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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게 되는 힘

보물 같은 독서노트

by 이팔작가


예전에 책을 자주 읽었다. 많은 책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항상 가방에 읽고 있는 책이 있었다. 나는 도서관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아무 생각 없이 도서관에 가면 책 냄새에 편안함을 느꼈다. 도서관에 가면 다양하고 강렬한 책 제목이 나를 끌리게 했다. 어디선가 들어봤던 명작을 보면 언젠가는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었고 그러면 그 책을 읽지 않아도 마음이 뿌듯했다. 책을 읽고 감명을 받으면 그 작가와 관련된 책을 찾아서 읽었고, 좋은 문장을 공책에 적었다. 독서노트라고 하기에 부끄럽지만 가끔 시간이 생겨 읽으면 과거의 모습이 떠오르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보물 같은 노트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책과 거리가 멀어졌다. 항상 가방에 있었던 책은 이제 가방에서 나온 지 오래고, 나에게 편안함을 주던 도서관에 발을 옮기지 않은지 꽤 시간이 지났다. 바쁘다고 말하기에 참 여유로운 지금이지만 책이랑 거리가 멀어졌다. 그 대신 스마트폰을 자주 보게 되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맞춰 아무 생각 없이 영상을 보게 되었고 웹툰을 보며 낄낄거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무의미한 시간은 길어지고 잠자는 시간을 늦추게 했다. 아침은 개운하지 못 했고 어제의 나를 후회했다. 뭔가 잘못됨을 느꼈지만, 누구에게나 일상적인 모습이라 죄책감은 없었다. 그렇게 무심하게 나쁜습관을 오래 유지하였다.


발전없는 모습에 큰 후회를 하고, 습관을 버리고자 다시 책을 찾았다. 과거와 다르게 책이 낯설어지면서 전과 다르게 고민은 많아졌다. 순간적인 결심으로 두꺼운 책을 고르면 목차만 읽고 반납을 할 것이 뻔하다. 많은 책을 고르면 다 조금씩 읽고 덮어버릴 것이다. 어릴 때부터 항상 가방에 책을 넣고 다녔는데 아직도 책이랑 친하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책의 첫 장을 열기에 버겁다.


그래도 책을 고르고, 읽을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 '독서노트'의 힘일 것이다. '책'이라는 한 글자의 단어가 나에게 주는 무게는 너무 크다. 하지만 나름 반듯하게 독서노트에 쓴 감동받은 구절을 읽으면 다시 책이 읽고 싶어 진다. 독서노트를 읽으면 그때의 감동이 떠오르고, 그 작품이 나에게 준 수 많은 영감이 느껴진다. 마치 여행사진을 보면 다시 여행을 가고 싶은 것을 느끼는 것처럼. 가끔 일상의 흥미를 못 느끼고 나 자신이 너무 건조하다 생각이 든 순간에 독서노트는 나만의 처방책이 된다. 낡고 엉망이 된 노트 한 권이지만, 나를 이렇게 끌어주고 밀어주니 참 고마울 따름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독서노트를 추천해주고 싶다. 어려운 것이 아니다. 감동을 받은 한 문장만 적어도 참 의미가 있다. 예쁘게 적을 필요도 없고 책을 다 읽을 필요도 없다. 단지 그때의 감정을 담아 손으로 적으면 된다. 항상 들고 있는 스마트폰을 잠시 놓고, 펜을 잡고 문장을 모아가자. 하나의 문장은 카메라로 담을 수 없는 마음의 순간을 찍은 사진이 될 것이다.


!.jpg 나의 독서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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