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기 버겁다
"I'd rather not. The USP is..."
클라이언트의 왓츠앱 메시지를 보는데 숨이 턱 막혔습니다. 내용 때문이 아니라 어느 메일이든 메시지이든 열어보기가 버거웠습니다. 그것은 제게 번아웃이 왔다는 신호입니다.
저는 싱가포르에서 살고 있습니다. 맹렬히 일할 나이대이지요. 친구들이 간혹, 도시 국가라 답답하지 않아? 라고 할 때 참 난감합니다. 저는 집순이라 서울에서도 집에만 있었는걸요.
그런 집순이도 훌쩍 떠날 때가 있는데요. 번아웃이 와서 숨을 쉬고 싶을 때 바다로 갑니다. 서울에 살 적에는 속초로, 강릉으로, 통영으로 떠나곤 했습니다. 사주에 물이 부족한 것일까요?
그러다 싱가포르에 와서 살기를 3년차. 드디어 위기를 맞이했으니, 번아웃이 왔는데 나를 치료해줄 "푸르른" 바다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글의 제목, "싱가포르에는 바다가 없다"는, 바다라 불릴 수 있는 자격이 있는 바다가 없다는 소리입니다 (오로지 제 기준입니다).
싱가포르는 해양을 오가는 선박들의 중간 경유지로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고 있습니다. 정말 똑똑한 전략이지요.
그런데 위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어느 앵글로 쳐다보든 선박이 있습니다. 물 색깔도 탁하구요. 이것은 바다가 아니라.... 주차장으로 불러야 맞는 일 아닐까요?
가까운 동남아로 떠날 수도 있겠지만, 어쨌건 국경을 넘는 일. 기진막진한 상태로서는 공항까지 가는 일조차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남편이 함께 휴가는 못내면서도, 저 혼자 여행간다니 너무 섭섭해 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저는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에서 바다 비스무리한 것들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찾다 찾다 끼워 맞추게 되어도 좋아요. 저는 숨을 쉬어 보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