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안전감은 공기처럼 흐른다

워크숍, 퍼실리테이션

by 올리비아 킴



며칠 전, 한 팀을 위한 워크숍을 진행했다. 해지를 희망하는 고객에게 지속사용을 권유해야 하는 부서, 고객의 감정과 조직의 논리 사이에서 늘 양쪽 눈치를 봐야 하는 팀. 그중에서도 가장 업무 강도가 강하다는 팀이었다.

실 리더와의 미팅, 팀 리더와 미팅을 하고, 조직 내 상호 신뢰형성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나는 그 팀 안에서 조금은 다정하고, 조금은 솔직한 대화가 오가길 바랐다.

기존에 진행하던 워크숍이 있었지만, 좀 더 그들이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구성도 공들여 짰다. 최대한 부담스럽지 않게 워크숍에 참석하고, 참석을 넘어 참여로 만들 수 있도록 리치픽처로 팀의 현재 모습을 그려보고, MTB 차트로 서로의 입장을 바꿔보는 흐름까지.


하지만, 그날 팀은 조용했다. 누구도 먼저 말하려 하지 않았고, 리더의 기분을 살폈다. 어떤 의견이든 편하게 말하자고 약속했는데도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전에, 이미 참가자들의 마음은 굳게 닫혀 있었다.

나는 속으로 크게 상심했다. ‘심리적 안전감’을 만들지 못한 내 탓이라는 생각이 밀려왔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왜 흐르지 않는 걸까? 왜 그들은 입을 다물까?

워크숍이 종료된 후 한참을 복기하며 깨달았다. 가장 불안했던 사람은 사실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나는 그들에게 말하기를 유도했지만, 사실은 내가 먼저 안전하지 않았다. ‘잘 진행해야 한다’는 압박, ‘이 흐름을 완성시켜야 한다’는 책임감과 긴장이 내 안에 먼저 가득했다. 그건 아무리 정교한 설계여도 참가자들이 다 느낄 수밖에 없었겠지. '말하라'는 나의 말이 나오기 전에 먼저, '들어주겠다'는 사인이 있었어야 했다.

너무 슬펐다. 귀한 시간을 내 준 그들에게 오히려 더 무거운 마음의 짐을 올려준 것만 같아서.


문득, 내가 존경하는 퍼실리테이터 한 사람 쿠—구기욱 대표—가 떠올랐다. 심리적 안전감 조성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의 말을 떠올리며 나를 책망하고, 만약- 그분이 진행했더라면 어땠을까? 마음속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것은 워크숍을 '잘 진행하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사람들이 '자기 안의 말 못 한 진심을 만나도록 하는 것'이었을까.


나는 그들이 진심을 만나고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지만, 그날의 '진심'은 참석자가 아닌 내 안에만 있었던 것 같다. 잘 진행하려고 했던 과도한 책임감이 분위기를 오히려 밀어붙였나? 내가 긴장한 채 먼저 그 안에 들어가서 참가자들이 '안전'이 아닌 '판단'을 먼저 감지했던 걸까?

심리적 안전감은 슬로건이 아니라 공기였을텐데. 나는 그 호흡의 흐름을 잘 이어주지 못했던 걸까.


동시에 MTB는 흐름의 중심이 아니라, 정서적으로 허락된 순간에만 열리는 문이라는 걸 새삼 몸으로 배우게 된 것 같았다. 그들이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을 오히려 끄집어내려고 했다. 말하지 않는 것에 집중했어야 했는데 많은 것들이 내가 진짜로 봐야 하는 것들을 눈앞에서 가려버렸다. (어쩌면 내가 질끈 눈을 감은 걸지도..)


나는 구조를 짜고 사람의 마음의 결도 잘 읽고 싶은데 가끔 두 가지가 충돌할 때가 있다.

구조를 너무 믿으면 마음이 길을 잃고, 마음을 너무 쫓으면 흐름이 무너지고. 그 두 감각이 충돌할 땐 반드시 ‘먼저 공기를 읽는 쪽’을 선택했어야 했다.

성공은 흐름의 결과고, 성장은 방향의 선택이다.


심리적 안전감은 내가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그렇게 존재함으로써 생겨나는 것임을... 실패로 학습하게 된 시간이었다. 그저 나의 실패를 축하할 수 없는 건 워크숍에 참석하신 분들에게는 그저'실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워크숍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다음에는 흐름보다 먼저 사람들 안에 흐르고 있는 공기의 온도부터 읽을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숨 쉴 수 있게 만드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그것이야말로 진짜 퍼실리테이션으로 한걸음 다가가는 것 아닐까.





(나의 실패와 학습이 누군가의 힘듦이 되어선 안되었는데. 여전히 마음이 많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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