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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우 Oct 26. 2015

나의 중국 생활기

중국 상해에서 내 집 장만한 30대 청년의 생생한 기록

본인은 현재 잠시 쉬고 있지만 이름만 들어도 알만 한 부동산 회사 전략기획팀에서 7년 좀 넘게 근무했고, 2011년 8월부터 시작해 3년째 난샹에서 생활 중인 난샹 1세대 이주민이다. (교민들이 본격적으로 이주해 오기 전부터 난샹에 거주하시던 극소수 교민 분들은 편의상 난샹 원주민이라 칭하겠다.) 난샹으로 이주해 오시는 분들마다 저마다의 사연이 있으시겠지만 본인의 경우는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자의 반 타의 반 어쩔 수 없이 이곳으로 이주해 오게 된 case였다. 그래서였을까 처음 난샹에 정착할 당시 한동안 이곳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없는 빈집에 이삿짐을 잔뜩 쌓아놓고 가구도 없겠다 짐 정리하기도 귀찮아 방 구석에 매트 하나 깔아놓을 자리만 겨우 만들어 놓고 무려 한 달 가까운 시간을 살았던 그 시절은 그야말로 패배감에 절어 있는 상태였다. 시작은 이처럼 초라했지만 그 3년 이란 시간 동안 결혼도 하게 되었고 한 푼 두 푼 착실하게 돈도 모아  그동안 임대로 살았던 방 두 칸짜리 아파트 계약금도 치르게 되었다. 사실 이 모든 과정이 말처럼 순탄치 만은 않았다. 예전에 멋도 모르고 명의를 빌려줬다가 정작 내가 집을 사야 할 때 자격조건도 안되고 대출도 받을 수 없다는 청천병력 같은 소리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선불금 치를 돈이 부족해 한국에서 아버지 명의로 신용대출을 받아 돈을 좀 끌어오기도 했다. 지금부터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100% 실화다. 물론 아직 많은 과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수 없는 좌절과 고통의 순간을 극복해내고 잠시 한숨을 돌릴 여유 정도는 찾은 이 순간에 대한 감사함의 고백이랄까?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과 약간의 요령들을 부족한 글로나마 상해에서 내 집 장만의 꿈을 꾸고 계신 모든 분들께 나눠드리고자 한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내 집 장만의 기회

한동안 잠잠하기만 했던 부동산 시장이 요즘 다시 들썩이는 분위기이다. 어떤 사람은 집을 사야 한다고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절대 사지 말라고 한다. 매달 5~7권의 부동산 관련 잡지와 3~4종류의 부동산 신문과 하루에 1~2시간 정도는 인터넷에서 부동산 관련 기사를 섭렵하는 짓을 7년 동안 꾸준히 해왔음에도 이토록 원초적이고 간단한 질문에 명쾌하게 답을 하는 것이 여전히 쉽지가 않다. 나름 적지 않은 시간을 부동산 업종에 몸 담아왔지만 내가 아닌 남에게 집을 사고 팔게 하는 일을 주로 했기 때문에 아마 가슴 보다는 머리로 일할 때가 더 많았기 때문인  듯하다. 작년 여름쯤이었나 집주인이 개인 사정으로 인해 집을 팔고자 한다는 소식을 매우 갑작스럽게 전해 듣게 되었다. 신혼 생활을 하면서 정도 많이 들었고 개인적으로 난샹이라는 지역에 대해 여러모로 좋은 인상을 많이 받아왔기 때문에 기왕이면 내가 이 집을 사서 살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기는 했지만 경제적으로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던 당시에는 꼭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분이었다. 상해에서 8년 넘게 살면서 처음으로 도전한 ‘내 집 장만 프로젝트’의 시작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참으로 감사하게도 1년 여 시간을 착실하게 잘 준비했고, 한국에서 들여온 돈을 환전할 때는 환율이 160위안 대까지 떨어지는 등 운도 많이 따라준 끝에 지난 7월 말 10만 위안의 계약금을 지불하고 이번 달 말 정식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몇 번의 좌절과 포기해야 하는 수 없는 이유들과 맞닥뜨리기도 했지만 그때그때마다 내게 힘을 주고 용기를 북돋아 준 것은 내 집 마련에 대한 간절함이었던 것 같다. 그 간절함 때문이었을까 대출 가능한 은행을 알아보기 위해 상해에 있는 거의 모든 은행을 직접 발 품 팔며  찾아다니기도 했고, 혹시나 더 좋은 상품이 있지는 않을까 매일매일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매물부터 동네 부동산에 걸린 매물까지 세세히 체크하며 가격동향 정보를 수집하고, 반경 15㎞ 내 있는 모든 분양 아파트를 찾아가 요목조목 비교하기까지 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남의 일도 내 일처럼 해야 한다지만 진짜 내 일을 할 때의 태도와 간절함은 그 차원이 다른 것 같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내 집 장만 프로젝트’가 아니었다면 난 아직도 머리로 일하는 것과 가슴으로 일하는 것의 차이에 대해 전혀 알 수가 없었을 것이다. 


