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
서른 아홉번째 주인공
Q. 먼저 본인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스킵잭이라는 밴드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남유식이라고 합니다.
Q.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A. 당연하지만 음악 하고 있고요. 음악 활동하고, 아직 인지도가 그렇게 높은 팀은 아니어서 생업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생업으로는 학교나 기관, 청소년 시설 이런 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Q. 진짜 의외이시네요. 어떤 쪽을 가르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A. 밴드 강사, 악기 아니면 보컬 이런 식으로 몇 년째 하고 있습니다.
Q.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A. 일단은 엄청 대단한 계기는 아니었고, 지금 밴드를 같이 하고 있는 산터랑 기타랑 베이스 민수랑 이렇게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었거든요. 학교에서 같은 반 친구들끼리 다 친했어요. 남자 애들이 11명이었는데 같이 축구하러 다니고, 자전거 타고, 음악 듣고. 이러다 비슷한 시기 밴드에 좀 빠졌다고 해야 되나? 서로 이 음악 좋다. 저 음악 좋다. 하면서 '그냥 듣기만 하지 말고 직접 한번 해볼래?' 이렇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기타 학원에 등록해서 같이 배우다가 파트를 나누면서 시작했어요.
Q. 처음 다 같이 공유하실 때 가장 좋아했던 밴드가 있으실까요?
A. 아 그 당시에요. 아마 비슷한 시기에 음악을 좋아했던 분들은 다 공감하실 것 같은데요. 한창 그 스타리그 같은 데서 나왔던 것들이 많아서. Green Day(그린데이)도 그렇고 sum41(썸포리원)이나 뭐 Muse(뮤즈) 이런 팀들로 접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Nirvana(너바나)를 너무 좋아해서 너바나랑 Limp Bizkit(림프 비즈킷) 이런 팀들 엄청 많이 듣고 있었어요.
Q. 그렇게 시작하게 된 '스킵잭'에 대해서도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이게 스킵잭 소개를 할 때 좀 어려운 게, 인터뷰나 어디 나가서 저희를 소개해야 되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그냥 '스킵잭입니다.' 말고는 딱히 할 말이 없거든요. 수식어 붙이고 이런 걸 잘 못하기도 하는데, 딱히 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서. 뭔가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알아서 만들어 주시겠지. 이런 생각이 들어서 어디 나가면 '스킵잭입니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Q. 스킵잭이라는 밴드가 만들어진 시기는 언제쯤인가요?
A. 이름까지 정해진 건 고등학교 1학년 때니까 한 13년도고요. 13년도 그쯤부터 청소년 활동이었어요. 그렇다고 막 특별하게 구분 지어서 했었던 건 아니었고요. 그냥 밴드를 하고 싶었고, 음악이 하고 싶어서 한 거였으니까. 13년부터 계속 활동했다고 해야 되나요? 계속했었던 것 같아요. 노래 만들고 약간의 공연도 하고 곡 작업하고.
Q. 개인적으로 궁금해진 건데, '스킵잭'이라는 의미가 뭔지 궁금합니다.
A. '가다랑어' 혹시 아세요? 참치과 생선인데 이것도 약간 비슷해요. 팀 이름을 정해야 되는데 처음에는 '데일밴드' 이렇게 만들다가 진짜로 정해야 할 때가 왔었어요. 아무 생각 없이 영어 사전에서 멋있어 보이는 거 골라서 아무거나 하자 해서. 진짜 이거 어때? 했는데 하자고 해서. 뜻도 나중에 알았어요.
