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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사람들]
On The Road : 모미랑

by 인터뷰온더로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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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서른 여덟번째 주인공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몸 기록 작가 모미랑입니다. 본명은 정수빈이에요.




Q. 그러면은 현재 하고 계신 일이 어떤 건지 간략하게 설명 가능하실까요?


A. 저는 현재 사람들의 몸을 찍고 있고 몸을 찍는 일을 몸 기록 작가라고 스스로 칭하면서 더불어 요가 프로필까지 함께 촬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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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몸 기록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A. 이게 되게 긴데 제가 요약을 조금 해 왔거든요. 슬픈 사연도 있는데 그냥 들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제가 2년~ 2년 반 전에 서울에서 혼자 이제 학교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제 본가가 광주거든요. 근데 가족들한테 전화가 왔어요. 무슨 일이지 하고 전화를 받았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패혈증으로 위독하시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광주로 내려갔거든요.


병원에 갔는데 한 한 달 정도는 못 깨어나셨고, 그 이후에 의식을 찾으셨어요. 여차저차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때 어머니가 다리도 절단하게 됐어요. 어머니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결국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신체 부위를 절단하게 된 거죠. 저는 딸 입장으로서 되게 조금 눈물이 날 것 같으면서 조금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습니다. 엄마가 다리 재활을 하셔야 돼서 의족을 사셨거든요. 그 재활하는 1년 동안 제가 학교도 못 다니고 그냥 내려와서 어떻게 보면 케어를 한 거죠. 그 1년간 장애에 대한 생각, 몸에 대한 생각들을 기사와 책들을 보면서 깨달은 게 많았던 것 같아요.


어머니가 괜찮아지시고 혼자 있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을 때, 저는 서울로 왔습니다. 다니던 학교는 그만두고 취미로 하던 사진을 계속하고 싶어서. 사진, 조명을 배우고 싶어서 스튜디오 한 40 군데를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딱 한 군데 연락이 왔어요. 거기가 바디 프로필 스튜디오였습니다.


저는 유행에 좀 뒤처지는 사람이어서 SNS도 잘 안 하고. 바디 프로필이 뭔지도 잘 모르고 면접을 보러 갔던 거죠. 다행스럽게도 저를 마음에 들어 하셨고, 1년 동안 바디 프로필 스튜디오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때 몸에 대해 더 깨달은 거죠. '아 사람들이 생각보다 자신의 몸에 대해 강박이 있고 누구나 완벽한 몸을 꿈꾸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지금 걸어 다닐 수 있는 이 발과 다리 그리고 헤엄칠 수 있는 팔이 당연한 게 아니잖아요. 근데 사람들은 지금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익숙해져서 감사함을 모르고 더 나아가 욕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뭐 엄청 나쁘다는 건 아닌데 굳이 그렇게 살 필요가 있나 싶었고 바디 프로필을 찾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SNS가 없었다면 왔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과시용으로 오시는 분들도 있었고. 그런 현실을 좀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저도 1년 동안 다니면서 강박이 생겼어요. 어떻게 보면 비만도 아니고 키도 크고 길쭉한 사람인데 이것보다 더 마르고 싶었던 거예요. 저는 원래 반바지도 못 입었고 나시도 밖에서 절대 못 입고, 무조건 긴 팔! 그렇게 타인의 시선을 되게 의식하고 살았던 거죠. 그러다가 퇴사를 한 후에 일상을 사니까 알겠는 거예요.'내가 2년 전에는 어머니의 몸을 보면서 생각했었는데, 1년 동안 스튜디오에서는 강박을 가지고 살았네.'라고 인지를 한 거죠.


퇴사 이후에 그냥 내가 뭘 더 좋아할까에 집중하고 놀면서 그렇게 지내려고 했어요. 그래 그럼 뭘 할 수 있을까? 해서 사람들의 몸을 한번 찍어보자! 친구들 몸부터 찍어줬던 것 같아요. 친구 중에 비만인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저한테 찍히고 나서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나는 어디서 나시도 못 입고 다니는 사람이었는데, '뭔가 남이 나를 볼까 봐'라며 타인을 핑계로 댔는데, 사실문제는 나였던 것 같다." 그 말에 동의했고, 이런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을지 알 것 같았어요. 그래서 내가 겪은 일들과 스토리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몸을 노출하는데 조금 편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이 몸에 감사하면서 기록을 남기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몸 기록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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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러면 기록을 하면서 만난 분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있으실까요?


A. 생각을 해봤는데 총 세 분 정도가 딱 기억에 남더라고요.


한 분은 제가 몸 기록 작가로서가 아닌 바디 프로필 작가로서 있었을 때. 한 분이 포징을 잘 못하시는 거예요. 바디 프로필 스튜디오에서 포징이 되게 빡세거든요. 허리 꺾고 골반 틀고 이래야 되는데. 잘 못하셔서 속으로 좀 많이 답답해했던 것 같아요. 나중에 들어보니까 젊은 분이었는데 20대 초중반이었던 것 같아요. 그분도 저희 어머니랑 똑같이 의족을 착용하신 분이었ㄱ 운동을 해서 몸이 되게 좋으셨어요. 그래서 그날 저녁인가 제가 부모님 엄마한테 전화드렸었거든요. 이런 상황으로 몸을 나한테 보여주시더라. 근데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엄마가 더 잘 알 것 같다.라는 말을 한 이후로 엄마가 운동을 시작하셨어요. 그래서 그분을 멋있게 생각했고 어머니에게 용기를 주신 것 같아서 성함은 기억 안 나지만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어요.


