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남자와 한국 여행: 부산편
남편과 ktx를 타고 부산역에 내렸다. 택시를 잡으려고 출구 쪽으로 걸어가는데 어디선가 공기를 가득 메운 모카번 빵 냄새. 달콤하고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내음이 "잠시 멈춰봐요"라고 하는 듯 했다.
나는 한국인이고 모카번 열풍을 겪어봤기에 유혹을 넘길 수 있었지만, 싱가포르인 남편에게는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먹는 걸 정말 좋아하지만 몸 관리에도 열심히기에 보통은 나와 하나 사서 나눠 먹고 싶어한다.
남편: “냄새가 너무 좋다~ 여보 냄새가 너무 좋아.”
나: “응~ 정말 좋네. 사줄까? 난 안 먹을건데 하나 사줄게”
난 먹지 않겠다는 말에 서른여섯살 남편 얼굴이 초등학생 남자아이처럼 금세 시무룩해진다. 아니, 남편 본인이야 운동쟁이라서 먹어도 된다지만 난 찐단 말이야.
남편: "그럼 나도 안 먹어..."
으휴. 나는 다이어트 중이었지만 어쩌겠어. 먹는 걸 저렇게 좋아하는데 못 먹일 때 제일 속상하기 때문에 결국은 하나 사서 나눠 먹었다. 표정이 금세 밝아지더니 웃는다. 한 입 베어먹었더니 쫀득, 하는 식감이 입안에 가득했다.
남편: (너무나 신나하며) "안에 뭘 넣은걸까? 떡인가?"
그러게. 모카번에서 더 발전시켰나봐. "익숙한 맛일텐데 뭐"하고 지나갔더라면 못 느껴봤을 식감. 덕분에 몸매는 포기하고 추억은 얻었다. 여행인데 뭐, 경험부터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택시를 타러 갔다. 부산 택시 아저씨의 퉁명스러움을 마주해야 했음은 모른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