2013년 2월 ~ 2013년 12월의 기억 ‘부동산 가격 폭등 그리고 좌절’  

집주인이 집을 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대략적으로 머릿속으로 예상해본 가격대는 170만 위안 정도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2 방형 남북통 구조의 집이 175~180만 위안 정도에 거래되고 있던 때라 우리 집은 남북통 구조도 아니고 면적도 약 3㎡ 정도 작기 때문에 나름 합리적으로 산출해낸 수치였다. 하지만 집주인이 원하는 가격은 무려 220만 위안 그것도 매입자가 모든 세금을 부담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얼마지 않아 집주인의 요구가 전혀 터무니없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그때 당시 상황을 잠시 설명하면 2013년 2월 20일 국무원에서 발표한 부동산 정책 5개 조항 및 세부지침 안에 지금까지는 총액의 2% 또는 차액의 20% 가운데 선택하여 납부할 수 있었던 개인소득세(个人所得税)를 5년 미만의 주택의 경우 무조건 차액의 20%를 기준으로 징수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구체적인 시행일자는 언급하지 않은 채 말이다. 매번 이런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신문이나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는데 ‘上末班车’ 즉 ‘막차를 탄다’라는 뜻이다.  그동안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관망적인 자세를 유지했었지만 정책이 시행되기 전에 부동산을 구입해 손해를 입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몰리며 거래량이 폭증하는 현상을 마치 지하철 막차를 타기 위해  정신없이 달려가는 한 무리의 사람들에 비유한 것이다. 아마 말만으로는 이 정책의 파장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나지 않을 것 같아 아래와 같이 실제 수치를 대입해 계산해 보도록 하겠다. 

예) 총액 220만 위안(구입 당시 가격 155만 위안)  

1. 정책 시행 이전 개인소득세 납부액: 220만 * 2% = 44,000위안

2. 정책 시행 후 개인소득세 납부액: (220만-155만) * 20% = 130,000위안


상해에서는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교외 지역 주택의 경우에도 개인소득세 부담이 약 세 배 가까이 커지게 되는데 구베이나 렌양, 홍췐루 등 지역의 고가주택일 경우는 많게는 네 배에서 다섯 배 또는 그 이상까지도 세금 부담이 커지게 된다. 현재 상해 대부분의 지역에서 중고주택 매매의 경우 매입자가 모든 세금 부담을 안고 가는 방식이 보편화된 상태에서 왜 갑자기 부동산 거래량이 폭증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제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보통 이 시기에는 단기간 내에 집을 반드시 구입해야 하는 신혼부부 또는 예비부부의 주택 수요가 급증하는데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파트는 ‘75~90㎡ 정도 크기의 방 두 칸’, ‘바로 또는 수개월 내 입주가 가능한 아파트’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불행히도 내가 사고자 했던 그 집은 이 두 가지 조건을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집이었고, 뿐만 아니라 2013년은 2005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던 상해 지역 결혼자 수가 역대 최고 수치인 14만 쌍을 돌파하는 등 주택 수요가 급증할 모든 조건을 만족시켰던 시기였다. 그 결과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175만 위안에 거래되던 집이 185만, 190만, 200만, 210만, 215만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처음으로 찾아온 내 집 장만의 기회 역시 그렇게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리는  듯했다. 