Q. 딱 밴드 이름을 결정하고, 따로 의미를 부여하시진 않으셨던 건가요?
A. 네. 이제 그 이후에 시도는 했었거든요. 가다랑어처럼 큰 물살을 헤엄쳐 나가네. 항해를 해 나가네. 아까도 그냥 말씀드린 것처럼 굳이 의미가 필요한가 약간 이런 이런 생각이에요. 지금.
https://www.youtube.com/watch?v=ydKVDHU1ilU
https://www.youtube.com/watch?v=6xjl-1l5P6c
Q. 스킵잭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있으실까요?
A. 맨날 바뀌어요. 최근에 냈던 앨범. 그중에서는 제일 마음에 드는 게 '아라한(ARHAT)'. 저희 타이틀이. 뭐라고 해야 되지? 의도가 좀 명확하다. 음악적으로 풀어내고 싶은 게 많은데, 지금도 되게 많고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한 번도 나온 적 없거든요. 데뷔 싱글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항상. 그래서 우리가 음원이 너무 약하다. 이런 생각을 자주 하는데, 사실 이번 것도 엄청 만족스럽진 않아요. 그래도 작업을 계속 해오면서 몇 년간 하다 보니까 표현하고 싶었던 게 조금씩은 담기는 것 같습니다. 아라한이 좀 짙게 담겼다는 점에서.
음악적으로 보면 제가 좋아하는 거를 약간 짬뽕이라고 해야 되나요? 좋아하는 소스들이 많다 보니 평소에 사실 락보다 힙합을 더 좋아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음악들을 들으면서 이런 소스들을 가져다 써보고 싶다는 게 많았어요. 그래서 그 부분들을 좀 담고 싶었고. 좀 진부한 음악은 만들기 싫었거든요. 헤비니스 음악을 하는 팀들은 약간 형식 같은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아닌 팀들도 많지만. 거기서, 어법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다.라는 욕심도 있었고.
내용적으로는 제가 최근에 많이 하는 생각인데, 오랜 시간 동안 저는 제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기적이어서 남들에 대한 생각을 별로 안 하고 살았었던 것 같았습니다. 오로지 나의 내면에만 집중을 해서 내가 어떻고, 어떤 생각을 해야 되고, 어떻게 살아야 되고. 약간 이런 부분에 있어서만 엄청 집중을 했습니다. 요즘은 이제 확장이 필요한 단계에 오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조금 들었어요.
좀 피로하다는 생각을 좀 많이 했어요. 근 몇 년간 사람들 각자의 목소리가 조금 많이 조명을 받기 용이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그냥 대명제가 하나 있었고, 그거에 반하는 어떤 작은 것들이 몇 개가 있었다고 한다면. 요즘은 그 대명제가 사라지고, 다양한 생각, 목소리들이 굉장히 혼란스럽게 섞여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부딪히는 빈도가 좀 잦아졌다.라는 걸 많이 느꼈거든요.
그래서 뭔가 내가 맞다고 생각했었던 게 하루아침에 틀리게 되기도 하고. 그리고 저 사람이 말하는 정답이 나한테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그 부분이 엄청 혼란스러웠고. 저는 약간 쓸데없이 사람들 싸우는 걸 보면서 그걸 유심히 지켜보긴 하거든요. 온라인상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의견이 충돌하는 걸 보면서 의미 없는, 필요 이상으로 감정적으로 충돌하는 거 모습에 좀 피곤하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습니다. 그쯤에서 제일 최근에 냈었던 결론은 어쨌든 저는 좀 긍정적인, 낙관적인 편이어서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이런 과정을 겪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좀 했어요.
'아라한'이라는 곡을 쓸 때까지만 해도 그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던 상태로 피로감만 느끼고 있어서, 그 필요한 감정들을 담아내고 싶어서 만들었어요.
Q.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으시는 순간이 있으실까요?
A. 이거 되게 어려운 질문인데, 너무 많아서.
Q. 그러면 딱 이 질문을 받으셨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있으신가요?
A. 확 떠올랐던 건 두 개가 있었는데. 긍정적인 게 하나 있고, 부정적인 게 하나 있거든요. 긍정적인 기억은 저희가 학생 청소년 동아리 같은 걸 했었어요. 저희가 광명시 출신이거든요. 청소년들이 공연할 데가 없으니까 광명시 청소년 종합 예술제라고 연마다 시에서 하는 대회가 있는데, 학생들한테는 (음악 하던 그 동아리 친구들한테는) 우승해 보는 게 소원인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저희 밴드의 드럼을 치는 친구의 소원이기도 했어요. 3년 내내 도전을 했는데, 1학년 2학년 때는 안 되고 3학년 때 우승을 했습니다. 그때 같이 음악 하던 동생들, 친구들이 뛰어나와서 헹가래를 해주는데 그때 '음악 하길 잘했다.' 경연을 떠나서 그 순간에 음악 하면서 내가 참 가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엄청 감동적인 모먼트였던 것 같아요. 저한테는.