그리고 두 번째는 이제 몸 기록 작가로서 제가 일을 할 때 찾아주신 남성분. 그분은 되게 멀리서 오셨어요. 전주에서 오셨었는데 몸무게가 120kg 대라고 하시더라고요. 원래는 엄청 마른 몸이었대요. 근데 스트레스로 식이 장애를 거쳐 성인이 돼서 살이 찐 상태였다고 하셨어요. 다이어트를 10번 넘게 했는데 항상 실패를 하셨다면서 혼자 하니까 더 안 되는 것 같고. 보통 준비된 몸을 바디 프로필로 찍잖아요. 근데 그분은 저한테 "현재의 지금 몸을 찍어주시는 것 같아서 왔다. 그래서 저는 오늘 찍고 다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라고 하셨어요. 다이어트 선언을 하고 계셨던 분이 현재를 기록하러 와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사실 제가 129kg라면, 솔직한 마음으로 말을 하자면 저는 못 찍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용기가 진짜 너무 멋있었어요.


마지막으로는 최근 일인데 이제 그 갑상선 수술을 하신다고 하신 분이었어요. 수술을 하면 목에 이렇게 두 줄로 길게 상처가 남는데요. 근데 그분은 본인의 가장 매력 포인트가 목선이라고 생각을 하셨대요.


그래서 이제 그 수술 이야기를 듣고 충격받으신 거죠. 그래서 병원에서 이야기를 듣고 저한테 바로 연락을 주셨습니다. 원래 촬영을 마감했었는데 급하게 찍어드렸던 기억이 있어요.


이렇게 세 분. 다른 분들이 서운해하시면 어떡하죠?




Q. 요가를 어떻게 배우게 되셨나요?


A. 바디 프로필 스튜디오를 퇴사하기 직전에 요가 프로필 겸 바디 프로필 모델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때 '윤슬 선생님'이라고 계세요. 그분의 이미지를 보고 컨택을 했고 그때 제가 촬영을 하게 됐어요. 그분을 보고 제가 처음으로 스튜디오에서 고객님과 결이 맞다는 걸 느낀 거예요. 어떤 결이었냐면 제가 봤을 때 되게 단단하고 유연하고 탄탄한 몸이었는데, 뭔가 내 몸, 내 어깨선, 내 복근을 보여주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지금까지 수련했던 요가 동작을 보여주는 거에 집중하는 모습이 남달라 보였던 거예요. 그래서 '진짜 열심히 오랜 시간 동안 운동을 해왔구나.'라고 느꼈습니다. 뭐 어떻게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 선생님한테 반했어요.


그 기억을 가지고 이제 퇴사를 했는데, 제가 바로 실행했던 게 요가원을 가는 거였어요. 그 선생님을 보고 무작정 요가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요가원을 갔는데 요가원 선생님께서도 윤슬 선생님과 같은 비슷한 결을 가지고 계신 거예요.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있지? 싶은 정도로 되게 멋있고, 그냥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들이었어요. 그래서 그 선생님을 보고 한 번 더 반해서 이런 분들을 찍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던 것 같아요.


요가를 모르고 요가를 하지도 않았지만 내가 어쨌든 사진을 잘 찍으려면 피사체를 사랑하라 이런 말이 있잖아요. 그렇듯이 내가 찍고 싶은 사람을 찍어야 되는 거거든요. 근데 그게 요가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뭔가 충분히 빠져들 것 같다고 직감을 했던 것 같아요. 바로 그 요가원을 등록하고 요가를 배우면서 두세 차례 샘플 촬영을 진행했는데, 그분들 덕분에 제가 요가 프로필 작가도 할 수 있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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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러면 많은 분들과 촬영하실 텐데, 모든 분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촬영하시나요?


A. 사랑하는 감정. 사실 촬영 당시에는 모든 분들이 귀한 발걸음을 해주셨기 때문에, 몰입하는 것 같아요. 어쨌든 사진이 잘 나와야 되기 때문에 사랑하는 감정을 못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촬영이 끝나고 헤어질 때 엄청 아쉬워요. 제가 이분들과 헤어진다는 게 아쉽다면 그 순간을 좋아해서 그랬던 거겠죠? 아쉬운 마음이 있어요.




Q. 인스타 운영을 하기 잘했다고 생각되시는 부분이 있으실까요?


A. 일단 인스타가 없었으면 저를 찾는 사람이 전혀 없었을 거고. 마케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가장 이점이고. 더 나아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말하자면 제가 사진 찍히는 걸 정말 안 좋아하고, 단체 사진 찍을 때 숨는 애. 그게 저였거든요. 그래서 SNS에 얼굴 올리는 일도 없었고. 저한테는 큰 용기였어요.