2014년 1월 ~ 2014년 7월의 기억 ‘부동산 가격 다시 폭락, 다시 찾아온 기회’

상해에서는 중국 내 1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에 한해 주택 구입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상해만 그런 것이 아니라 중국 대부분의 도시가 그렇다. 2010년쯤이었나 당시 사용하던 여권으로 포동 지역에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한 적이 있다. 사실 본인이 구입한 집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명의만 빌려줬던 건데 그때는 상해에서 집을 사는 게 아득히 먼 얘기였고, 지금처럼 대출 심사 기준이 엄격하지도 않을 때라 별 다른 생각이 없이 그렇게 했던 것 같다. 그 사이 난 결혼도 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매년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것을 보니 더 이상 늦기 전에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내 집 장만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명의로 구입한 주택이 처분된 후인 2013년 3월 말에 되어서야 새 여권을  발급받았을 수 있었고 아무리 빨라도 그로부터 1년 후인 2014년 4월이 되어서야 새로운 주택 구입 자격을 얻을 수 있어 졸지에 돈이 있다 해도 지금 당장은 집을 살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나에게 찾아온 첫 번째 시련은 결과적으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집주인이 2013년 여름에 내놓은 집은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올 때까지 팔리지 않았고 아파트 가격은 작년 겨울 정점을 찍은 후 올해부터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불과 몇 달 만에 30% 가까이 상승한 집값이 왜 갑자기 곤두박질 치게 되었을까?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상해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부동산 업계 종사했던 한 사람으로 또한 주택 구입자의 입장에서 이 시기를 직접 경험한 본인이 생각하는 몇 가지 주요 원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첫 번째 원인: 주택 수요 급감

위에서 ‘막차를 탄다’라고 표현했던 거래량 급증 현상은 정책 발표 직후인 3월 한 달간 정점에 이르렀고 전통적인 성수기인 9월 또다시 높은 수치를 기록한 후 10월을 거쳐 11월까지 약 3개월간 이어졌다. 그 후 12월부터 점차 감소하기 시작한 수치는 현재까지도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물론 부동산 시장에서 12월부터 2월까지는 비수기로 거래량이 저조한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본인은 정책의 영향이 훨씬 더 절대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소득세 차액의 20% 강제 징수와 관련된 정책은 당초 4월부터 시행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정책 발표 후 3개월이나 지난 6월까지도 시행 움직임이 없어 각 구별 부동산 교역 중심에 여러 차례 문의해봤지만 상당히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구체적 지침이 하달되지 않았삼’이란 무미건조한 답변만을 겨우 들을 수 있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성수기인 ‘金九银十’를 앞두고 정책이 시행될 것이다 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11월부터는 본 정책이 곧 취소될 것이란 신문 보도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연말 들어 정책 취소가 기정 사실화되는 분위기로 접어들자 소비자들은 다시 관망적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는데 무엇보다 단기간 평균 20%에서 최대 30% 정도 가격 상승이 나타나며 부담이 가중되었고, 은행권에서도 사실상 대출업무를 전면 중단하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도 크게 한몫을 했다. 또한 11월 8일에는 상해 자체적으로 ‘부동산 정책 7개 조항’을 발표했는데 지금까지는 非상해 호적인구 즉, 외지인들에게 최근 2년 내 1년 이상의 사회보험료 또는 납세 증명 제출시 부여했던 주택 구입 자격을 최근 3년 내 2년 이상으로 강화하며 주택 구입의 문턱을 높인 것 또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현상과 관련해 중국 최대 부동산 웹사이트인 ‘soufun(搜房网)’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2013년 주택 구입을 계획했던 잠재 소비자 가운데 약 49.11%가 주택 구입 계획을 당분간 보류하겠다고 응답했는데 실제로 현지 부동산의 방문객 수는 물론 주택구입 문의 전화도 거의 끊어진 상태로 부동산 업계 종사자들은 주로 상가나 주상복합 등 수익형 상품 판매에 더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소비자들이 주택 구입 계획을 보류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자금이나 자격조건 등의 제약으로 인해 근본적으로 주택 구입을 할 수 없는 경우이고, 둘째는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심리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사항에 모두 해당되었던 본인은 당시 상황이 그리 나쁘게 생각되지 만은 않았다. 오히려 내 집 마련을 위한 더할 수 없이 좋은 기회라고 믿었다. 먼저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었고 집값까지 하락한다면 그건 두말할 나위 없이 좋은 시나리오였기 때문이다. 연말이 지나고 새해가 밝아오며 정말 거짓말처럼 집값이 떨어지는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우선 매주 주말 집 보러 오는 사람들로 붐비던 아파트 정문 앞이 한적해졌다. 당시의 상황을 현지 부동산 직원들의 증언을 빌려 종합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지난해에는 주로 20~30대 젊은 부부들이 많이 몰리며 2 방형 중소형 면적이 크게 인기를 끌었는데 최근엔 은행 대출도 어려워졌고 무엇보다 가격이 많이 올라 중소형 매물을 찾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상태다. 대신 최근에는 대략 40대에서 60대의 정도 연령의 상해 현지 사람들이 주거환경 개선 목적으로 방 3~4칸 큰 평수 아파트나 별장을 찾는 경우가 간간이 있는데 시중에 나와 있는 매물은 많은데 거래량이 극히 적어 이들 역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눈치다. 아주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흥정을 시도하려고는 사람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최근  한두 달 동안은 어느 부동산에서도 한 건 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작년까지는 매일 평균 다섯 팀 이상의 방문객과 문의전화도 수십 통 이상 왔었지만 지금은 방문객은커녕 하루 종일 전화 한 통도 오지 않는다.

