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제품이 '진짜' 친환경인가?

by 굳센바위

친환경이란 말 그대로, 환경에 좋은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환경에 덜 해로울 수 있을 뿐이다.


'친환경'은 영어로 'Eco-friendly'다. 이 용어는 국제표준에서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연 친화적'이나 '지속가능하다'는 용어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용어들은 주장하는 의미가 명확하지 않으며, 결정적으로는 사실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이라는 의미는 상대적 가치다.

“친환경”은 기존 또는 평균적인 제품보다 환경에 덜 해롭다는 의미이다. 환경은 대기, 에너지, 수질, 폐기물, 유해물질 등 다양한 세부 분야가 있어, 대부분의 친환경 주장은 특정 분야에만 해당된다. 해당되지 않는 다른 분야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텀블러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지만, 세척하는 데 물과 세제가 사용되어 수질 오염을 일으킨다.


친환경제품은 제품의 전과정(Life Cycle)을 고려하여 환경에 부담을 덜 주어야 한다.

전과정은 원재료 채취, 제조, 운송, 사용, 폐기의 전체 과정을 의미한다. 모든 과정에서 환경에 덜 해롭기는 매우 어렵다. 하나의 단계에 이로운 제품이 다른 단계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기자동차는 사용 단계에서 대기 오염을 줄이지만, 배터리 제조와 폐배터리 처리 과정에서 환경부하가 발생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친환경이란 용어는 거짓말이다.


환경에 유익하다고 주장하는 제품이 오히려 환경에 해로울 수 있다.

친환경이라는 명칭으로 광고하는 음식물 분쇄기를 보자. 음식물을 갈아서 버리므로 환경에 이롭다고 광고되지만,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며 수명이 다하면 폐기물이 된다.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줄인다는 효과는 주장할 수 있지만, 음식물 쓰레기 자체를 줄이는 데는 오히려 무관심해질 수 있다.


허위 또는 과장 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제품도 있다. 이른바 “그린워싱”이다.

유해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도 ‘무독성”,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지 않음에도 “생분해”, 에너지 효율에 대한 근거도 없이 “고효율”과 같이 거짓된 주장을 하는 제품이 있다. 2012년 환경성 우수 주장 관련 광고의 약 46%가 허위 또는 과장된 내용이라는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가 있었다. 그린워싱 위반 건수는 2021년 272건으로,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가짜 인증이나 실험 조작 등 거짓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속기 쉽도록 애매한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1%가 포함된 원료가 환경적으로 우수하다고, 마치 전체가 그런 것처럼 표시하거나, 1%가 2%로 증가한 것을 100%가 향상된 것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원래 포함되지 않는 해로운 물질을 제외했다고 광고하는 경우도 있다. 그린워싱은 친환경 용어의 신뢰도를 떨어트리고, 환경에 대한 이해를 방해하는 존재이다.


재활용 가능성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성과 그린을 강조한 운동화 광고는 그린워싱으로 판명되었다.

프랑스 광고 윤리 위원회는 ‘최소 50%가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졌다’는 광고 문구가 구체적이지 않아 소비자들이 오해할 수 있으며, ‘End Plastic Waste(플라스틱 폐기물 종식)’라는 표현도 적절하지 않다는 판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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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을 대체한 알루미늄 캔이 지속 가능하다며 광고했는데, 알루미늄은 플라스틱보다 환경에 더 유해할 가능성이 크다. 알루미늄 캔 생산 과정에서의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 실제 재활용 시스템의 효율성과 재활용률, 제품 유통 과정에서의 탄소 발자국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플라스틱을 사용하

지 않는다”는 점만을 강조하면, 그린워싱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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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친환경이라는 용어는 심리학적 마케팅 용어다.

“친환경”이라는 표현은 환경에 관심 있는 소비자에게 제품이 환경에 덜 해롭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용어라서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실에 근거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친환경과 유사한 자연이나 천연이라는 용어도 함정이 있다.

자연, 천연이라는 표현은 환경과 사람에게 좋을 것이라는 느낌을 주지만, 반드시 이로운 것은 아니다. 환경오염과 떼 려야 뗄 수 없는 석유, 방사능 물질인 라돈도 천연 물질이다. 곤충과 식물에서 독성 화학물질이 배출되기도 한다. 주름살 치료제로 유명한 “보톡스”는 자연에서 서식하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늄(C. Botulinum) 균에서 만들어지는 맹독성인 보툴리누스에서 나온 것이다. 자연, 천연이란 표현이 합법적이려면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1) 친환경을 주장하는 물질이 사람에게 이로운 성분이어야 한다.

(2) 이로운 성분을 추출하거나 정제하는 과정이 유해하지 않아야 한다. 화학 공정은 유해한 것으로 본다.

(3) 이로운 성분이 제품으로 사용되는 단계까지 유지되어야 한다.

2018년, 호주에서는 유아용품에 Pure.Natural.Organic이라 광고했다가, 37,800달러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식물성 팜유와 같이 여러 이슈가 복합적인 경우도 있다.

식품, 화장품, 바이오 연료 등 여러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팜유는 식물성이어서 환경적으로 우수하다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팜 농장은 온실가스를 줄이며 생태 가치가 뛰어난 열대림을 훼손하면서 만들어지고, 팜유 생산 과정에서는 수질과 폐기물 문제가 발생한다. 농장 지역 선주민의 인권 문제도 발생하곤 한다.

바이오 연료나 바이오 플라스틱의 원료로 사용되는 옥수수나 사탕수수의 대량 재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식물성이라는 “친환경”으로 포장되지만, 생태계 파괴와 과도한 환경오염을 발생시키며 식량 문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친환경 제품은 기본적으로 품질 좋고, 오래 쓰며, 낭비를 줄여주는 제품이다.

품질이 좋으면 고장 나거나 수리할 가능성이 낮다. 수리는 환경부하를 일으킨다. 환경성은 우수하지만 품질이 나빠 소비자의 선택을 못 받으면 창고에 있다가 쓰레기가 된다. 이러면 친환경은 빛 좋은 개살구다.

수명은 매우 중요한 제품의 환경성능이다. 자원을 오래 사용하는 것이니 자원 절약이 되고 쓰레기 발생을 늦춘다. A/S와 업그레이드는 수명을 연장시켜 주는 중요한 환경성능이다.

물과 에너지의 낭비를 줄여주는 제품, 소모품을 덜 사용하게 하는 제품, 불필요한 포장을 줄인 제품이 친환경제품이다.


녹색제품정보시스템, http://www.greenproduct.go.kr/

녹색표시 그린워싱 모니터링 및 개선, 2012, 한국소비자원

https://www.accc.gov.au/media-release/accc-targets- misleading-organic-claims

정영오 기자, 눈속임 친환경 “그린워싱” 패션기업들 ‘된 서리’, 2021, 한국일보

양인목, 박철, 친환경 제품의 정의와 제품의 환경 속성에 대한 연구, 2011, 환경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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