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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그리뜨 May 25. 2024

첫 10k는 특별하니까

마그리뜨는 달리는 중

제목을 쓰면서도 미소가 지어진다.


작년 11월에 조깅을 시작해서 한창 기량이 올라 기분이 좋을 때쯤 8킬로를 뛰고 발에 무리가 갔다. 셀프 진단을 한 바로는 족저근막염 증상인 듯하여 비참한 두 달을 보냈다. 뛸 수가 없어서 마음이 답답했다. 발이 괜찮게 느껴질 때면 가끔 뛰어보려 시도했지만 완전하게 낫지 않음이 느껴져 달리기를 포기하고 실망스러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기 일쑤였다. 발이 완전히 낫기를 기다리는 것은 수양과 인내를 요했다. 운동선수도 아니고, 빨리 뛴다고 누가 상주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속도와 기록에 집착했던 건지, 달리기 하루 이틀 할 것도 아니고 앞으로 가늘고 긴 조깅 라이프를 위해서는 부상 예방을 가장 큰 목표로 삼겠다고 다짐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다 낫고 다시 달릴 수 있을 때쯤 몇 주 동안 유튜브에서 달리기의 늪에서 헤매었다.


몇 가지 눈이 가는 주제들이 있었다. 코로만 호흡하며 하는 달리기라던가, 심박수를 제약하는 달리기라던가. 코로만 숨을 쉬면서 달리기를 하면 몸에 무리가 가는 강도로 달리기를 할 수 없다고 해서 부상이 다 낫고 나서는 코로만 숨을 쉬는 가벼운 달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코로만 숨을 쉬며 하는 달리기의 또 다른 장점은 몸이 무리를 할 수가 없다 보니 심박수가 비교적 낮게 유지된다는 점이다. 내가 존에 신경을 쓰기 시작할 무렵 애플워치에 심박수별 존을 나눠서 보여주는 기능이 추가되었는데 각 존(1,2,3,4,5)에는 각기 다른 신체의 베네핏이 있지만 초보일수록 대부분을 낮은 존에서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가끔 고강도 인터벌이나 스프린트와 같은 다양한 자극을 몸과 심장에 줘가면서 말이다.


어디서 들은 바에 의하면 유산소 베이스가 (산소를 몸이 활용하는 능력) 만들어지는 속도가 몸의 운동 능력이 따라와 주는 것보다 빨라서, 장거리를 뛰어낼 수 있는 거 같은 느낌이 들더라도 몸은 막상 준비가 안되어있을 수가 있다고 했다. 그게 내가 다친 이유가 아닐까 싶다. 마음이 몸을 앞서버려서.



달리기를 처음 시작하고는 늘 헉헉대며 뛸 뿐만 아니라 심박수 기록들을 보면 늘 존4나 존5에 있었고 어제보다 오늘의 속도가 빨라졌다면 환호를 하고는 했는데 지금도 체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신경을 덜 쓰고 있다. 빨라졌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 심박수가 존2에 머무는 달리기를 지향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존2로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 날은 코호흡을 처음 시작한 하루 밖에 없었고 그 이후로는 존3가 대부분인 벨커브 스타일을 그리며 달리고 있다. 그래도 변화구는 필요한 법이니 가끔은 인터벌이나 스피드런 등 다양한 움직임을 섞어주려고 노력한다. 존2에서 트레이닝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물론 안전에 대한 이유가 1번이지만 달리기 시작하고 먹성이 좋아져서 쪄버린 3kg를 다시 날리고 싶은 것도 한 가지 이유이다 ㅠㅠ 달리기 시작하고 살쪘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데 등산을 할 때 짊어질 수 있는 짐의 무게를 늘릴 수 있도록 몸무게가 건강하게 늘기를 바랐던 적도 있었는데 막상 10년 동안 같던 몸무게가 늘어버리니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든다. 아직 숫자에 대해서 집착을 완전히 내려놓지 못했나 보다.


지난번 8km를 뛰고 나서 발을 다친 이후 장거리 달리기가 두려웠다. 신발 탓을 하고 싶은 마음도 조금 있어서 본격적으로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 달리기를 함께 시작했던 나이키 페가수스 38을 걷는 용도로 은퇴시키고 (그리고 흰 운동화 사고 싶어서 페가수스 40 또 삼) 두 켤레의 새 러닝슈즈를 마련했다. 그리고는 두 달 동안은 계속 5-7km 정도만 뛰면서 거리 늘리는 걸 천천히 접근하느라 나 자신을 열심히 자제시켜야 했다. 거리를 늘릴 때 일주일에 1km 이상 늘리면 무리가 갈 수 있대서 10km를 뛸 수 있을 것만 같던 어느 날도 자제를 하며 9km에서 멈춰 섰다. 행하는 것보다 행하지 않는 것은 정신적 노력을 필요로 했다.


그리고 섭씨 15도, 내리던 비가 멈춘, 흐리축축한 2024년 5월 24일. 드디어 10km를 부상 없이 처음으로 완주했다. 첫 10km는 특별하니까 오늘의 호수를 마음에 담아본다. 행복하다 (함박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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