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마그룹, 요즈마펀드가 뭔가요
핑계지만 프로젝트 수행 때문에 한 동안 브런치에 글을 쓰지 못했다. 아.. 정말 우리나라에서 을로 사는 것은 힘든 일이다. 아무튼 프로젝트 관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고 올 초부터 스타트업 바닥에서 종종 들을 수 있었던 요즈마 그룹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잘 못 말하면 마요네즈처럼 들릴 것 같은 요즈마 그룹은 사실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창조경제와 함께 언급되었었다. 경제에 많은 관심이 있거나 관련 업종에 있는 사람은 이 요즈마그룹이 익숙하겠지만 발등에 불 떨어진 스타트업 종사자들에겐 이스라엘에서 온 요즈마 그룹이라는 곳이 너무나도 생소할 것이다.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아 미안 다음도..) 요즈마 그룹을 검색하면 스타트업 캠퍼스 개소, 요즈마 펀드 등 관련 기사는 많이 나오지만 브런치에 좀 더 정리된 자료를 올려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일단 요즈마 그룹이 무슨 곳인지 알아보자.
요즈마그룹은 1993년 이스라엘에서 출범한 글로벌 벤처캐피털로서, 이스라엘의 벤처캐피털 산업을 창조해 온 기업으로 명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요즈마 그룹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위와 같은 글로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미국만 생각했는데 이스라엘이라?? 소개 페이지의 글을 더 보니 20여 개의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하거나 매각하여 4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였다는 사실과 이스라엘은 미국, 중국 다음으로 나스닥에 많이 상장한 국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글만 보면 '아, 이스라엘에 VC가 있구나, 그 VC가 좀 하네.'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근데 왜 이스라엘일까?
처음 요즈마그룹에 대해 들었을 때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미국은 실리콘밸리로 많이 들어보기라도 했지 난데없이 미국도 아닌 왜 이스라엘일까? 이스라엘이 대체 우리랑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었다. 이런 의구심이 생기시는 분이 나 말고도 분명히 계실 것이라 생각한다.
먼저 이스라엘이 대체 어떻길래 벤치마킹을 하고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것일까? 이스라엘에 대해 알아야 왜 창조경제에서 요즈마 펀드가 언급됐는지 요즈마그룹이 왜 한국에 진출한 건지 조금이라도 이해가 될 테니 관련 산업 정보를 찾아보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무성장 또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곤두박질칠 때, 이스라엘은 거꾸로 빛을 발하는 세계 경제의 '혜성'이라고 한다. 2009년 세계 전체 평균 성장률이 마이너스 0.7% 일 때, 이스라엘은 1인당 소득 3만 달러 이상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0.8%)했다. 2010년부터 이스라엘의 성장률은 4%대 후반으로 치솟았다.
이스라엘은 제한된 시장 규모와 높은 임금, 그리고 천연자원의 부재 등으로 인해 GDP의 농업과 공업의 비중이 낮고,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IT 산업은 이스라엘 전체 GDP의 11.2%를 차지할 정도로 이스라엘의 대표 산업 중 하나이다. 2010년 이스라엘의 IT 산업 총생산액은 201.7달러로, 2009년 대비 2% 증가하였으며 세부적으로는 IT 제조업 분야가 3%, 서비스 분야가 2% 증가했다. 또한 연간 수출액은 전년 대비 0.3% 증가한 188억 달러(2005년 가격 기준)로써, 전체 제품 및 서비스 수출의 27%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IT 산업의 총 산출 중 60%가량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 IT 산업의 주요 수출 대상 지역은(2009년 기준) 미국(38%), 아시아(30%), 유럽(17%), 기타(15%) 순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이스라엘의 주요 산업동향 (kotra 국가정보 - 이스라엘, 2013. 9. 30., kotra
신문이나 지식백과를 검색해보니 경제가 어려울 때 유일하게 성장한 국가이고 IT산업이 대표산업인 것 등 배울 점과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보인다.
이스라엘의 실리콘밸리 격인 '실리콘 와디(wadi·히브리어로 계곡이란 뜻)'는 애플·씨티그룹·바클레이스 등이 벤처기업 관련 자금조달·육성의 목적으로 '벤처기업 혁신센터'를 열은 지역이다. 이스라엘 전역에 10여 곳 있는 실리콘 와디는 총수출의 40%(460억 달러·2011년)를 맡으며 IT 등 하이테크 산업을 견인하고 있다.