두 번째 신호는 물론 낚시용 매물이 더러 있긴 하지만 부동산에 붙어 있는 매물의 가격이 점차 내려가고, 급매라 표시된 매물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본인이 구입하고자 했던 매물은 ‘金地格林世界’의 4기 단지인 ‘森林公馆’의 2 방형 아파트였는데 작년 12월까지 만해도 부동산에 걸려있던 매물의 평균 가격은 225만 위안에서 220만 위안 정도였다. 그런데 올해 1월부터는 210만 위안 대 매물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춘절 이후에는 이보다 더 낮은 가격의 아파트도 등장했다. 물론 어떤 변수가 있을 지 모르지만 최근 2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거의 제로 상태였기 때문에 3~4월 정도에는 190만 위안 대까지도 가격이 내려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기 시작했다. 실제로 4월 이후 200만 위안까지 내려간 가격은 여름이 찾아옴과 동시에 190만 위안 대까지 떨어지게 되었고 본인은 7월 말 192만 위안의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가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원인: 분양아파트 VS 중고 아파트 ‘제살 깎아먹기 경쟁’ 

위의 지도에 표시한 단지 중 진띠(金地), 루진(路劲), 신청(新城), 랑스(朗诗), 중예(中冶) 등은 이미 분양이 끝난 중고 아파트 단지이고 그 외 화룬(华润), 이가성이란 이름이 더 익숙한 창쟝스예(长江实业), 산샹(三湘), 중지엔-중하이(中建-中海), 뤼띠(绿地) 등은 현재까지도 분양을 진행하고 있는 단지들이다. 중고 아파트 시장과 분양아파트 시장은 상호 보완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요즘과 같이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시기에는 서로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해야 하는 마치 앙숙과도 같은 관계다. 사실 새 물건을 좋아하는 심리는 누구나 비슷하기 때문에 집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은 조건만 맞으면 우선적으로 분양아파트를 고려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분양아파트는 입주 후 최대 3%의 취득세만 납부하면 되는 반면 중고 아파트의 경우 아파트값 외에도 개인소득세(2%), 영업세(5.65%), 중개비(2%), 취득세(비보통주택 3%) 등 무려 12.65%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요즘과 같은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분양아파트의 유일한 약점은 구입 후 입주까지 시간이 길다는 것인데 난샹의 경우 최근 2년간 분양아파트 거래 실적이 좋지 못해 ‘现房’ 즉, 구입하고 바로 입주가 가능한 상품 또는 반년 내 입주가 가능한 상품들이 많았고, 게다가 파격적인 가격 할인 및 우대혜택까지 함께 제공하고 있어 중고 아파트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본인은 난샹 중고주택 가격의 폭락이 바로 여기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는 난샹 뿐만 아니라 분양 아파트와 중고 아파트가 공존하고 있는 모든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일 것이다.

2014년 3월 당시 ‘金地森林公馆’ 중고 아파트 2 방형 88㎡ 고급 인테리어, 바로 입주 가능

→ 총액 210만 + 4.2만(개인소득세) + 11.8만(영업세) + 6.3만(취득세) + 4.2만(중개비) = 총 236.5만 위안

비교1) 이가성 ‘湖畔天下’ 분양아파트 3 방형 103㎡, 고급 인테리어, 2014년 말 입주 

→ 총액 204만 + 취득세 6만 = 총 210만 위안

비교2) 세계 500대 기업 중하이(中海) - 세계 100대 기업 중지엔(中建)의 합작 프로젝트 ‘中建溪岸澜庭’ 분양아파트 3 방형 88㎡ 고급 인테리어, 2015년 상반년 입주

→ 총액 176만 + 취득세 5만 = 총 181만 위안

비교3) 온돌+중앙 에어컨+PM2.5 방지 시스템 ‘三湘海尚森林’ 분양아파트 2 방형 89㎡, 호화 인테리어, 2015년 말 입주

→ 총액 220만 + 취득세 6.6만 = 총 226.6만 위안

당신이라면 어떤 아파트를 사시겠습니까? 


