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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toyourverse Oct 24. 2018

<배드 사마리안>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둘러싼 딜레마

로버트 시한, 데이비드 테넌트 주연/딘 데블린 감독


선한 사마리아인 법이 있다. 성경의 누가복음서에 나오는 비유에서 따온 법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조항에서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 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몇몇 나라에서는 이 법을 더 넓게 적용하여 위급한 상황에 구조 활동을 하지 않은 경우, 법에 의한 처벌이 가능하다고 정해두었다. 이 영화의 제목은 <배드 사마리안>이다.


션(로버트 시한)은 친구 데릭(칼리토 올리베로)과 함께 고급 레스토랑 손님의 차를 발레파킹 하며 생계를 꾸려나간다. 여기에는 은밀한 비밀이 있다. 사실 션과 데릭은 발레파킹을 빌미로 손님이 식사하는 동안 그들의 집을 도둑질해왔다. 매너 좋고 화목해 보이는 가족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도 잠시. 데릭이 도둑질을 감행하고 션도 강하게 가로막지는 않고 동조한다. 도둑질의 수입 격차는 있었지만 순조로웠다. 마세라티를 타고 온 재수 없는 손님, 케일(데이비드 테넌트)을 만나기 전까지는.


션이 자신의 차례라며 케일의 마세라티를 몰고 내비게이션 정보를 통해 케일의 집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슈퍼리치만 소지할 수 있다는 블랙카드를 훔치며 대박을 치는 와중에 온갖 도구와 쇠사슬로 묶여있는 여자(케리 콘돈)를 발견한다. 이때부터 션의 마음에 갈등이 생긴다. 여자를 구출하는 데에 전력을 다 하자니, 자신이 그 집에 있는 이유를 합법적으로 설명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그저 외면하기에는 죄책감이 너무 컸다.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는 동안 다른 사람의 더 위급한 범죄 현장을 마주하게 됐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것이 <배드 사마리안>을 관통하는 주제이다. 


우여곡절 끝에 션과 데릭은 여자를 도와주기로 마음먹는다. 이때부터 케일과 전면적인 대결을 피할 수 없다. 케일은 지능적이고, 치밀하고, 재산도 많은 연쇄살인범이다. 션과 데릭의 침입을 유도하고 최첨단 보안 설비로 다 지켜본다. 전에 <서치>를 리뷰(링크)하면서 사회공학적 해킹에 대한 위험성을 적은 바 있다. <배드 사마리안>에서는 사회공학적 해킹으로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활을 전제로 한다. 케일은 사회공학적 해킹으로 션과 여자 친구(재클린 바이어스)의 관계를 파멸시키고, 조작된 고발 전화로 션의 부모님도 직장에서 잘리게 만든다. 법과 제도의 테두리 밖에서 서로가 물고 물린다. 케일은 증거를 쉽사리 남기지 않고, 경찰과 FBI도 현행범이 아닌 이상 증거 없이는 속수무책이다. 


영화 소재와 초반 전개는 흥미롭고, 중반까지 빠른 템포로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후 대결 구도가 명확해진 다음부터는 다소 예측하는 대로 흘러가는 전개라서 힘이 빠지는 단점이 있다. 더 나쁜 연쇄살인범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나쁜 도둑에게 몰입해야 하는 것도 썩 달갑지만은 않다. 적어도 물질보다 인명을 중시하는 것을 다행이라 여겨야겠다. 착한 사마리아인을 주제로 비슷한 딜레마를 다룬 영화로는 지난여름에 개봉한 <목격자>(리뷰 링크)가 있다. 위급 상황을 앞에 두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나와 소중한 사람의 안위를 우선시한다면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을까. 영화에서는 마지막에 공권력의 도움을 받는다지만, 현실에 처한 상황이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쉽게 답을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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