이 실리콘와디와 관련된 M&A를 살펴보면 꽤 실적이 화려한 것을 알 수 있다. 구글이 13억 달러를 들여 이스라엘의 지도 관련 소프트웨어 회사인 와제드(Wazed)를 사들인 바 있고, IBM도 보안 소프트웨어 회사인 트러스티어(Trusteer)를 10억 달러에 매입했다. 2012년 12월에는 이스라엘 OCZ테크놀러지그룹의 자회사인 산라드(Sanrad)가 일본 도시바에 3500만 달러에 인수돼 주목을 받았다.
어쩌면 실리콘와디를 듣고 실리콘밸리처럼 여러 유망 스타트업이 모여있는 곳을 생각할 수 있는데 그 모양새는 실리콘벨리와 전혀 다르다고 한다. 엄청나게 크고 화려한 건물 속에 입주한 것도 아니고 작은 IT 업체들이 여기저기 들어서 있기 때문에 딱 부러지게 그림이 될 만한 장소가 없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하드웨어가 상대적으로 많이 뒤처져있지만 미국에 곧바로 수출될 수 있을 정도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가졌다. 이 점이 IT 강국 이스라엘의 진면목이다. 모바일 기기를 만드는 공장은 하나도 없지만 첨단 모바일 기기에 필요한 3D 입체화면 기술을 창조해내는 10명 미만의 소프트웨어 기업이 자리 잡고 있는 나라가 이스라엘이다. 2013년 10월 기준 나스닥에 상장된 이스라엘 IT 스타트업 기업의 수는 61개에 달한다. 나스닥에 상장된 유럽, 한국, 일본, 중국의 스타트업 기업 전부를 합친 것보다 많다. 인구와 소득 규모를 감안하면 이스라엘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타트업 기업을 가진 나라이다.
[조선미디어]‘창업 국가’ 이스라엘의 실리콘와디를 가다,유민호
이스라엘이 어떤 능력이 있는지는 대강 훑어보았고 그럼 우리나라와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다음은 중앙일보에서 인터뷰한 나탈리포트먼이 생각하는 유대인과 한국인의 공통점 일부이다.
"...내가 자란 환경엔 유대인과 한국인이 많았다. 내가 다닌 학교의 학생 중 절반이 한국계 미국인이었다. 유대인과 한국인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꼈다. 교육, 가정, 그리고 음식조차도 마치 내가 속해 있는 사회 같다고 할까..."
다음은 한국인과 유대인을 모두 경험한 에스티마라는 블로거의 글 일부이다.
일에 대한 열정
-일을 밤낮없이 한다. 회사일을 위해 가정을 희생하는 편이다. Work ethic(일에 대한 윤리)가 미국인, 유럽인과는 다르고 오히려 한국인과 비슷하다.
교육열이 대단하다
-내가 아는 친구들은 아직 아이들이 어리다. 하지만 보스턴에서 알게 된 교수님들과 벤처기업 CEO가 있는데 애들 교육시키는 것이 한국인 버금간다. 아버지도 MIT 교수고 자기도 MIT 출신인 CEO 분은 요즘엔 자기 옛날 공부한 수준으로는 MIT를 절대로 못 들어간다며 아이들에게 엄청 과외활동을 시켜야 한다고 내게 이야기했다. 고교 다니는 큰 아들은 여름방학에 남미로 조정경기 연수를 간다고 한다.
머리가 좋다
-물론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같이 일을 하면서 확실히 느꼈다. 일에 대한 빠른 이해력, 정확한 판단력, 순발력에 많이 감탄했다.
다혈질이고 직선적이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돌려서 물어보지 않는다. 툭 까놓고 물어본다. 직설적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같이 일하기 당황스러웠다. 성격도 급하고 강한 편이다. 결정을 빨리해야 직성이 풀린다. 이런 면에서 한국인과 비슷하다.
좁은 사회다. 다 연결된다.
-이스라엘은 인구 7백만의 작은 나라다. “Everybody knows everybody”라는 말을 자주 한다. 누구든지 한두 다리 건너면 다 연결된다고 한다.
이 외에도 기사나 블로그를 검색을 해보면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의 공통점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백그라운드는 이쯤이면 된 것 같으니 다시 요즈마그룹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이 글 처음에 언급했듯이 요즈마그룹은 이스라엘의 유명 VC이고 요즈마그룹이 왜 한국에 관심을 갖는지는 요즈마그룹아시아의 이원재 초대이사장의 인터뷰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지사장은 "이스라엘 기업은 혁신 기술과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한 반면, 주변 시장이 크지 않다. 기업 사이즈가 작다보니 인수ㆍ합병도 쉽게 된다"며 "반면 한국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 중심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이스라엘과 달리 제조업이 매우 강하고, 대기업 생태계가 잘 발달했다"며 "양국 기업 간 합작 사업이 활발히 이뤄지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일경제]이스라엘 벤처경영 노하우 한국시장서 시너지 기대 커, 이유섭
소프트웨어에 강한 이스라엘과 제조업에 강한 한국의 기술력으로 시너지를 만들겠다라는 것이 전략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스타트업 캠퍼스 입주 후 투자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요즈마그룹의 한국의 첫 투자처는 교육ㆍ패션ㆍ웨딩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을 인수ㆍ합병해 시너지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벤처기업 연합체 ‘500V(오백볼트)’였다.
