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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휴가 떠나고 싶은 순간 Top3

사표는 못 쓰니께


<무한상사> 속 박차장 말마따나, 샐러드맨(?)이라면 사표를 가슴에 품고 산다. 나는 현 직장이 맘에 들기에 사표까진 아니지만 어쨌든 일은 일. 내 경험상 휴가가 가장 땡기는 순간 Top3 와 그때 갔던 장소들을 소개한다.


<휴가 가고 싶어지는 순간> 1. 휴가를 다녀오자 마자!

쿼카를 보러 떠난 프리멘틀과 로트네스트섬



아이러니한 일이다. 휴가를 다녀오면 리프레쉬가 되어서 힘도 의욕도 샘솟아야 할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 휴가가기 전보다 더더욱 일하기 싫다. 일은 밀렸는데 뇌는 아직 가열이 안 되었기 때문에 돌아가질 않는다. 공장도 원래 돌리던 게 더 잘 돌아간다...!


싱가포르에 처음 왔을 때 매일을 10시-12시까지 일했다. 나는 그렇게 참고 참다가 휴가를 쓰지 않으면 내 스스로 그만둘까봐 발리로 3박 4일의 휴가를 갔다.


그렇게 다녀 온 휴가, 이럴 수가, 갔다오니까 더더욱 하기 싫었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었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니 나는 늘 그랬다. 휴가를 다녀오면 오히려 더 정신이 안 차려졌다.


마침 그 다음다음주도 휴일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또 떠났다. 늘 행복한 동물 쿼카의 섬으로. 객관적으로 보면 돈ㅈㄹ이었지만 거의 살려고 떠났던 것 같다. 스트레스는 저축의 적이야...



<휴가 가고 싶어지는 순간> 2. 업무가 잘 안 풀릴 때

멍하니 석양을 보려고, 코타키나발루



나의 두 번째 아이러니. 업무가 잘 안 풀리면 박차를 가해야할 것 같지만 오히려 거꾸로다. 일이 잘 될 때는 신나서 일을 하니 성과가 더더욱 잘 나오지만,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속도가 느려진다.


“아... 뇌를 초기화해주면 왠지 팽팽 돌아가지 않을까? 내가 쉬어주는 것은 어쩌면 전략적 선택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 건 나뿐만이 아니겠지...


원래도 관광보다는 휴양 여행을 더 좋아하지만 싱가포르에 처음 온 2022년에는 더더욱 움직이기가 싫었다. 나는 완전히 방전되어 있었다. 그래서 멍하니 석양을 보고 싶은 마음에 세계 3대 석양이 있다는 코타키나발루에 갔다.


정말 끝내주는 석양이기는 했다. 내 옆의 한국인 커플이 “쩐다. 이거 실화냐?!”를 크게 반복하기 전까진...

(오해는 금물, 내 모국어에 대한 애착이 있다. 다만 그게 예쁜 말일 경우에....)



<휴가 가고 싶어지는 순간> 3. 퇴사할 때

어딘들 안 좋겠어, 이태리



솔직히 이태리 여행은 퇴사 전에 계획된 것이었다. 여행 가기 전에 우연히 좋은 이직 기회를 잡은 것 뿐... 그러나 어쨌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퇴사만큼 여행가기 좋은 + 신나는 기회는 없다!


이직 시 조금 껄끄러운 부분이기는 했다. 새로 가는 회사에서는 빨리 와달라는데 나는 2주씩이나 여행일정을 잡아 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꼭 가고 싶은 직장이라 더 그랬다.


하지만 나는 7년 차 직장인. 사회초년생이라면 여행을 포기할 생각을 했겠지만 이제는 안다. 나를 너무 포기할 필요는 없다. 내가 예의 바르지만 당당하게 나가야 회사도 나를 대접해준다.


다행히 나의 매니저가 양해를 해줘서 편한 마음으로 이태리를 다녀올 수 있었다. 다음 퇴사 여행은 향후 10년 정도는 없지 않을까. 지금 직장은 최대한 오래 다니고 싶다. 간간히 휴가를 즐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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