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 조건부 연봉 인상

by 마그리뜨

영주권 진행 프로세스에 있어서 가장 첫 단계는 PERM 이라는 것인데 이는 회사가 영주권을 스폰서 하고자 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그 직업을 차지하게 됨으로써 미국 노동자들의 직업에 대한 기회를 박탈한다거나 (그래서 그 직무에 대한 광고를 한다), 미국인들의 임금을 저하한다거나 (외국인의 싼 노동력을 이용해서), 직업 환경을 해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국의 노동부가 검토하고 승인하는 단계이다.


작년 5월 노동부로 보내는 내 회사의 청원 편지에 적힌 내 직무에 대한 적정 임금은 그 당시 나의 연봉보다 한화로 쪼금 뻥튀기해서 2천만 원 높은 숫자였다. 긍정적으로 말하자면 영주권이 나오는 동시에 연봉이 오르는 경사가 일어나는 것이었지만 실상은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그 당시 시장 적정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걸 의미했다.


영주권이 회사의 예상보다 빠르게 나오는 바람에 회사에서 급여를 담당하는 팀이 추수감사절 휴일 전에 분주해졌다. 나의 급여를 청원서에 적힌 대로 조정해줘야 됐기 때문이다. 내 매니저에게 "저 영주권 나왔어요..." 하고 운을 띄운 순간부터 일들은 착실하게 진행되어 이번 주 금요일에 받게 되는 나의 2주급은 새 임금을 반영할 예정이다. 내가 계산한 바로는 대충 세후 500불 정도가 더 나올 예정인데 (월급으로 치면 1000불) 세금 떼고, 연금 떼고, 보험 떼면 정확히 얼마나 더 나올지는 꽤 궁금하다. 아래는 내가 사인해서 제출해야 했던 급여 증가분에 대한 레터. 회사가 원하면 너는 언제든 잘릴 수도 있다는 위협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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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협상 아닌 협상을 하면서 나는 회사에 한 가지 더 부탁을 했었다. 영주권도 나왔고, 소중한 친구의 결혼식도 있고, 이번 해 코로나로 휴가를 한 번도 쓰지 못했으니 오랫동안 한국으로 재택근무/휴가를 가고 싶다는 부탁. 사실 꽤 무리한 부탁인 데다 연봉 증가분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휴가라는 카드까지 내놓는 것은 현명한 협상의 방법이 아니었으나 마음이 급해서 일단 지르고 봤다 (2주 자가격리 기간을 생각했을 때 빨리 가지 않으면 친구의 결혼식에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 결국 친구의 결혼식은 내년으로 연기되었지만). 그리고 계속 매니저가 연봉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고 거의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대답이 없어서 휴가는 포기하고 있었는데 연봉이 협의된 후, 추수감사절이 시작되기 바로 전날. 나의 매니저, 매니저의 매니저, 인사팀의 모든 동의를 받고 한 달간의 한국행이 결정되었다. 2주는 재택근무, 2주는 휴가. 이렇게 갑작스러운 한국행은 처음이고 어쨌든 자가격리 중에 있지만 한국에서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따뜻한 겨울을 보낼 예정이다. 완벽한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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