인스타는 곧바로 피드백이 오니까 한 한 달 정도는 잠을 설쳤단 말이에요. 릴스를 올리고 나서 그 정도였는데, 이걸 올렸을 때 지인들의 반응이 딱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얘가 진짜 뭘 하고 싶어서 이러는 걸까? 의문으로 시작하여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하는구나. 이런 걸 싫어하는 애인데 이만큼의 노력을 들이는구나. 하고 그 노력을 봐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두 번째는 얘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하고 저의 과정들은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지인 중에서. 그래서 인스타를 하면서 나한테 소중한 사람들을 좀 걸러낼 수 있었다. 그 점이 저는 개인적으로는 가장 큰 부분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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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A.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요? 살면서 가장 사실 저는 기억에 남는 게 한두 개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부모님께서 사이가 진짜 안 좋았거든요. 정말 경찰을 부를 정도로 뭔가 크게 싸우신 적이 있었는데. 제가 한 5살 때? 근데 그 기억이 진짜 안 잊혀요. 뭔가 저한테는 뭔가 좀 공포스러웠나 봐요. 그런 기억도 있고.


그리고 제가 많이 믿고 의지했던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친구가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떠났어요. 한 4년 됐어요. 20살 때. 그래서 그게 아직도 의문이고. 그 친구 생일에, 제 생일에 항상 이렇게 기억에 스치는 것 같아요. 여전히. 되게 많이 아꼈던 친구였어요. 제가 더 좋아했을 거예요. 아마 그래서 뭔가 그 친구가 떠났더라면 이유는 저한테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만큼 배울 점도 많고 참 좋았던 친구였어서 그리고 기억이 나네요.


또, 제가 전 남자친구랑 이시가키라는 섬 아세요? 일본 오키나와 옆에 있는 작은 섬인데 거기를 가고 진짜 반했어요. 제가 수영복을 입고 진짜 끈밖에 없는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면서 그 바다에 놀러 갔어요. 너무 영화 같지 않아요? 근데 아무도 신경을 안 써요. 다 그러고 있으니까. 그게 진짜 기억에 남아요. 공기, 온도, 습도 이런 거. 진짜 행복할 때를 떠올리면 그때가 가장 생각납니다.




Q. 최근에 가장 많이 듣고 계시는 음악이나 좋아하는 음악이 있나요?


A. 좀 생각을 해 봤거든요. 저는 들었던 음악만 들어요. 그래서 하나만 특정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못 정했어요. 그래서 이 질문을 바꿔서 제가 좋아하는 시가 있어요. 그거는 딱 하나 뽑을 수 있어서! 윤동주의 팔복이라는 시가 있는데, 슬퍼하는 자에게는 복이 있나니 이거를 8번 외치는 팔복이거든요. 그러니까 슬퍼하는 사람한테 복이 있다. 그 말이 슬플 때 위로가 돼요. 내가 뜻하지 않을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서 내 마음이 힘들어질 때가 있잖아요. 나는 힘들고 싶지 않은데 근데 그럴 때 오히려 힘내라고 하면 거부감이 들 수 있는데, 그냥 슬퍼하는 저한테 복이 있다. 그러니까 너 힘드니까 또 복이 올 거야.라고 해주는 것 같아서 그 부분이 참 좋았어요.


노래에 크게 가망 있는 스타일 아닌 것 같고 왜냐하면 모든 노래를 다 좋아해요. 폭력적인 랩 있는 그런 거 말고는 다 잘 들어서 시를 준비했어요. 정말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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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의 꿈이 있으신가요? 단기적인 것도 좋고 장기적인 것도 좋아요.


A. 장기적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살자. 이게 굉장히 어렵거든요. 저는 잘 무기력해지는 사람이고 합리화를 잘해요. 생각보다 게으름의 합리화를 잘하는 거죠. 그래서 에너지를 쓸 곳에 잘 쓰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 게, 제가 생각했을 때 최선을 다해서 사는 삶이에요. 그래서 그걸 하루하루 잘 지켜냈으면 좋겠다. 이게 제 목표이자 꿈입니다.


다음 달이나 올해 고양이를 키우는 게 목표였는데 경제적 사정상 지금 어려울 것 같아요. 집을 옮겨야 돼서. 내년으로 되지 않을까 싶어요. 원래 꿈이었는데 접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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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으로 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두 가지를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A. 저는 저랑 어머니를 가장 사랑하는 것 같아요. 뭐 물건 이런 것도 괜찮다고 하셨는데 사람을 대체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는 내적인 유연함을 어렸을 때부터 제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 왔어요.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제일 내세울 수 있고, 그것 때문에 저 스스로를 좀 믿는 것 같아요.




Q. 생각이 유연하고 뭔가를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진짜 강하고 건강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대답을 해 주신 걸 들으면서 진짜 건강한 분이시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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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터뷰, 글, 사진 :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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