요즈마그룹의 투자원칙은 나스닥에 상장되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국내 스타트업들의 사례가 축적돼야 한다는 판단에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본다고 한다.
또한 더불어플랫폼과 제휴를 통하여 크라우드펀팅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하였다. 요즈마 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된 더불어플랫폼은 현재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 등록을 마치친 13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회사중 하나다. 기부후원형, 증권형, 미니크라우드펀딩앱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와이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대중에게 성공적으로 아이디어를 인정 받으면, 요즈마 캠퍼스 입점의 기회가 주어진다. 와이크라우드펀잉은 현재 요즈마 캠퍼스에 입주해 있는 PWC 삼일회계법인, 법무법인 율촌, 하나금융그룹, 농협투자증권 등 글로벌 투자기관과 기업전문 네트워크를 통한 글로벌 인큐베이팅 노하우의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기술트렌드에 맞게 초기부터 발굴과 육성을 지원한다. 유명 크라우드펀딩 서비스인 Kickstater와 비슷한 모델로 보인다.
이스라엘의 경제규모, IT산업과 재미로 본 우리나라 사람과의 공통점을 보면 창조경제 초반에 요즈마펀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왜 그렇게 주장했는지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분명 배울 점도 있고 우리나라에 도입하면 긍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것 같은 가능성도 보인다. 하지만 긍정적인 시각이 있으면 부정적인 시각도 있는 법, 역시 창조경제 초반에 이스라엘과 관련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전문가도 여럿있었다.
요즈마그룹의 국내 진출은 2013년에 '경기도형 요즈마펀드' 조성 사업으로 진행되었다 무산된 적이 있다. 경기도는 요즈마그룹이 직접 펀드를 운용하길 원했고 요즈마그룹은 투자보다는 펀드 결성과 운용에 대한 컨설팅 역할을 요구하여 입장차로 무산되었는데 최근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런 이력 때문인 지는 몰라도 곱지 않은 눈초리로 바라보는 시선이 꽤 있는데 그중 하나는 요즈마그룹은 1993년 결성한 요즈마펀드 1호 이후 이렇다 할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1호 펀드 역시 한국 벤처투자와 같이 모태펀드의 역할을 수행해서 얻은 성과이며 이스라엘 벤처기업을 한 단계 레벨업 시킬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공로는 크지만 직접투자의 트랙레코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2004년 이후 펀드 결성도 없었다. 그동안의 펀드 운용규모 역시 국내 벤처캐피털은 물론 이스라엘 벤처캐피털업계에서도 상위권이 아니다.
[미디어와이] 경기도-이스라엘, 경기도형 요즈마펀드 조성 추진, 최대호
요즈마펀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찾아볼 수 있다. 이성복 자본시장 연구원 연구위원은 “창조경제 시기와 맞물려 이스라엘 요즈마펀드가 부각되고 있다”며 “하지만 요즈마펀드는 국내에 왜곡돼 전달된 부분이 많다”며 요즈마펀드의 장점을 선별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요즈마펀드가 도입됐던 시기와 환경이 현재 국내 실정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가 벤처캐피털에 자금을 대기 위해 요즈마펀드를 설립했을 때는 1993년이다. 당시는 글로벌 벤처붐이 형성될 때다. 요즈마펀드의 목표는 벤처가 전무한 상황에서 벤처캐피털 시장을 새롭게 육성하는 것이었다. 이 연구위원은 특히 2002~2003년, 2009~2010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00년 초반 벤처버블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요즈마펀드는 신규자금이 조성이 되지 않는 심각한 침체를 겪었다.
[비지니스와치] 벤처투자 활성화..`요즈마펀드보다 모태펀드가 낫다`, 안준형
현재 요즈마펀드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을 수 있겠지만 국내에 요즈마그룹이 스타트업 캠퍼스를 개소하는 것이라 어떻게 적용될지는 모르는 것이다.
국내 창업·벤처기업 입장에서는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루트가 늘어나는 데다 다수의 벤처기업을 미국 나스닥 등에 상장시킨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환경이 다른 점이나 실적이 없다는 점 등 조금 더 냉정하게 바라보아야 할 필요도 있다.
개인적인 바램은 부디 국내 스타트업에 좋은 영향과 성과를 내어 한 단계 성장하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