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남자와 한국 여행: 부산편
“이 다 실립니까?”
부산 택시 아저씨가 우리 짐을 보더니 하는 말. 큰 캐리어 두 개, 작은 캐리어 두 개였기 때문에 많긴 많았다. 작은 캐리어 하나는 결국 앞좌석에 놨는데 가면서도 툴툴. "이 원래 안됩니다 이거. 사람 타는 데를..."
이 짐을 싣고 택시에 탄 게 세 번째건만 유일하게 불평을 한 아저씨였다.
놀랍게도 기분이 많이 상하진 않았는데, 나의 외가가 부산이므로 어떤 문화인지 대충 알기 때문이다. 말로는 되게 뭐라고 하지만 실상은 따뜻한 사람들.
우리 외할머니는 특히나 직설적인 분으로, 덩치 큰 남성에게도 "보소!”를 외치며 호통치는 거침 없는 분이셨다. 나와 동생은 "할머니는 전생에 바이킹이었을거야"라며 깔깔 웃곤 했다.
나와 동생을 키우기 위하여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할머니는, 이웃들에게 너무나 잘 해줘 놓고도 말 한마디로 점수를 다 까먹곤 했다. 그래도 손녀인 나는 알았다. 우리 할머니가 “니가 또래 중 종아리가 제일 굵더라”라고 해놓고는 몇 년간 매일 아침 내 종아리를 주물러주던 분이라는걸.
택시 아저씨도 툴툴 대긴 했지만 실제로 아는 사이가 되면 온정 있는 분일 수도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정감이 갔다. 부산 사람인 엄마에게 전화해서 이야기하니 엄마도 깔깔 웃었다. "너 알지? 보이는 것의 4분의 1만큼만 짜증낸거야."
남편에게도 이야기해주니 재미있어 했다. 싱가포르 사람 입장에서 한국은 너무나 큰 나라이기 때문에, 지역 간 차이가 새롭다. 그들이 가끔 "한국은 크잖아. Korea is huge!"라고 말할 때 무척 귀엽게 느껴진다.
부산은 나와 남편 모두에게 이색적인 도시. 부산이 우리에게 또 어떤 맛을 선사할지 기대하면서 호텔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