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투병 중 이혼을 통보받다

근데, 너 언제 나아?

by 애이


근데 너 언제 나아?

남편에게 여러 번 들었던 질문이다
항암치료 중인 내게

그는 늘 이 말로 신세한탄을 시작하곤 했다

직장에서 얼마나 힘든지
아직 젊어서 하고 싶은 것이 얼마나 많은지
내가 낫길 바라지만 낫는다 해도

언제 재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든지

멈출 줄 모르고 이어지는 넋두리의 결론은
'그래서 너랑 헤어지는 게 좋을 것 같아'였다

언제 낫는지가 궁금한 이유는
적절한 이혼 시점을 가늠하기 위해서였고


투병 중에 헤어지면 아픈 날 떠났다는 죄책감과 주변의 시선이 본인을 괴롭힐 것을 알기에

(자신에 대한 남들의 평가에 예민한 사람이다)
적어도 표준치료는 마치면 떠나려는 심산이었던 거다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수술을 앞두고 오랜만에 남편이 집에 왔다
일생일대의 일을 앞두고

마음이 요동치고 있는 나와
머릿속이 온통 이혼생각으로 가득한 남편이
한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그 사람은 담담하게 또 이혼 얘기를 꺼냈다
'우리 헤어지는 게 좋을 것 같아'
싸워서 홧김에 하는 말도 아니었고
충동적으로 내뱉는 말도 아니었다
이미 정해진 날카로운 사실을

부드러운 말투로 포장해 전달했다

눈물이 많이 흘렀다
남편은 어쩔 수 없다는 한숨을 쉬며
별 해결책은 없다는 듯 일단 자자고 했다

그는 바로 잠들었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아니겠지'
늘 퇴사하고 싶다 말하면서도 매일 출근하는 사람인데, 그냥 해본 말이겠지

남편의 진심은 그게 아닐 거라며
그가 어지럽혀놓은 내 마음을

혼자 쓸고 닦고 정돈했다

그리고, 그때까지는 몰랐다
우리가 정말 이혼하게 될지는..




수술날이었다

세 번째 순서였던 나는 오후 한 시쯤
이동형 침대에 실려 수술실로 향했다
(보호자인 친정엄마는 병실에 있어야 했다)

걱정 말고 잘 다녀오라며 웃었지만
그 순간 나는, 웃음과 울음이 공존하는 얼굴이 어떤 것인지 엄마의 표정을 통해 알게 되었다

실려가면서는 병원복도 천장을 보며
그 상황이 여전히 얼떨떨하여 마음이 힘들었다

간호사는 다시 한번 절제부위를 확인했고
편하게 숨 쉬라는 안내에 맞춰

몇 번의 호흡을 했고 이후의 기억은 없다

마취에서 깨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건
목과 발목에 주삿바늘이 꽂혀있다는 것과
압박붕대로 싸매어 둔 내 가슴이

이전과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스스로는 몸을 전혀 움직일 수도 없었고
진통제에 의지해 누워있으면서도
정신은 맑았다

이제는 수술이 끝났다는 안도감과
일상으로 돌아가면 남편의 마음이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혼자만의 희망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다음 날 점심쯤 술에서 덜 깬듯한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나 너무 힘들어... 헤어지자...'

이미 여러 번 들었던 말이지만

당시의 나는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남편을 설득하는 것과

병동 창가에서 하늘을 보며

하염없이 우는 것뿐이었다

치료만 잘 받으면

내 인생에 더 이상의 시련은 없을 거라 믿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그 생각이 무색하게도 얼마 지나지 못해 더 큰 시련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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