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과 IP 포트폴리오
1. 지식재산권의 자산적 가치
지식재산권을 포함한 무형자산은 미국 S&P 500지수에 포함된 기업의 가치 중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기업의 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비만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에 따라 무형자산의 자산 편입 비중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기술담보대출, 기술신용평가, 기술특례상장 등 기술 기반 금융 인프라의 확대로 지식재산권의 자산적 가치가 과거보다 점차 강조되고 있다.
제조업이 여전히 우리의 생활에서 기여하고 있는 바가 크지만, 스타트업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블록체인, AI, 딥러닝, VR/AR, IoT, 헬스케어, 바이오 등의 소위 4차 산업혁명 분야의 혁신 기술일수록 기업이 보유한 지식재산권 등 무형자산의 중요도가 높게 평가되며, 이로 인해 기업의 전체 가치를 높게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2. 스타트업의 지식재산 관리
무형자산 중에서도 특허 등의 지식재산권이 중요하게 평가되는 혁신 기술분야에서는 연구개발 경험을 가진 연구개발자 위주로 스타트업의 인적 구성이 이루어진다. 스타트업 중 기술기반 스타트업은 연구개발전담부서나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 지식재산의 관리를 연구개발전담부서나 기업부설연구소의 책임자에게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혁신기술을 다루는 기업이라도 연구개발 책임자에게 지식재산에 대한 결정을 전적으로 맡기는 체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연구개발 중심의 특허 전략 수립은 기술적인 면에 치중한 나머지, 기술의 시장가치와 기술과 사업의 연계성이 고려되지 않은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로 귀결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지식재산권이 중요한 스타트업이라면 최고경영자(CEO), 최고마켓팅책임자(CMO), 최고전략책임자(CSO) 등의 C-레벨 경영진이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포착한 회사 내의 기술 혁신이 기업의 전략적 및 사업적 영역에서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함께 검토해야 할 것이다.
3. 스타트업의 IP포트폴리오 체크포인트
전략적 및 사업적 측면에서 기업의 경영진이 점검해야 할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의 체크포인트를 살펴본다.
가. IP포트폴리오와 사업의 정렬
스타트업을 비롯한 모든 기업은 성취해야할 사업목표를 가지고 있다. 기업에 투입되는 역량과 자원은 사업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투입된다. IP포트폴리오를 확보하려는 노력도 사업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투입되는 자원의 하나임을 인식해야 한다.
스타트업의 CEO는 조급증에 빠지기 쉽다. 빨리 성과물을 내놓고 싶은 성급한 마음에 사업과 관련성이 떨어지거나 적용 가능성이 낮은 특허를 무리하게 출원하거나, 정확한 분석과 평가 없이 특허를 외부로부터 매입하는 경우도 있다. 명확한 용도가 없는 상황에서 지식재산권을 수집할 필요는 없다.
IP포트폴리오는 기업이 조준하고 있는 사업목표의 가늠좌 역할을 하므로,기업의 CEO는 회사의 IP포트폴리오가 회사의 사업목표와 정렬되어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사업목표에서 벗어났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재정렬이 필요하다.
사업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기술 아이디어에 집중하다 IP 포트폴리오가 더 이상 사업의 목표와 부합하지 않거나, IP에 투입되는 과도한 재정적 자원으로 인해 기업운영에 지장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전문가와 함께 IP포트폴리오를 리모델링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나. IP포트폴리오의 균형감
IP포트폴리오는 특허, 상표, 디자인, 저작권, 영업비밀 등 다양한 권리를 포괄한다. 사업분야에 따라 기술이 중요한 사업과, 브랜드와 마켓팅이 중요한 사업, 제품의 디자인이 중요한 사업이 있다. 따라서, 자원이 한정적인 스타트업은 사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에 우선적으로 집중적인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
예컨대, “AI를 이용한 챗봇 서비스”는 브랜드와 디자인보다는 정확하고 자연스로운 답변을 내놓을 수 있는 기술 확보가 중요한 사업이다. 따라서, IP포트폴리오의 구성도 특허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기술적 요소보다 소비자에 대한 브랜딩 전략이 중요한 여행업, 숙박업, 외식업과 같은 분야는 통상적으로 브랜드에 대한 상표권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 이모티콘, 귀금속 액세사리와 같은 분야에서는 디자인권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지식재산권 중 사업의 핵심 요소에 우선적으로 집중적인 권리를 확보하되, 나머지 권리를 핵심 요소를 부각하는 요소로 사용하면 더욱 좋다. 이러한 방법론은 이미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는데, 영국의 다이슨이나 일본의 발뮤다와 같은 기업은 제품의 기술적 성능이 좋기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더불어 그 유려한 디자인은 제품의 성능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제품의 디자인이, 기업이 보유한 핵심 기술을 부각하고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부여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유사한 사례로, “성심당”의 “특허 받은 튀김소보로”의 경우를 살펴보면, 지식재산권 중 브랜드, 즉 상표권이 가장 중요한 사업에 있어서 제빵 과정에 특허 기술이 적용되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성심당”이라는 브랜드를 더욱 가치있게 만들고 있는 예이다.
