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살이 13년, 드디어 2등 시민 영주권자가 되다

by 마그리뜨

캘리포니아에서 첫 직장생활을 3년 5개월 했고 브런치에 처음 글을 쓸 당시 나는 11개월 차 새 직장인이었다. 새 회사의 첫날, 신상정보 서류를 제출하던 날, 나의 인터뷰 프로세스를 담당했던 인사팀 사람이 나에게 물었다. 너는 왜 미국 여권이 없어? ??? 이건 도대체 무슨 질문인가? 나는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거든. 그랬더니 어, 그럼 영주권 절차 진행해야겠네!라고 했다.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은 이민 프로세스에 아무 생각이 없는 게 분명했다. 내가 대한민국의 이민 절차를 모르는 거랑 같다. 물론 지금 회사 오퍼 조항에 영주권을 해주겠다, 이런 명시된 부분은 없었지만 비자 트랜스퍼를 진행해줬을 때도 그랬고 이 인사팀의 발언에서도 그렇고 나는 가느다라한 희망을 봤다. 오, 이 회사라면 영주권을 해주겠구나. 역시 텍사스 사람들은 우리 학교 나온 사람들에게 친절해, 하면서.


전 회사의 인사팀 갑질에 질려있는 터였다. 전 회사는 취업 비자 신청을 위해서 내게 변호사비를 요구했다. 무려 세 번이나 진행해야 했던 비자에 나는 500만 원 가까운 비용을 써야 했고 사회 초년생에게 500만 원은 큰돈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비자는 "나를 고용하기 위해서" "회사가" 신청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청하는 개인에게 서류비, 변호사비를 요구하는 것은 사실 불법이다. 개인이 아쉬울 거 뻔히 아는 한국 회사니까 그렇게 따박따박 돈을 뜯어냈던 거다.


그런데 이직해온 회사는 달랐다. 나에게 비자 절차에 들어가는 비용은 물론 변호사 비용에 대해서도 언급 한 번이 없었다. 드디어 회사도 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사람 취급받는 느낌이 들었다. 들어가자마자 아무 일 한 것도 없이 영주권을 요구하는 건 좀 그렇고, 한 달인가 세 달인가 되었던 수습기간이 끝나고 정직원이 되었을 때 나는 나의 매니저와 인사팀에게 영주권 이야기를 꺼냈다. 말이 나왔던 김에 달려들어야 했다. 그리고 입사 후 6개월이 지나면 영주권을 진행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 주위에 보면 영주권 진행하는데 변호사비가 얼마가 들었느니, 서류비가 얼마가 들었느니 하는 글들을 가끔 보게 되는데 회사가 진행 영주권 비용을 일체 부담해주어 마음 쓸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고마운 회사다. 총프로세스는 대략 2년 정도 걸린 것 같다. 트럼프가 임기를 시작하며 영주권 심사에 인터뷰 프로세스가 추가되었었는데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나는 인터뷰도 없이 영주권을 받았다.


2018년 10월 Prevailing Wage, 광고, 어쩌고 저쩌고

2019년 5월 PERM 제출

2019년 6월 PERM 승인

2019년 7월 I-140, I-485, I-131, I-765 동시 제출

2019년 10월 노동허가서

2020년 1월 지문

2020년 1월 I-140 승인 (회사에서 1200불이나 넘게 주고 14일 안에 결과를 보장하는 프리미엄 프로세스로 진행했으나 6개월이 넘게 걸리는 매직... 이때 마음고생 많이 했다)

2020년 9월 취업비자 연장

2020년 10월 노동허가서 연장

2020년 10월 영주권 승인, 카드 수령 (대통령 선거 전 주말!)


그리고 더 웃긴 것은, 영주권 승인의 뉴스를 이민국으로 듣기부터 일주일 전, 꿈에 트럼프가 나왔다. 그리고 나는 그와 악수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Thank you, Mr. President" 그가 했던 발언은 기억나지 않는데 "Welcome to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였지 않을까 싶다. 사실 권력과 부의 상징인 그가 내 꿈에 나와서 나는 복권을 샀는데 복권은 꽝이었다. 그는 나에게 영주권을 주고 대통령 연임을 실패했다. 이민자에게 가혹한 트럼프 임기였지만, 나는 그의 재임 동안 취업 비자도 받았고 영주권도 받았다. 삶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7년의 유학, 6년의 직장생활 후 나는 투표권이 없는 미국의 2등 시민이 되었다. 이제 영주권이 유효한 10년 동안은 신분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미국 입국할 때도 "외국인"이 아닌 2등 시민으로서 짧은 입국 줄을 설 수 있게 되었다. 설레는 일이다. 좋은 회사를 만나 운이 참 좋았다. 영주권이 승인되었다는 뉴스에 아빠가 묻는다. 이제 시민권은 어떻게 할 거야? 이 질문에 답을 하기에 나의 아이덴티티는 너무나 한국의 유교 걸이다. 이제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하나? 대학원을 가야 하나? 산을 하나 넘었을 뿐인데, 산 넘어 산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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