외국인인 본인이 이 정도 수준의 정보력을 가지고 손익계산을 따지고 있는데 난샹에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중국 사람들은 오죽할까? 분명 이보다 훨씬 복잡한 셈법을 가지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대출규제, 단기간 가격 폭등으로 이보다 더 우울할 수 조차 없는 상황에서 얼마 안 되는 손님마저 분양아파트 시장에 빼앗기고 있으니 가격 경쟁력을 잃은 중고 아파트 시장에 사람 그림자는커녕 파리만 날리고 있는 현상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닐까? 본인 역시 아파트 구입을 결심한 후 난샹은 물론 주변지역인 쟈딩신청(嘉定新城), 마루(马陆), 안팅(安亭)등의 지역까지 찾아가 분양아파트를 보기도 했었다. 안팅이란 지역에 가면 ‘구베이루이스화원’의 업그레이드 판인 ‘安亭瑞仕华庭’이란 단지가 분양되고 있는데 지금 가지고 있는 예산에서 약 10여 만 위안 정도를 더 보태면 고급 인테리어에 단독 엘리베이터까지 사용할 수 있는 155㎡형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었다. 지금 사는 아파트의 무려 두 배나 되는 크기에 서비스 면적을 합치면 170㎡을 훌쩍 넘는 구조라 아내와 3일 밤낮을 고민했지만 출퇴근이랑 주변 환경 등을 고려 결국은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정식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에 다시 한 번 고민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신혼생활 시작하고 3년 동안 하나 둘 살림살이 늘어나는 재미에 살았던 정 때문인지 이 집을 떠나는 것이 쉽게 상상이 되질 않는다.


세 번째 원인: 개발계획 공사 지연

사실 이것은 중고주택 시장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난샹 전체 부동산 시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본격적인 교민 투자가 진행되었던 2010년 당시만 해도 쟈민고가도로(嘉闵高架路) 쟈딩구간, 11호선 화원역(花园站), 난샹CBD, 지하철 17호선(현재 20호선으로 명칭 변경) 등 다수의 굵직한 개발계획들이 2015년을 전후로 완공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이 예상보다 길어지며 대부분의 개발계획들이 중단되거나 무기한 연기되는 등 수 차례 진통을 겪었다. 이러한 악재 속에 지역의 변화와 발전은 더딜  수밖에 없었고, 부동산 경기 역시 침체에 빠지는 등 ‘정부 긴축재정’ → ‘개발계획 지연 및 부동산 경기 침체’ → ‘지역 변화 발전 저해 및 인구 유입 속도 저하’ → ‘부동산 거래량 감소’ → ‘부동산 가격 하락 또는 정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11호선 지하철 화원역(花园站) 역사 건설은 당초 12차 5개년 계획에 포함되어 2015년 이전 완공될 계획이었고, 한정(韩正) 당시 상해 시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빠른 시일 내에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공식 발표까지 있었지만 수년이 지난 지금도 공사장 외벽만 올라갔을 분 전혀 진전이 없는 상태이다. 최근 발표된 비교적 신빙성 있는 언론 보도자료에 의하면 지하철 11호선 화원역 역사는 2015년 시공에 들어가 약 3년 후에야 그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쟈딩취 정부는 지난 2012년 이미 미국의 상업부동산 개발 기업인 ‘Taubman Centers’ 화원 역사 상업지구 개발과 관련한 업무 협약을 맺은 상태로 향후 대형 쇼핑센터, 갑급 오피스, 5성급 호텔 등을 총망라한 난샹 최초의 Land mark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1호선 화원역 역사의 현재와 조금 먼 미래>              

쟈민고가도로(嘉闵高架路)는 말 그대로 쟈딩(嘉定)과 민항(闵行) 두 지역을 연결하는 고가도로이다. 현재는 차오바오루(漕宝路)에서 베이띠루(北翟路)까지 일부 구간만 개통되어 있지만 향후 북으로는 쟈딩취 S6고속도로(난샹-외환선)에서 남으로 민항취 S32고속도로(푸동국제공항-嘉兴-湖州)까지를 잇는 총 구간 길이 약 36㎞의 고가도로로 탄생될 전망이다. 당초 2015년까지 전 구간이 개통될 예정이었지만 건설공정이 다소 늦어진 관계로 2014년 말 베이띠루-G2고속도로(베이징-상해) 구간 부분 개통 후 최종적으로 2016년 말경 완공될 계획이다. 매번 홍챠오 국제공항에 내려 택시를 타고 집에 갈 때마다 외환선과 S5고속도로(쟈딩-중환선)를 거쳐가는 바람에 시간적, 금전적 손해가 막심했는데 고가도로 완공 후에는 다이렉트로 집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가 되는 개발계획이다. 

