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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rliver Jan 31. 2017

느림이 즐거운 곳, 라오스

돌고 돌아 루앙프라방 도착

이제 므앙응오이를 떠날 시간이다. 달팽이 같은 시간이 느리게 굴러가던 므앙응오이에서 모터보트를 타고 나오기 위해 선착장에 줄을 선다. 사람이 많으니 배 두 척이 출발한다. 여행자들에 현지인들까지 빼곡한 배에 앉아 강변의 경치를 바라보며 농키아우로 간다. 사람이 빽빽이 들어찬 배안에서는 누구나 소리를 낮춘다. 다들 조용히 앉아 부는 바람과 아침 강변의 경치를 만끽한다.

"느린 시간"은  단언컨대 라오스의 특산품이다. 별 일 없이 무심하게 흐르는 시간을 묘하게 즐기게 되는 곳이다. 이동 역시 급할 것도 없다. 목적지가 중요한 것인지,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이 중요한 것인지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 조급하지 않은 풍성한 시간의 주인이 되면서도 그 시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라오스 여행의 매력이다. 므앙응오이에서 숙박하고 나온 여행자들은 모두들 천천히 조급해하지 않고 길을 가게 될 것이다.  


농키아우의 선착장으로 다시 돌아온다. 나무로 엮어 양철지붕을 얹은 집 몇 채, 간신히 상품을 진열해 놓은 가게, 흙길 위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썽태우, 공사용 블록 몇 장이 므앙응오이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맞이한다.   


한 배를 탔던 사람들과 같이 썽태우를 흥정해서 버스터미널로 이동한다. 루앙남타에서 빡몽으로 이동할 때 탔던 커다란 중고버스를 타게 될 것이라 예상했는데, 루앙프라방까지 우리가 타고 갈 차는 15인승 도요타 승합차다. 배낭들을 뒤쪽에 싣고 사람들이 앉다 보니 공간이 넓지는 않아도 나름대로 쾌적하다.

라오스의 옛 수도인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길이라서인지 그런대로 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 승합차는 고물 대형버스와는 달리 가는 속도도 빨라서 감탄하게 된다. 중간에 세워주는 간이터미널(?)에서 화장실도 가고 군것질도 한다. 차가 출발하려는데 뒤에 앉은 누군가가 소리친다. "아내가 안 탔어요!" 전에 탔던 대형버스도 인원체크 안 하고 출발해서 화장실 간 동행이 헐레벌떡 뛰어오게 하더니만 오늘도 그렇다. 어쨌든 모두 태우고 가니 다행이기는 하지만, 혼자 여행하는 사람은 조심해야 할 것도 같다.

드디어 루앙프라방 시내에 접어들자 승합차는 터미널에 여행자들을 내려놓는다. 대도시 터미널 풍경은 라오스서 처음이다. 함께 내린 사람들이 이번에도 작은 썽태우를 흥정해 목적지로 간다. 드디어 루앙프라방의 명소 "조마 베이커리"앞에 도착한다.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라오스에는 프랑스풍 문화가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특히 라오스 인들이 빵 굽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고들 한다. 조마 베이커리는 그런 면에서 루앙프라방의 랜드마크 같은 곳이다.

루앙남타나 농키아우, 므앙응오이 등 여태 거친 라오스 북부 산골과는 다른 모습의 세련(?)된 도시풍경이 펼쳐진다. 한국에서 바로 루앙프라방으로 왔다면 분명 촌스런 소도시라고 느꼈을 것이지만, 북부 루앙남타부터 홈스테이와 오지마을을 거쳐 도착한 우리의 눈에는 루앙프라방의 풍경이 대도시의 화려함으로 비친다. 머리가 여러 개 달린 은빛의 용이 입을 벌린 사원 입구도 너무 근사해 보인다.

툭툭과 자동차들이 길게 주차되어 있는 거리, 그 사이를 달리는 자동차만 보아도 이곳이 라오스의 예사롭지 않은 옛 수도라는 것이 짐작된다. 양떼구름이 몰려와 루앙프라방에서 맞이하는 저녁시간을 축복해준다.  

여행자들 많은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지리를 익히며 가이드북에 소개된 식당을 찾는다. 점심도 미처 못 먹고 한나절을 왔더니 무척 허기가 진다. 길을 몰라 헤매다가 가이드북에 소개된 레스토랑 한 군데에 들어간다. 라오스 식이 아닌 현대적이고 쾌적한 인테리어의 레스토랑에 극도의 친절이 몸에 밴 젊은 웨이터들이 수시로 돌아다니며 손님들을 챙긴다. 그리고 메뉴판을 펼친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므앙응오이의 소박함에 찬사를 남발하던 나에게는 적응이 되지 않는 자본의 숨결이 느껴진다. 북부 시골마을에서 먹던 물가와는 비교도 안 되게 이곳의 음식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오늘은 다른 곳을 찾아갈 여력도 남지 않아 여기서 부르주아틱(?)하게 먹기로 한다. 야외 연회장인 듯 아름다운 레스토랑에서 천천히 식사를 한다.

그렇게 예기치 않게 화려한(?) 식사를 하고 산책하듯 숙소로 돌아온다. 조식이 제공되는 중급 호텔 규모의 숙소에 머무를 예정이라 루앙프라방에 오자마자 급작스레 지출의 규모가 커진다. 지금까지 여행하던 라오스 물가 대비해서 말이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루앙프라방은 라오스의 상징 같은 곳이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라는 타이틀이 붙은  라오스의 고도가 바로 루앙프라방이다. 태국 북부를 거쳐 국경을 통과해서 라오스의 산간 마을을 체험하며 그 "루앙프라방"에 도착했다.


느림을 즐기는 곳, 라오스. 이 나라의 대도시에서는 어떤 풍경을 보게 될까?

왠지, 이렇게 돌고 돌아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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