Q. 그러면은 그 반대편 사이드에 있는 나쁜 건요? 이야기하기 어려우시면 안 하셔도 되고요.
A. 아니요. 어렵진 않습니다. 제가 살면서 변곡점이 여러 개 있었는데. 큰 것 중에 하나였어요. 초등학생 때 제가 중국에서 태어났거든요. 부모님은 한국 분이신데 일 때문에 중국에 가셨을 때 제가 태어난 거라서. 근데 오래 살진 않았어요. 그때 잠깐 살다 오고 초등학생 때도 한 번 갔다가 왔었는데, 학생 때 흔히 말하는 학교 폭력. 그러니까 이렇게 동조했었던 적이 있어요.
반에 한 학생이 있었는데 그 학생을 실제로 물리적으로 괴롭혔단 말이죠. 장면들은 사실 다 기억이 나는데, 그때는 그렇게까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제가 그걸 못 느꼈거든요. 일이 있고 나서 이제 그 친구 부모님 집에 부모님들께서 모이고, 학생들도 모여서 사과하러 가고 그랬었는데. 그때도 미안하다고 했었어요. 그 미안하다는 말이 진짜로, 진심으로 공감해서 이해해서 그 일에 대한 미안함이라기보다는 그냥 부모님이 시키니까. 해야 되니까 그렇게 했었던 거죠.
근데 한국 돌아와서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광명으로 가기 전에. 반대 입장이 돼 봤어요. 아무래도 체격이 좀 왜소해서 중학교 1학년 때니까. 심하게는 아니어도 좀 괴롭힘을 당했었는데, 그러고 나니까 그때는 솔직히 (이전에 제가 중국에서 했던 일에 대해) 생각도 못 했어요. 내가 당장 힘들고 우울하고 그런 마음만 있다가 시간이 조금 더 지난 뒤 생각을 해 보니까 제가 이전에 했던 일들이 이 친구한테는 그런 느낌이었겠구나.라는 생각이 확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좀 더 선명하게 기억이 나기 시작했었던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기억이 많이 나지는 않았었는데, 한 번 그 일을 겪고 나니까 내가 했었던 행동이 가벼운 행동이 전혀 아니었구나.
동시에 그걸 깨달았을 시기쯤, 제가 음악을 이미 하고 있었던 때여서 되게 복잡했단 말이죠. 당연하지만 죄의식 같은 것도 엄청나게 강했고, 미안한 감정도 있었고. 또 한편에는 솔직히 말하면 그런 생각도 좀 있었어요. 학교 폭력 문제로 인해서 아티스트들이 안 좋게 되는 경우들이 많잖아요. 내가 나중에 조금 유명해졌을 때 그런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에 대한 생각도 솔직히 좀 했어요. 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 무섭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들이 좀 복잡하게 있다 보니까 확실하게 깨달았었던 것은 만약에 돌아갈 수 있다면 절대로 그러지 않겠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고 싶지만. 되돌려놓고 없던 일로 하고 싶지만. 그런 걸 떠나서 저한테는 오히려 그 이후에 반대 입장을 겪어본 게 귀중한 경험이 됐다고 생각해요. 그 일을 통해서 타인을 상처 입히는 행동의 의미와 되돌릴 수 없는 잘못의 무게, 나 자신의 악함과 간사함 등 다양한 것들을 깨달았으니까.