<완공 후 예상 소요시간: 난샹-홍챠오국제공항 10분, 난샹-푸동국제공항 40분>

냔샹의 한국 교민들은 대부분 지하철역을 기점으로 북쪽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남쪽 지역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아마 잘 모를 것이다. 난샹 지하철역에서 남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구이위엔(古猗园), 난샹 옛 거리, 원조 난샹 샤오롱빠오(小笼包)점 등이 위치한 구도심이 있고 거기서 조금만 더 내려가면 사방이 공사현장으로 뒤덮인 또 다른 지역이 나온다. 이곳엔 하루에 딱 세 번밖에 기차가 서지 않지만 난샹북역(南翔北站)이란 고속철도역도 있고, ‘银翔湖公园’이라는 전망 좋은 호수공원도 조성되어 있다. 이 지역의 정식 명칭은 ‘银南翔文化商务区’로 ‘외환선 밖에 조성되는 상해 최초의 CBD’라는 테마로 대규모 개발계획이 진행 중에 있는데 이미 완공된 10여 동의 오피스 건물과 잘 닦여있지만 아직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 사방에 퍼져있는 수십 개의 크레인들까지 벌써부터 개발구(开发区)의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다. 향후 이 지역에는 七星购物, 中暨, 昌辉, 东方伟业, 中川 등 중국 대기업의 총부 오피스를 포함한 총 30여 동의 오피스와 4개의 종합쇼핑몰, 각종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 지하철 20호선(2020년 이전 개통 예정) 등의 시설이 들어서게 될 계획이다.

 

2014년 8월 ~ 현재 ‘부동산 가격 바닥까지 도달한 걸까?’

올해 초부터 이어져온 거래량 급감 현상은 6월 이후부터는 차리리 실종이란 표현이 더 어울릴 만큼 처참했다. 7월 말 이미 192만 위안이란 가격에 가계약을 체결한 본인은 ‘金九银十’을 앞둔 8월부터 거래량이 조금 회복되지 않을까 예측이 아니라 희망했지만 입추(立秋)가 지나도 거래량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오히려 가격은 더 떨어지기 시작했다. 8월 초쯤 부동산에 급매 180만 위안 매물이 걸려있어 설마 하는 마음에 들어가 물어보니 여기서 더 협상 가능하다는 충격적인 말에 코피가 터질 뻔했다. 그나마 베란다가 동쪽으로 나있는 구조의 집이라 집주인이 1년째 집을 못 팔고 있다는 부동산 직원의 말이 조금 위안이 되긴 했지만 집값이 더 내려갈 공간이 남아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사실 7월 말 계약을 체결할 당시만 해도 부동산 가격이 무려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고 보통 9월부터는 조금씩 시장이 살아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여기까지가 바닥이 아닐까’라 판단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고 경기가 나아질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8월 중순쯤이었나 인터넷으로 부동산 관련 기사를 검색하고 있는데 ‘상해 대출 규제 완화’란 솔깃한 제목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중앙은행에서 각 은행에 하달한 새로운 정책에 대한 내용을 담은 일종의 초고 문서였는데 이것이 어떤 경로를 통해 언론에 유출된 것이었다. 대략적인 요점은 ‘제 1주택 구입자 대출이율 80% 할인’, ‘대출 기록이 있더라도 상환 완료했을 경우 대출시 제 1주택 대출 금리 및 우대혜택 적용’, ‘상해 호적자 현재 본인 또는 가족 명의의 부동산 없을 시 2011년 1월 이전 대출기록 삭제’ 등 이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현재 적용되고 있는 대출 정책에 대해 잠깐 설명하면 2011년 1월 26일 국무원에서 ‘부동산 시장 억제정책 신 8개 조항’을 발표한 이후 제 2주택(주택 처분 후 재 구입시에도 2주택으로 인정) 구입시 선불금 60% 이상, 대출 이율 1.1배를 적용해 왔다. 현재 중국은행, 공상은행, 농업은행, 건축은행 등 4대 은행의 인민폐 주택담보대출 연이율은 6.55%인데 1.1배를 적용시키면 연이율이 7.2%까지 상승하는 것이다. 하지만 본 정책이 시행되면 주택 처분 후 두 번째 주택을 구입하더라도 선불금 30%에 연이율 5.24%로 대출신청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인데, 종전까지는 30년 만기로 100만 위안을 대출을 받으면 월 평균 4,010위안의 이자를 부담해야 했지만 정책 시행 후에는 1주택 우대혜택으로 월 평균 부담 이자가 2,738위안까지 줄어드는 것이다. 물론 외국계 은행에서 4%대 연이율로 미달러나 홍콩달러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우리 외국인들에게는 그리 솔깃한 소식은 아닐지 몰라도 상해에서 내 집 장만을 꿈꾸는 중국 젊은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희소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언론 보도 후 한 달이 지났지만 4대 은행을 포함해 본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은행은 아직까지 없는 상태이다. 실제로 언제부터 시행될 것인지, 과연 시행되기는 하는 것인지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부동산 시장은 이러한 소문에 바로 바로 반응을 한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부동산 구입 문의가 늘어나고 있고, 한동안 자취를 감추더니 요즘에는 집을 보러 다니는 사람들도 제법 늘어난 것 같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매물 가격의 변화인데 부동산에 걸려 있는 매물이나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전단지 상의 매물 가격이  또다시 꿈틀대고 있는  듯하다. 위에 180만 위안에 집을 내놓은 주인도 이 뉴스를 보신 건지 얼마 후 그 부동산 앞을 지나가는데 중간의 숫자 ‘8’이 ‘9’로 고쳐져 있어 그 자리서 한참을 웃었던 기억도 있다. 



