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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rliver Dec 14. 2016

빠이(Pai)의 오후

빠이에서 듣는 '호텔 캘리포니아'

치앙마이를 빠져나오는 직선도로를 벗어나 산길로 접어드니 구불구불이어진 길이 연속된다. 고개도 이런 고개가 없다.  산을 타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승합차가 아슬아슬 고개를 넘는다. 운전기사는 휴대전화로 통화까지 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이 험한 곳을 운전한다. 창밖이 온통 푸르다. 빠이는 생각보다 훨씬 깊은 산골이다.

빠이 버스 터미널은 타지에서 온 차들이 멈춰서는 곳, 글자 그대로 터미널일 뿐이다. 이곳에 오는 12인승 밴이 왜 그리 많은가 했더니, 대형버스는 출입이 불가능한 작은 마을인것이다. 마을 길을 천천히 걸어 가격도 싸고 방도 예쁘고 전망도 좋은 딱 알맞은 숙소를 찾는다. 제대로 된 영어라고는 한 마디도 못하는 주인과 흥정해서 하루 400바트에 묵기로 한다. 통유리창으로 보이는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산골 게스트 하우스 2층이다.

천천히 저녁을 먹고, 해지는 빠이의 독특한 풍경이 펼쳐지는 거리를 느린 걸음으로 산책한다.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하면 골목에는 노점이 하나 둘 불을 밝힌다. 거리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여행자들로 가득하다. 이 작은 마을에 대체 어디서 여행자들이 나오는 것일까? 배낭여행자 뿐 아니라 태국현지인 관광객, 중국인으로 구성된 단체여행객들도 굉장히 많다.

빠이(pai)의 야시장에서는 빠이가 줄 수 있는 모든 걸 팔고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꼬치구이와 국수, 못생긴 과일, 티셔츠나 열쇠고리에도 빠이라는 단어가 선명하다. 통통한 오징어를 굽는 노점엔 번데기나 바퀴벌레, 메뚜기와 비슷한 곤충류들이 튀기고 볶아져 손님을 기다린다. 오징어 하나를 주문한다. 노점상은 말리지 않은 오징어를 구워 그릇에 담아 팍치를 팍팍 뿌려 건넨다. 향신료와 매운 맛이 어우러져 혀 어딘가를 톡 쏜다. 여행을 즐기다보니 국제적인 입맛이 된 건지, 즐길 만하다. 매워서 물을 연신 마시면서도 자꾸 손이 간다.   

저녁을 먹고 시작한 산책에서 노점 음식을 맛보며 길가의 가게들을 들락거리다 보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른다. 수많은 이방인들이 20바트(600원)짜리 꼬치를 입에 물고 옷가게에서 200바트(6000원)를 부르는 바지가격을 흥정하고 있는 산골마을의 늦은 오후가 현실같지 않다. 어쩌면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상상의 범주를 벗어나는 현실의 존재를 기꺼이 알게 되는 것, 기억하고 수용하거나 거부하기도 하는 다양한 삶의 맛을 인정하는 것.

음악에 이끌려 레스토랑으로 들어간다. 맥주 한 잔을 앞에 두고 동행과 이야기를 나눈다. 지난해 남인도에서 만났던 동행과 다시 여행하게 되었으니 다른 때보다도 색다른 느낌이다.  


어쩌면 이방인들은 깃털처럼 가벼운 시간, 무의미가 의미인 소소한 파티를 즐기러 빠이로 오는지도 모르겠다.

허스키 보이스의 보컬이 부르는 “호텔 캘리포니아”가 테이블 위의 촛불을 흔든다. 리듬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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