통이 일방적이라는 얘기다. 회사사람들과 친목 도모를 위해서 어디까지 개인 생활을 희생할 수 있니?를 물었을 때 그 정도와 수준은 연령별, 개인별, 가족 형태별로 다 다르다. 그래서 모드가 만족하는 워크숍은 정말 힘들다. 이것을 잘 조율해서 다수가 만족하는 워크숍을 만드는 것이 회사와 기획자들의 역할 일 것이다. 물론 회사의 문화와 소통이 아무리 수평적이여도 금토 워크숍은 누구나 반대할 것이다.... 절대 내가 이 장마 기간에도 꾸역 꾸역 금토 워크숍을 간 회사에 분노해서 쓴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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