조만간 실행된다는 전제하에 이번 정책이 가지는 가장 큰 의의는 지금까지 부동산 시장을 꽉 조이고 있던 구입제한(限购)과 대출제한(限贷)의 양쪽 끈 중 한쪽을 느슨하게 풀어주었다는 것이다. 물론 예전에도 대출 금리를 인하하거나 금리할인을 통해 침체된 부동산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했던 적은 있었지만 이것은 단순히 금리를 인하해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았던 대출기록을 몇 가지 조건만 충족시킨다면 과감하게 지워준다는 것이 일종의 면죄부와도 같다. 최근 들어 언론에서는 항주(杭州), 서안(西安), 귀양(贵阳) 등 3개 도시에서 구입제한령(限购令)이 전면 취소되면서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소식을 연일 매우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상해, 북경, 심천 등 1선 도시의 해당 기관에서는 구입제한령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대출 완화 정책이 전면 실행된다면 그 의미는 많이 퇴색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쯤 되면 전체적인 흐름이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규제완화를 통해 살려보겠다는 쪽으로 흘러간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결국 나머지  한쪽 끈도  머지않아 풀릴 것이라는 것이다. 


타이밍 그리고 유비무환

본인이 지난 1년 간 ‘내 집 장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깨달은 가장 큰 교훈은 집을 사는 데는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는 것이다.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시점엔 좀 더 좋은 가격에 집을 사고 싶은 마음에 ‘가격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게 되고, 집값이 오르고 있는 시점엔 ‘이거 제일 비쌀 때 사는 거 아냐?’란 걱정을 하게 된다. 가장 쌀 때 집을 사고 싶어 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본인도 아파트 계약 후 가격이 5% 정도 더 빠지는 것을 보면서 ‘아 좀 더 기다릴걸’이란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자금 사정이 넉넉해 대출의 도움 없이 집을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건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일종의 기회비용과도 같은 것이다. 본인은 대출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그것을 아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선불금까지는 마련되었지만 도저히 세금 낼 돈을 준비할 방법이 없어 집주인과 상의해 계약서 상의 금액을 실제보다 높게 써서 대출을 좀 더 받기로 했는데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down계약서를 쓰는 사람들과 달리 본인은 세금을 내기 위해 up계약서를 써 결과적으로는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다소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몰론 대출 상환이 시작되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돌아오겠지만 내 집 마련의 꿈을 위해 세금 몇만 위안 더 부담하는 것 정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7년 넘게 부동산 계통에서 일을 하면서 대출 업무 쪽도 대략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출을 받지 못해 집을 사지 못하는 일은 결코 없을 거라 자신했었다. 새로 바뀐 여권으로 인민은행에 가서 개인신용정보 조회를 해본 결과 주택 구입자격이나 대출에도 결격사유가 없었고, 작년부터 9개월간 인터넷 뱅킹을 이용해 매월 정해진 날짜에 넉넉한 금액을 넣어 둔 은행거래 내역서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은행에서 제일 좋아라 한다는 취업증까지 모든 자료가 완벽했기 때문에 대출 문의로 은행에 갈 때면 항상 당당했었다.