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설렘의 시작
어젯밤 벵갈루루 시티(Bangalrore City) 역을 출발해서 정오가 다 돼서야 호스펫(Hospet)이라는 작은 역에서 내린다. 이제 밤 기차나 밤 버스 이동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힘드니 피곤하니 하는 생각조차도 사치가 됐다고 할까? 아프지도 않고 여행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게 다행이다. 플랫폼까지 들어온 릭샤왈라의 호객에 그의 오토릭샤를 타고 더 작은 마을 함피로 간다. 호스펫에서 함피까지 가는 길은 포장이 잘 되어 있어서 이동이 힘들지는 않다.
생각해보니 오늘이 모한이 말해준 화요일이다. 인도의 축제가 있다는 그날이다. 어쩐지 거리에 차가 많다. 작은 삼륜차 뒤쪽에 아이들이 짐짝처럼 실려 가면서 사진 찍는 여행자에게 웃음을 날려준다. 오토바이에도 사람이 둘, 셋씩 타고 있다. 운전자만 헬멧을 쓰고 나머지 사람들은 헬멧이 없어서 보는 사람은 불안한데 정작 본인들은 웃는 얼굴이다.
릭샤왈라의 말로는 여기 사람들은 일 년에 11월에서 2월까지 상대적으로 덜 더운 넉 달 동안 일해서 일 년을 산다고 한다. 나머지 여덟 달은 그야말로 더워서 여행자도 많지 않고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 날짜는 1월 14일인데, 그 말이 실감 나는 더위다.
인도 중남부, 고작 몇 천 명의 사람들이 사는 산골 마을에 여행자를 위한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숙소를 찾아다니다가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민박 같은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푼다. 일층은 아주머니의 집이고 이층의 두 개의 방이 손님을 위한 방이다. 주인 인상도 좋고 무엇보다 깔끔한 게 너무 맘에 든다.
여행 전 인터넷 카페에서 모은 정보로는 남인도를 여행하는 여행자에게 어디가 좋았느냐 물으면 이구동성 함피를 손에 꼽았다. 히피처럼 지내는 여행자들이 장기 투숙하기도 한다고 한다.
며칠 지내다 보면 함피의 진가를 알게 될 것이다. 단 며칠간의 정착(?)이지만 버스나 기차처럼 흔들리지 않는 숙소에서 등을 땅에 붙이고 잔다는 것이 호강으로 느껴진다. 아직은 여기 함피라는 곳을 잘 모르겠지만 산과 강과 사원이 어우러진 작은 마을에 여행자들이 찾아오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게스트하우스 옥상에 올라간다. 산골의 좋은 공기를 마시고 달과 별을 볼 수 있는 고요한 밤하늘을 본다. 허겁지겁 먹은 저녁은 진짜 위대(?)해졌음을 알게 해 준다. 여행이 내게 준 선물은 소식가(小食家)에서 대식가(大食家)로의 변신이다.
깨끗이 씻고 빨래도 해 널고 원 없이 먹고 쾌적한 방에 피곤한 몸을 눕히고 빈둥거리는 밤이 달콤하기만 하다. 남인도에서도 특별히 오고 싶었던 함피가 내일 아침 어떤 모습을 보여 줄까 기대가 부푼다. 생각해보면, 매일 매일이 기대되고 새로운 건 여행자가 가지는 커다란 특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