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의 출장지는 오하이오 주의 톨레도 (Toledo)라는 도시이다. 이름에서 스페인 향기가 물씬 난다. 처음 들어보는 곳이다. 오하이오에서 3개의 C (Columbus, Cleveland, Cincinnati), 다음으로 큰 4번째 도시다. 1929년 경제 공황 때 크게 타격을 입었었고 전통적으로 유리 공업을 해온, 오대호 옆에 위치하여 교통이 좋은 제조업으로 발전한 도시라고 한다.
미술관 주차장에 차를 대고 들어오는 톨레도 미술관의 후문이다. 박물관은 무료이고 주차값이 10불.
박물관에서 일하시는 두 분이 화면 안에 잡히고 있었는데 카메라를 든 나를 보고 화면 밖으로 나가주셨다. 여기는 후문 입구이고, 정면 입구로 들어가면 이런 것이 나온다.
정문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돌자마자 고흐가 펼쳐진다. 황금빛 벌판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농부들을 그린 이 그림은 고흐가 존경하는 위의 밀레의 스케치를 거의 100% 반영한 작품이다.
오르세에서 렌딩을 왔다는데 왜 오르세에서 본 기억이 없는지는 의문이다. 근데 오르세에서 사 온 고흐 달력에는 이 작품이 포함되어 있었다! 오르세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보고도, 메트로폴리탄의 별이 빛나는 밤도, 이 그림을 보고도 느끼는 거지만, 고흐의 파란색과 남색, 노란색은 내 마음을 흔드는 힘이 있다. 이 미술관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이다.
암스테르담 반 고흐 뮤지엄에서 렌딩해온 고흐의 초상화. 반 고흐 뮤지엄은 나의 버킷리스트.
르누아르가 그린 북부 프랑스 어딘가의 풍경화이다. 유화임에도 수채화 느낌이 나도록 캔버스를 먼저 적셔놓고 작업을 했다고 한다. 르누아르는 주로 풍만하고 부드러운 인물화가 익숙한데 풍경화에서도 역시 르누아르만의 남색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모네의 수련. 오랑쥬리에서 아름답고 거대한 수련들이 생각난다. 그때 봤던 수련 작품들보다는 채도(?)가 더 높았다.
이런 중세시대 테마로 만들어놓은 구조를 클로이스터라고 하는 것을 처음 알았다. 뉴욕에서도 메트로폴리탄 클로이스터를 가보고 싶은데 다음에도 메트로폴리탄이 먼저다.
꾸란의 말씀이 적혀있는 13세기에 스페인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지는 일명 "핑크 종이". 당시 이슬람 문명이 발전된 종이 제조법을 가지고 있었으며 다른 문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어둑어둑한 피카소. 모자를 쓴 여인.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호안 미로의 Woman Haunted by the Passage of the Bird-Dragonfly Omen of Bad News (내 맘대로 번역하자면 "새-잠자리 나쁜 전조 뉴스에 떨고 있는 여자"). 그림도 길고 큰 데다 왠지 모르겠는 서슬 퍼런 파란 남색에 새빨간 대비가 인상적이었다. 색감도 재밌고 실제로 공포스러운 느낌도 잘 그려져 있는데 그림에 담긴 이야기는 더더욱 흥미로워서 한참을 들여다봤던 작품이다.
악몽을 그린 이 그림은 헨리 마티세의 아들이었던 피에르 마티세의 소유로 그의 3명의 아가들이 노는 방에 달아져있었다고 한다.
호안 미로는 1959년 뉴욕에서 이 그림을 다시 만나게 되면서 제목을 공표한다 (위 참조). 이 그림은 뮌헨 조약 이후 세계 2차 대전 발발 전 세계 정상들이 히틀러를 달래고 있었던 1938년에 그려졌다고 했다. 갈등과 혼란을 표현하고자 했다.
2024년에는 그림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성경 공부를 다짐한다.
오하이오에서 태어나 뉴욕으로 건너가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밑에서 공부를 한 루터 에멀슨 밴 고더라는 작가의 작품이다. 여름에 갔던 파리의 세느강이 그리워졌다.
프랑스의 포스트 인상주의 화가 앙리 유진 르 스다너 (Henri Eugene Le Sidaner)가 자신의 정원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을 그렸다. 무채색이면서도 차분한 느낌을 준다.
파리에서 이모가 레이스가 쓰인 조각을 본 것을 감탄하는 것을 보고 아, 다른 사람들은 다른 시선으로 다른 것에 집중하고 감탄할 수가 있구나를 깨달았다. 이모를 생각하게 하는 베일 디테일이 대단한 조각.
건너편에 글라스 파빌리온도 함께 입장할 수 있는데 들렀다가 휙 들러보고 나왔다. 유리 제조로 유명한 동네라 데모도 하고 있었다는. 어쨌든 더 늦어지기 전에 디트로이트로 올라가야 했기에 고흐의 낮잠만 조금 더 바라보다 미술관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