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대출 심사가 제일 간단하다는 HSBC(汇丰银行)였는데 서류는 완벽하지만 규정상 최대 60%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는 말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상해에는 HSBC 외에도 수많은 외국계 은행들이 있었고 무엇보다 서류가 완벽하다는 말에 오히려 더 자신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후로 찾아간 CITI bank(花旗银行), OCBC(华侨银行), UOB(大华银行), BEA(东亚银行), DBS(星展银行), HSB(恒生银行) 등  그동안 업무적 협력관계가 있었던 은행들에서조차 원하는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매우 충격적인 소식에 마치 절망과 마주 앉아 있는 그런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 후 NCB(南洋商业银行), ANZ(澳新银行) 등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은행들까지 찾아가 문의해 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이유인즉슨 최근 부동산 가격이 많이 하락하면서 특히 교외지역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 가격이 시세보다 낮게 잡혀 정상가의 70% 대출도 어려운데 가격을 높게 잡아 70% 대출을 받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새로운 은행을  찾아다니고 주변 지인들에게 수소문도 하던 중 대출은 같은 은행이라도 지점에 따라 또 담당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던 중 SCB(渣打银行)에서 의뢰한 감정가가 다른 은행보다 훨씬 높게 나와 대출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기쁜 소식을 듣게 되었고 곧바로 은행에서 요구한 취업증, 최근 6개월 은행거래내역서, 재직증명, 노등계약서, 여권 복사본 등의 자료를 제출한 후 약 두 주에 걸쳐 심사한 결과 연이율 4%(USD)에 기대했던 154만 위안의 금액을 모두  대출받을 수 있게 되었다. 

본인은 집주인과 아직 가격 협의 조차 시도하지 않았던 5월부터 미리 은행을  찾아다니며 대출 문의를 해왔는데 고작 30%의 자금을 준비하고 대부분의 자금을 은행에서 빌려 써야 하니 가장 신경이 쓰였고 무엇보다 대출은 부동산 경기와 정책의 변화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경우를  그동안 수없이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만약 본인도 남들이 그렇게 하는 것처럼 정식 계약서를 체결하고 그때부터 대출 신청을 준비했다면 아마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넉넉한 시간을 두고 미리 준비를 하다 보니 외국계 은행은 중국 현지 은행과 달리 가계약서만으로 대출 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유용한 정보도 알게 되었고, 대부분의 은행에서 불가능하다고 했을 때도 가능한 은행을 찾아낼 충분한 시간적 여유도 함께 얻을 수 있었으니 유비무환이란 옛말은 정말 하나도 틀린 게 없다.       


마무리하는 말

이번 달 말 정식 계약 체결을 앞두고 아직도 불안한 마음이 크다. 남은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고 아직도 많은 과정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우리 부부의 이름이 들어간 방산증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마음이 놓이지 않을 것 같다. 사실은 요즘 부동산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간단한 글을 한 편 쓰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긴 글이 되어 버렸다. 지난 1년의 시간 동안 내 집 마련을 준비하며 직업인이 아닌 소비자의 눈으로 시장을 보며 새롭게 발견한 것들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부동산이란 상품이 일생일대 살 수 있는 가장 고가의 상품이라고 하는데 ‘난 과연 그런 고가의 상품을 팔면서 그 가치에 걸 맞는 직업의식을 가지고 있었을까’하는 착한 반성에서부터 잠시 쉬고 있는 시기를 어떻게 하면 좀 더 가치 있게 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그래도 7년 넘게 최선을 다해 실력을 쌓아왔는데 집 한 채 사는데 이렇게 고전하는 자신을 보며 ‘난 아직 멀었어’란 약간의 푸념이 섞인 체념까지… 무엇보다 올해는 부동산 시장에 드리운 검은 구름이 싹 걷히고 집값 떨어져 고민이 많으신 분들 이제는 활짝 웃으실 수 있었으면 한다. 반대로 상해에서 내 집 장만을 희망하시는 분들은 어렵게 찾아온 좋은 기회를 꼭 잡으시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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