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남편의 본격적인 이혼준비

너무 매달리면 남자들이 싫어해

by 애이

일주일간의 병원생활을 마치고 퇴원하는 날이었다


곧 택배가 도착한다는 문자가 왔다

발송처 : 꾸까 KUKKA

검색해 보니 꽃배달 전문업체다


누가 나에게 꽃을? 설마 남편일까?


맞았다


그에게 받았던 그 어느 때의 그 어떤 선물보다

기뻤다.

'그래.. 이혼은 아니지 우리가 무슨 이혼이야..'

그동안의 긴장이 풀리며 마음이 녹는듯했다


전화를 걸어 '덕분에 집이 화사해졌다고, 고맙다고 자기 바쁜 거 끝나면 가까운데라도 가서 시간 보내자'고 또 한 번 제안했다


그의 마음이 돌아온 걸로 생각했기에

어렵지 않게 말을 꺼낼 수 있었다


그런데 남편의 대답이 또다시 나를 얼게 했다


'이제 너랑 여행 가고 싶을 일은 없을 거야...'

에둘러 거절하려는 노력도 없이 그냥 대놓고 나를 거부했다


꽃과 선물은 날 아끼는 마음에서 준비한 게 아니었고 본인의 죄책감을 덜기 위한 거였나 보다


그 사람은 이미 마음을 정했다는 말만 반복했고

그에게 나는 정리해야 할 불편한 관계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부모님이 알게 되면 정말 돌이킬 수 없을까 봐

숨겼고

치료과정에서 친구들과 연락을 끊었기 때문에

그저 혼자 앓았다


그의 카톡을 기다리는 시간이 늘었갔다

샤워 중에는 혹시 연락이 올까

눈에 보이는 곳에 폰을 올려뒀고

청소기를 돌릴 때는 혹시 울릴 벨소리를 듣지 못할까 봐 진동으로 바꿔 손에 쥐고 있었다


우리의 관계는 전혀 평등하지 않아져 갔다




그렇게 정리를 해나가던 남편이

딱 한번 이혼을 망설이던 때가 있었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전화 와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고 하며


'우리 아버지가 나보고 의리 없는 새끼래'


'(남편과 가장 친한) B선배가

나보고 진짜 책임감 없는 거 아니녜. 나보고 실망했대'


듣고 보니 그 이유가 날 위한 건 아니었지만

뭐 이 또한 오래가지 못했고

얼마 후 그냥 이혼을 하는 게 좋겠다고 해왔다


그러면서 왜 이혼을 원하는 거냐고

묻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네가 낫길 바라지만 언제 나을지도 모르겠고, 낫는다고 해도 언제 또 재발할지 몰라 불안할 것 같아


그래서 네가 없는 내 삶도 쉽지 않겠지만

너랑 함께하는 삶은 더 희망이 안 보여


그리고 만약 내가 암에 걸렸으면

난 너한테 먼저 이혼하자고 했을 거야'


그러면서 구글에서 한 통계자료를 찾아서는

여자가 암 걸리면 이혼할 확률이 3~4배나 높아진대라며 본인의 결정을 합리화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한말은

'근데 사실 나는 네가 아파서 이혼하는 게 아니야

그냥 나는 원래부터 너랑 이혼하고 싶었어...'

였다


이렇게 너무 솔직한 남편의 말로 마음이 아팠지만 그때의 나는 자존심이 없었고

이별을 받아들이지도 못했다


울고불고하며 지쳐갔고 불면증과 우울감이 심해졌고 '치료받는 게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렇게 바닥을 칠 때쯤 시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얘야, 너무 매달리면 남자들이 오히려 싫어해

일단 헤어지고 너무 보고 싶으면 친구로 지내도록 해. 우선은 너 몸부터 챙겨'


이 말을 듣고 정신이 들었다

남편만 이 이혼을 원하는 게 아니라

시댁어른들도 내가 당신들의 아들을

그만 놓아주길 바란다는 게 느껴졌다


그들은 이미 정했고

나는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걸

그렇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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