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꿈꾸기 전에 꼭 알아야 하는 특허 실무
영철이 화가 난 채, 특허 사무소를 박차고 들어온다.
영철 : "변리사님! 내가 말했던 내용이 빠졌잖아요."
변리사 : "네? 무슨 말씀이죠?"
영철 : "내가 강조했던 이야기가 특허 명세서에 왜 없냐고요."
변리사 : "아! 그거요?"
영철 : "내가 청구항을 읽어봤으니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어."
변리사 : "설명을 들어보세요. 그게 말이죠."
영철 : "아. 됐어. 변명은 필요 없으니까 내가 말한 중요한 내용 추가해요. 내가 얼마나 강조했는데 그걸 빠뜨려."
영철은 변리사에게 반말을 섞으며 불평한다. 변리사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한다.
변리사 : "네. 그렇게 해드리지요."
우리가 자주 하는 실수가 있다. 전달한 내용이 청구항에 안 적혀 있을 때 하는 실수다. 이때, 자질을 의심하거나, 불평해서는 안 된다. 특허 등록에는 도움이 안 되고 권리 범위만 좁히는 내용은 일부러 삭제했을 것이다. 이런 경우는 노련한 작성을 칭찬해야 하는 상황이다. 비유하자면 정부대전청사 4동은 청구항에서 제외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어떤 것이 유리할지 여부는 변리사가 더 잘 안다.
청구항에 간단명료하게 적으면서, 동시에 등록 가능성은 높여야 한다. 등록 가능성은 진보하냐 여부에 따라 판가름 난다. 청구항에 장황하게 내용을 적는다고 해서 더 진보하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장황하게 적으면 권리 범위가 좁아진다. 즉, 진보하지 않은 것은 청구항에서 삭제하는 것이 옳다. 특징이 잘 드러나게, 간단하게, 명료하게 적는다. 고객이 이토록 강조하는 내용임에도 청구항에서 삭제하는 이유는 딱 하나.
우리의 권리를 위해서다.
특허의 가치를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변리사가 영철을 설득해야 한다. 듣지도 않으려는 고객을 설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자질을 의심하는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다면 더욱더 어렵다. 아니, 의심 없이 잘 들으려는 자세로 있더라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청구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그렇게 작성했는지 변리사가 일일이 우리에게 설명할 의무는 없다. 대리인으로서, 대행 비용을 받는 것뿐이다. 간단하게 끝나는 설명도 아닌데, 강의를 요구할 수는 없다.
언성을 높이면서까지 고객을 설득하는 강직한 변리사. 고객 요구에 친절하게 순응하는 안일한 변리사. 진심으로 고객을 위하는 것이 전자라 할지라도, 우리는 본능적으로 후자를 좋아한다. 변리사가 반복하여 설명하는 불편함을 겪다 보면, 피곤함보다 안일함을 택하게 된다. 어쩌면, 우리의 잦은 실수가 안일함을 선택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실수로 누락했을 가능성도 있다.
고객과 대리인이 모두 탁월하다면 실수 확률은 희박하다. 그러나, 말하는 자의 전달력, 듣는 자의 이해력. 이 둘 중 하나가 결핍되면 원하는 청구항이 나오지 않는다. 고객의 전달력이 높아도 대리인의 이해력이 낮다면 실수 가능성이 커진다. 대리인의 이해력이 높아도 고객의 전달력이 낮으면 마찬가지로 실수 확률이 높다.
최선을 다해서 좋은 변리사를 찾아야 하겠지만, 상대의 역량과 관계없이 우리의 전달력은 좋아야 한다. 두루뭉술하게 전달하지 말고, 짧게 끊어서 내용을 전달한다. 말로 하든, 글로 하든 마찬가지다. 특징으로 생각되는 핵심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우리는 대행 수수료를 지불하고, 그 대가로 변리사는 임무를 다한다. 변리사의 입장에서는 청구항이 어떻든 손해가 없다. 우리의 권리이므로 주체는 우리이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예화의 영철은 특허를 어설프게 알 뿐 아니라 무례한 사람이다. 그래도 자신의 권리를 위한 적극적인 태도는 배울만하다.
권리로서 인정받고자 하는 내용이 청구항에서 빠져 있다면 이를 점검하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 그런데, 아무리 힘써도 작성된 청구항을 보면 해석이 어렵다. 의도한 것인지 실수인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설명한 내용이 청구항에 없을 때는 간단하게 물어서 점검하고, 신뢰하면 된다. 이렇게 말이다.
"등록에도, 권리 범위에도 도움이 안 되는 내용인가 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