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 달콤하고 묵직한 와인처럼, 내겐 과분했던 포르투
마지막 밤, 야경을 보러 나간다. 맑은 하늘을 보여준 오늘의 포르투는 상상한 것보다 더 멋진 야경을 보여준다. 아침저녁으로 오가던 리베르다드 광장은 밤도 멋지다.
아름다운 건물로 유명한 포르투의 맥도널드도 밖에서 보기엔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답다. 낮에 그렇게 걸었는데 밤이 되어도 또다시 걷는다. 적당한 어둠에 싸인 도시의 많지 않은 불빛들이 아름다움의 근원이다.
동 루이스 1세 다리까지 걸어와서 도루 강변의 야경을 감상한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트램이 지나는 길옆을 걷는 여행자 몇몇도 멋진 야경을 감상 중이다. 다리를 거의 건너니 그저께 열심히 올랐던 세라 두 팔라르 수도원(Mosteiro da Serra do Pilar)에 불이 켜져 있다. 낮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밤이 되자 불빛에 선명해진다.
다리 건너편에서 도루 강을 바라본다. 와인 저장고의 빨간 지붕도, 강 건너편 역사지구의 알록달록한 풍경도, 강물마저도 어둠에 가려져 불빛의 궤적만이 남는다. 멀리 보이는 어디쯤이 대서양이고 어디가 대성당인지, 상 벤투 역은 어딘지, 숙소는 어느 쪽인지 이젠 다 알 수 있는데 내일 아침엔 이 도시를 떠난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인도인이 운영하는 메르까도에 간다. 일요일이라 문을 닫은 가게가 많지만 거기는 매일 문을 연다고 했기 때문이다. 몇 번 가서 얼굴을 익힌 가게 주인은 달콤한 포트와인(Port wine)을 추천한다. 그동안은 드라이한 와인만 마셨는데 마지막 날이기도 하니 포트와인을 마시기로 한다.
포르투에서 유래된 포트와인(Port wine)은 포도주에 브랜디를 첨가해 알코올 도수가 높고 단맛이 강한 와인이다. 17세기, 100년 전쟁으로 영국이 프랑스에서 와인을 공급받지 못하게 되자, 영국인들이 포르투로 와서 영국으로 보낼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배로 이동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 와인이 변질되자, 와인에 브랜디를 넣어 달콤하고 알코올 도수가 높은 와인이 탄생한 것이다.
야경에 심취한 채로 케이와 와인잔을 기울인다. 알코올 도수 높은 포트와인은 금방 취기를 부른다. 단맛에 적응하지 못한 우리에겐 입맛에 썩 맞는 와인은 아니지만 이별의 아쉬움을 섞어 천천히 음미한다.
포트와인의 농도 짙은 달콤함은 입맛에 잘 맞지는 않는다. 한 달 이상을 까미노에서 마시던 드라이한 와인과 맥주에 익숙해 있었다. 900km를 걷고 나서 오게 된 포르투는 여기서 맛보는 포트와인처럼 과분하게 달콤했던 것 같다. 아마 포르투가 아니었어도 까미노 후 첫 여행지에서는 이런 느낌을 받을 것 같다. 포르투의 마지막 밤은 묵직한 포트와인으로 취하고 있다.
"까미노 데 산티아고" 여정은 https://brunch.co.kr/magazine/go2santiago 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