Q. 그렇다면 앞으로의 꿈이 있으실까요? 목표 같은.
A.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똑같은데. 음악을 통해서 똑같은데 좀 변한 게 있는데요. 어릴 때는 이렇게 라이브 영상이나 제가 좋아하는 밴드들이 스타디움 라이브를 하고 웬블리 공연을 하고 이런 모습을 보면서 진짜 멋있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잖아요. 그때 저도 저렇게 멋진 밴드가 돼야지 저런 무대에 서는 밴드가 돼야지. 가 꿈이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좀 바뀌었어요.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입니다. 음악은 어디까지나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저한테 그냥 본질적으로 봤을 때 결국에는 음악도 그렇고 저한테 있어서는 '생각했었던 걸 기록하는 수단'이고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라고 생각하거든요. 음악 하시는 분들한테는 이게 좀 좋게 보이진 않을 수 있지만 저한테는 그냥 도구예요. 재미 없어지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는 거.
그런 건데 근데 이제 지금의 제 꿈은 그 마음을 계속해서 유지를 하면서 죽을 때까지 음악을 하고 싶어요. 음악이 됐던 예술을 계속해서 뭔가를 표현할 수 있는 그 프레시함을 좀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고 안 멋있으면 그만두고 싶다. 그러니까 멋있고 싶다. 계속해서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요. 더 바라는 게 있다면 새로운 것들을 계속해서 드랍 할 수 있는 그런 뮤지션, 아티스트. 궁극적으로는 긍정적인 어떤 에너지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람들한테.
Q. 아티스트 분들을 보면은 그 스타일이 조금 바뀔 때가 있잖아요. 유식 님 같은 경우에도 어느 정도 밴드의 스타일이 완성되었다.라는 시점이 오면 그 스타일을 계속 고수하고 싶으실까요?
A. 아니요 전혀요. 완성은 없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반대로 제가 약간 그런 기질이 있어요. 평소에 멤버들이랑 얘기할 때도 제가 장난 식으로 많이 하는 얘기가 있는데. '사람들이 우리 메탈 밴드라고 하면 다음 앨범에 팝 앨범 내버리자.'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 그런 이상한 기질이 좀 있어가지고. 남들이 하라고 하면 하기 싫어져요. 정형화되고 싶지 않아요. 오히려 그냥 계속해서 물음표로 남겨두고 싶고 그냥 그때그때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소스들을 계속 차용할 수 있는 효용성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
Q. 다음으로 가장 사랑하는 게 있으실 것 같은데, 사람, 동물, 물건 등 상관없이 두 가지를 꼽으신다면 어떤 게 있으실까요?
A. 질문이 제일 어려웠어요. 사랑하는 게 너무 많거든요. 너무 많아서 좀 어려운데. 좀 추상적이긴 하지만 '지금'을 사랑해요. 지금의 저도 사랑하고 여기 그러니까 사람들도 제 주변 사람들도 다 사랑하고. 이렇게 불러주신 것도 그렇고. 이 상황도 그렇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모든 많은 것들에 대해서 어쨌든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고, 내가 지금까지 성장을 해오면서 지금에 이르게 된 거니까. 그 지금이 너무 감사한 일인 거구나.
사실은 그 공연에서 저희를 봐주셨잖아요. 그 공연에 나갈 수 있는 것도 사실은 되게 감사한 일이고, 아무나 나올 수 있는 공연도 아니니까. 그 기회가 주어진 것도 감사하고 음악으로서 뭔가를 계속해서 풀어나갈 수 있는 열정이 있는 거에도 감사하고. 그런 환경이 주어진 것도 감사하고.
그리고 또 하나가 있다면 너무 하는데, 사람들은 너무 많으니까 얘기를 굳이 안 해도 될 것 같고요. 물건이나 음악 아니죠 '예술'이요. 저한테는 되게 소중한 것 같아요. 이 도구가 있다는 게. 이게 없었으면 지금의 나는 어땠을까. 물론 그래도 잘 살았겠지만 뭔가 지금의 나를 만들고 지금의 이 상황들을 만들어 준 거는 어쨌든 음악이라는 매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었던 거니까. 너무 재밌으니까. 예술이 되게 소중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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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터뷰, 글, 사진 :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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