다. IP포트폴리오의 구축속도
특허를 준비하여 출원하고 등록하는 데에는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이것은 자금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스타트업에게 부담이 된다. 필자는 스타트업 창업자와 상담할 때 특허출원에 비용을 쓰기로 결정하기 전에 실행준비가 완료된 사업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다. 사업계획서를 함께 살펴보고, 사업계획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면 무리하게 특허출원을 하지 않도록 권한다.
출원된 특허 중 2/3 이상은 실제 사용되지 않는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으며, 우리나라 및 세계 어디를 불문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아이디어만 가지고 구현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새로운 SNS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로 특허를 받는다면 아무도 이 특허를 신경 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다양한 SNS 방식에 대한 특허가 상당수 존재할 것이고, 특허를 받은 아이디어라도 여러 가지 아이디어 중 하나로 치부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실제 구현된 SNS 앱을 좋아하고 수 백만 명의 사람들이 그것을 사용하게 된다면, 특허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사업 모델이 작동한다는 것을 입증했기 때문에 그 특허의 가치는 올라갈 것이다. 특허의 가치 상승과 더불어 기업의 가치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성공한 사업이어야 경쟁자들도 모방하며, 모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특허의 가치가 높아지므로 사업이 성공한 뒤에 비로소 특허의 진정한 가치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특허의 가치는 사업의 성공에 뒤따르며 기업의 가치와 함께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특허제도가 요구하고 있는 신규성과 진보성의 요건을 만족하려면, 사업이 공개되어 성공한 뒤에는 특허요건을 상실하기 때문에 특허등록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스타트업은 지식재산권의 확보 속도와 사업의 진행 속도를, 아이디어 발상과 사업화의 중간 지점에서 현명하게 결정하여야 한다. 특허 포트폴리오를 본격적으로 확대해야 하는 시점은 아이디어가 착상 시점이 아닌 실제 수행할 사업 계획 수립이 완료되어 본격적으로 사업화에 착수하려는 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이디어만으로 사업 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시점에서 다수의 출원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다. IP 포트폴리오와 투자유치
미국 투자자의 67%가 스타트업이 보유한 지식재산권을 투자결정의 중요한 요인으로 선택했다는 통계가 있다. 제품과 서비스에 의한 매출이 미미하고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부족한 스타트업의 CEO가 투자자에게 기업의 미래 비전과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는 지식재산권이다.
스타트업의 CEO에게 투자유치는 매우 힘들고 고된 과정이다. IP포트폴리오는 거친 투자유치 과정에서 윤활유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스타트업의 CEO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IP포트폴리오가 투자자에게 설득력이 있는지 수시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이 수행 중인 비즈니스 분야에서,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IP포트폴리오가 적절히 작동하여 독점적인 사업을 영위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경쟁기업에게 실제 진입장벽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여부는 스타트업의 성장가능성과 이익창출 능력에 직결되는 요소다.
투자는 투자 회수라는 목표를 전제로 한다.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회수 창구 중 하나로 활용되는 기술특례상장 제도만 살펴보더라도, 지식재산권은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TCB 정밀평가에서 기업의 기술성을 평가하는 핵심적인 평가 항목 중 하나이다.
각 시리즈별 투자유치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투자회수의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는 IP포트폴리오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은 기업의 가치를 높여가는 과정에 가속도를 붙여준다. 따라서, 스타트업의 대표자는 기업의 IP포트폴리오가 투자자를 설득시킬 수 있는지, 나아가 투자자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