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작년 이때쯤 슬슬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은 1년 전에 결혼준비를 시작한다는데 내가 결혼하고 싶은 시기는 6월 중순 토요일이었다. 3년 전만 해도 6월 날씨가 참 좋길래 6월에 결혼해야지 생각했는데, 솔직히 올해 이렇게 때 이른 폭염이 찾아올 줄은 몰랐다. 어쨌든 남자친구에게 말하고 결혼(식) 준비를 시작한 지 이제 1년이 되어간다. 당장 이번주 토요일이 내 결혼식이다.
결혼준비 과정에서 나는 참 풀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친구가 결혼준비를 시작한다 하면 앉혀놓고 서너 시간 얘기해주고 싶을 만큼.
결혼준비를 시작하는 이는 정보가 없는 약자인데, 하물며 정보를 얻는 과정도 쉽지 않다. 원하는 정보를 1차적으로 블로그 제목, 본문, 섬네일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이 기이한 현상은 웨딩 플래너사의 포인트 적립 제도 때문에 생겨났다. 예를 들어 결혼 준비에 앞서 웨딩홀을 알아본다고 하자. 웨딩홀 견적은 전화/이메일 등 온라인으로 문의하면 할인 전 정가를 알려주기 때문에 할인 반영된 실제 견적에 대해서는 기상담자들이 정보를 공유해주지 않는 이상 미리 알 수 없다. 웨딩홀을 방문상담하는 경우에는 그날에 계약을 해야지만 누릴 수 있는 당일계약 혜택(대관료 할인, 식대 할인, 보증인원 조정, 각종 서비스 등)이 있기 때문에 하루에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가볼 만한 웨딩홀을 추리기 위해 미리 인터넷 검색을 해보는 건데, 어느 경로를 통하든 대부분 자기 블로그를 안내하고 그 블로그에 들어가면 이메일주소를 비밀댓글로 달아달라고 한다. 이런 블로그 포스트의 본문 끝에는 대개 네임택이 달려있는데, 여기에는 본인이 활동 중인(=계약한) 웨딩카페(=웨딩플래너회사)의 추천인 코드가 안내되어 있다. 알아본 바 이런 식으로 블로그에 비밀댓글을 단 사람에게 이메일로 정보를 공유하면 그 블로거의 웨딩플래너사 활동 계정에 포인트가 쌓인다. 플래너사와 계약한 스드메 금액을 모아둔 포인트로 지급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스드메 지출금액을 방어하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는 예비부부가 많다.
열심히 활동하는 그들의 잘못은 아니지만, 나는 키워드에 낚여서 들어왔다가 1차적인 눈팅으로는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글을 보는 것에 진절머리가 났다. 웨딩카페에서 포인트를 적립하는 방법은 갈수록 가이드가 까다로워진다고 하는데, 왜 업계에서는 정보 제공자뿐만이 아니라 이용자에게까지 피로감을 주는 방식을 고수하는 걸까. 그래서 나는 내가 가진 정보를 이런 식으로 나누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웨딩카페와 관련 없이 상세 혜택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는 업체도 있었다. 특정인에게는 어떤 혜택을 제안했지만 다른 고객에게는 제공되는 혜택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는 즉 같은 가격에도 제공되는 서비스에 차이가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사실상 정가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물론 서비스 품목은 변경될 수 있겠지만 웨딩홀이나 스드메 개별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가격을 가리고 있으니 업체에서 불러주는 대로 하는 수밖에.
보통은 한 번뿐인 결혼식이라 내가 당사자일 때 뭔가 이상하고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게 있더라도 좋은 날 좋게 마무리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앞으로 결혼식을 올릴 다른 예비부부들이 이런 과정을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한다. 결혼문화가 좋은 방향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 기존에 이용하던 브런치 작가 계정이 있지만 결혼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는 공간이 어울리지 않고, 해당 계정이 연동된 휴대폰 번호를 잘 이용하지 않아 해지할 계획이 있어서 브런치 계정을 새로 마련했다. 앞으로는 이곳에 결혼준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 신혼여행 여행기, 그리고 나누고 싶은 생각과 편안한 일상을 기록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